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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가와하라 렌 지음, 양윤옥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슬픔이라는 걸..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게 하는데, 마냥 엉엉 울 듯 슬프게 만도 아니고.. 마냥 축축 처지게도 아니고, 슬프지만 슬픔을 꾹 참고 이겨내기 위해 입을 앙다문듯한 그 정도만의 슬픔을 표현하는 일은 참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한순간>에서 내가 느낀 슬픔은 그 정도의 슬픔이었다. (물론, 마지막 부분에서 그 팽팽하던 슬픔이 어이없게 ‘한순간’ 무너져 내리지만...)
이 이야기는 이즈미와 준이치의 사랑이야기이다. 사고로 준이치를 먼저 떠나보내고, 그 슬픔을 딛고 일어서고, 그 사고를 직시하며 홀로서기를 하기까지의 이즈미의 고해와도 같은 그런 이야기이다. 사고 이후 이즈미는 터널, 혹은 동굴 속을 헤매이다 붉은 꽃이 만발한 장면을 보게 되는 꿈을 자주 꾼다. 그 꿈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기억하고 있는 것 같지만 기억나지 않는 그것은 무엇일까... 이즈미는 그것을 찾아 나선다.
이야기는 그래서 많은 대화나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상황에 대한 묘사와 이즈미의 마음 표현만으로 전개된다. 영화라면 음..<그린 파파야 향기>와 같이.. 배우의 대사에 의존하기 보다는 시각적인 이미지와 분위기만으로 추측해야 하는 그런 영화일 것 같다. 그래서 이 소설이 영화화 된다는 이야기에 오히려 영화로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반색하게 된다.
앞서 말했듯이 이야기는 마지막에 왠지 맥이 풀려버린다.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 튀어 나오니.. 음.. 반전이라면 나름 반전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즈미처럼 마냥 같이 공감하며 행복해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하나 더 아쉬웠던 것은... CF의 전지현처럼... 상품은 기억에 남지 않고 전지현만 기억된다는 그것처럼, 소설보다는 아름다운 작가의 모습이 더 기억에 남는 그런 책이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