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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1 ㅣ 터널 시리즈 1
로더릭 고든.브라이언 윌리엄스 지음, 임정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나는 이 책의 표지가 너무 좋다.
터널을 받치고 있는 받침목과 나사를 연상시키는 글자도 마음에 들지만, 책을 들고 이리저리 돌려보게끔 만드는 무지개빛, 혹은 황동빛, 초록빛 홀로그램이 아주 마음에 든다. 한 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빛을 형상화한 듯한 홀로그램 덕분에 나는 내 스스로가 터널 밑바닥에 있는 듯한 착각을 했다. 그리고 이 표지덕분에 나는 두 권의 책에서 펼쳐질 모험에 기꺼이 동참하겠다는 의지가 생김을 느낀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하나 모두 제각각이다. 마치 주인공 윌 버로스의 가족들처럼. 모습도... 성격도... 하는 행동들도...
그런 인물들이 모여 만드는 새로운 세상은 ‘곰팡내’ 때문에라도 음울함을 느끼게 하지만, 호기심 또한 갖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 윌은 색소 형성이 부족해서 흐린 날의 미미한 햇빛에도 피부가 쉽게 탔다. 색소 결핍증 때문에 윌의 머리카락은 순백에 가까웠다. 그 머리카락이 모자 아래로 비어져 나왔고, 담청색 눈은 조바심을 내며 사십혈 안쪽을 향해 있었다. ” ( 1권 p41)
보통 모험 소설에 등장하는 금발의, 왕 멋지면서도 느끼하고 껄렁한, 그러면서 다부진 체격의 남자가 주인공이 아니란 점은 왠지 다가서기 쉽게도 만든다. 그러면서도 뭔가 독특한, 특이한 윌의 생김은 뒤로 뭔가 감춰놓은 것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면서 궁금함을 유발한다.
하지만 나에게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윌의 용모는 그 독특함 때문에 학교에서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언제나 따로 놀게 하는 ‘왕따’가 되게 한다. 그리고 역시나 생김 때문에 똑같이 왕따인 체스터와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되게끔도 한다.
두 소년은, 윌 때문에 더욱 지하세계, 아래로 아래로 터널을 만들어 과거의 물건을 발굴하는 일에 흥미를 갖게 된다. 그리고 정말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기도 하고...
이들이 발견하게 되는 ‘새로운 세상’ 이 나는 흥미롭다. 지겨울만치 터널을 파내려가다가 만나게 되는 그 세상으로 인해 나는 윌만큼이나 두근거림.. 흥분을 느껴야만 했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그려지는 새로운 세상은.. 마법이 가득차 있으면서 중세 유럽을 연상하는 과거 지향형이던가, 아니면 무엇이든 원하는대로 할 수 있는 진보된 과학 기술의 발전을 누리며 살고 있는 미래 지향적이 대부분인데, 이 소설 속의 ‘새로운 세상’은 이와는 조금 다르게 왠지 과거와 현재가 오묘히 결합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또다른 형태의 ‘새로운 세상’의 등장이다.)
그 새로운 세상(그들은 그곳을 ‘콜로니’라고 부른다)은 현재, 지금 우리의 모습보다 조금 더 폭력적이고, 태양이 없을 뿐이고, 개인개인이 단절되어 있는, 이방인에게는 차별적인 그런 모습을 가졌으나, ‘표토인’이라고 부르는 지금 지구 위에 살고 있는 인간들의 모습과 별 다를 바 없어 보여 저자가 원하던, 원치 않던 간에 그 속에서 나는 현실의 쓰라림과 인간 세상에 대한 작은 비판을 보고 말았다.
도대체 이들이 발견한 새로운 세상-콜로니는 과연 어떤 곳이란 말인가..
그리고 그 속으로 들어간 윌의 가족들, 체스터, 칼 등의 등장인물들이 펼쳐갈 이야기는 또 무엇인가... 하는 것은 아쉽게도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터널 1,2 권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는 흥미진진한데, 이야기는 다음 2편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총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금 현재 영국에서는 2부작까지 나와 있는 상태라고 한다.
어서어서 윌의 모험이 이어지길... 그 모험의 끝이 어떤 결말로 이어지는지 계속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