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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천사의 도쿄 다이어리 - 캐릭터 디자이너 서윤희의 일본 캐릭터 & 디자인 여행
서윤희 지음 / 길벗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도쿄는 나와 무슨 운명의 빨간 끈으로 이어진 양 이젠 좀 그만 생각해야지... 할 때쯤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 나 여기 있어 ” 하고 내게 손을 내민다. 그러면 난 어김없이 내미는 손을 외면하지 못한채 맞잡고는 행복해한다. 처음 도쿄에 다녀왔을 때의 흥분을 아직 잊지 못한다. 아직도 ‘도쿄’란 말만 들으면 귀가 솔깃하고, 몸이 따라 움직인다. 마음을 허락해 버린다.
어쩌냐.. 이젠 거의 자동 반사적이다.
역사적 사실 때문에라도 일본이 싫었던 적이 있었다. 아직도 주변에 ‘일제 시대’하면 치를 떠는 어른들이 있기에 일본은 거리상으론 가깝지만 마음으론 먼나라였다. 별로 가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러다... 우리 나라 정서상 왠지 떳떳하게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아라시’란 그룹이 좋아져 버렸다. 일본 드라마도 좋아져 버렸다. 호기심이 생기고... 직접 가보기까지 했다. 결과는... 지금은 일본이 좋다. 아니 더 정확하게 도쿄가 좋다. 아라시도 좋고... 오노 사토시는 완전 좋다!!! ^.^
아마 다들 이런 수순을 밟아 일본이 좋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크게 내색하기는 그런게 아직도 일본이 좋다고 얘기하면 제일 먼저 달리는 리플에 ‘일빠’라는 말이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칫, 그 리플을 단 사람은 분명 일본에 갔다 온 적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라고 생각해본다..
얘기가 너무 이상해지는데...^.^ 그렇게 도쿄를 좋아하게 되었고, 가끔 도쿄의 달콤한 맛이 떠오를 때면... 모든 걸 제쳐 두고서라도(역사적 사실은 오히려 도쿄에 다녀온 뒤로 더 많이 생각하게 만들고... 나를 갈등하게 만든다... 그리고.. 생각의 정립을 나에게 요구하고 있다..)떠나버리고픈 마음이 불끈불끈 솟아 생활하기 힘들어지기도 한다.
도쿄에 대한 책이 많이 나오고 있다. 아니 여행기를 담은 책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해야하나? 요즘의 추세는 남들이 안 가본 나라를 소개하거나, 아님 그 나라에서 살면서 경험했던 에피소드들을 모아 출간하는게 붐인 듯 싶기도 하다. 그 중 가장 나의 주목을 끈 것은 바로 이 책 ‘비비천사의 도쿄 다이어리’였다. 당연하지 않은가! 도쿄 이야기를 담았다는데...
화려한 외관의 책을 보며 솔직히 내용에 대한 기대는 많이 안한 것도 사실이다. 얼마전 출간된 한 아나운서의 도쿄 이야기에 많은 기대를 했다 실망한 기억이 있어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여행책같은 경우 소개하는 곳이 거의 비슷비슷한데 처음이야 유익한 정보가 되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뭔가 부족한 갈증을 느끼게 만든다. 신주쿠, 하라주쿠, 오다이바, 시부야, 우에노, 아사쿠사, 지유가오카, 다이칸야마, 에비스...... 가이드북이나 여행기를 담은 책 속의 도쿄는 딱 이정도? 2008년이 되어서도... 그리고 도쿄에 관한 책들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특별히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은 가뭄에 콩나듯 흔한 일이 아닌게 되버려서 솔직히... 실망이 컸었다. 도쿄의 다른 데는 없어? 좀 새로운 건 없니? 왠지 욕구불만까지 생긴다. 그러던 차에 보게된 이 책은 가뭄에 단비와도 같다. 새롭고... 몰랐던 사실을 알려주고.. 살아본 사람많이 알 수 있는 일본의 정서가 조금이나마 담겨 있다. 비비천사... 그녀가 풀어내는 이야기는 자연스럽고 깜찍하고 귀엽고 흥미진진하고 새롭기에 책을 읽는 내내 나를 흥분 상태로 만들었다. 재미난 옛날 이야기에 안달난 꼬마 아이처럼...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에도... 더해주세요... 더해주세요... 하고 부탁하고 싶어질 정도였으니..
금세 읽을 줄 알았던 책은 다 읽는 데만 이틀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 도쿄 지도를 옆에 놓고 책에서 추천하는 곳의 지하철역을 하나하나 찾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지도로는 역부족이었다고나 할까? 결국 아직도 찾지 못한 역, 장소가 몇 남아 있을 정도다. 머릿속으로는 일정을 짜고 근처에는 어떤 숙박이 있을까.. 궁리하고 있다. 아무래도.. 제대로 바람든 것 같다. 이래서 이 책이 서점에서 여행기 코너에 있지 않고 가이드북 코너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책속에 마냥 여행에 대한 설레임과 부추김만이 있느냐... 그렇지 않다. 내용 중 저자의 이야기는 왠지 모르게 나를 숙연하게도 만든다.
‘ 일본 사람들은 친구라 해서 많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해야 하고 그래야 친구로 규정된다고 믿기 보다는, 개인의 시간과 공간에 철저한 울타리를 치고 서로의 울타리 너머로 반갑게 오가는 것이 친구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
‘ 요즘 빠져 있는 것은 한국 전통 자수와 바느질이다. 여기에 빠져 들게 된 데에는 지난 2년 반동안 했던 일본 생활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 좀 더 훌륭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 더 깊은 문화적 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
‘ 여행자의 시선과 체류자 혹은 생활인의 시선은 역시 다를 수 밖에 없다 ’ 는 그녀의 말에 공감한다. 그래서 도쿄에 대해서만큼은 나도 생활인의 시선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왠지 나의 생각과 비슷한 걸 말하는 저자에게 많이 공감했다. 그리고 나도 무작정 그냥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뭔가 생각을 가지고 깊이 있는 자세로 일본을 대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그나저나... 5월에 도쿄에 갈때는 이 책을 꼭 가지고 가서 책에 소개된 많은 곳을 직접 눈으로 볼 생각이다. 과연 도쿄는 또 어떻게 나에게 다가와 어떤 인상을 남길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