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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한살의 프라하
박아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벽에 붙은 세계지도를 보며 프라하가 어디쯤에 있는지 가늠해 봅니다. 유럽을 찾고, 독일과 폴란드와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에 둘러 싸여 있는 체코를 찾으면 가운데쯤 프라하가 보입니다. 우리에겐 ‘프라하의 연인’이란 드라마 때문에 익숙하고, 가난한 배낭 여행객들에겐 싼 물가로 환영받는다는 도시라고 들었습니다. 그런 도시에 음악을 공부하겠다고 간 아름양이 있었습니다.
프라하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그리고 어렵게 도착한 낯선 땅 프라하에서 작은 소동을 겪으며 ‘ 난 프라하가 싫어’ 하고 말하게 되는, 프라하에 대한 싫은 기억을 갖고 그녀는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먼 곳으로 음악을 공부하러 간 그녀에게 도시 ‘프라하’는 인생을 가르쳐 주려고 작정했습니다. 길을 잃고 헤매는 세 명의 한국 배낭 여행객을 그녀가 자신의 따뜻한 집으로 데려 가게끔 일을 꾸민 것이지요. 아름양은.. 스물 한살의 어린 아름양은.. 처음 프라하에 도착했을 때 자신을 따뜻이 보듬어 주던 민박집 부부를 떠올리며 그들을 극진히 대접합니다. 또한 자신도 낯선 곳에서 고국을 생각하며 잠시 위안을 받습니다. 일주일을 머물다 떠난 여행객들은 아름양의 집을 여기저기 소문내고 다닙니다. 외국에 나가서 누군가가 자신에게 따뜻하게 해주면 그 기억은 정말 오래가기 때문이지요. 거기다가 아마 아름양이 해준 것보다 훨씬 부풀려 이야기를 했을 것입니다. 원래 소문을 그렇게 나는 거거든요.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핸드폰으로 그녀를 찾습니다. 한명, 두명... 점점 그녀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네요. 찾는 사람이 많아져도 그녀는 귀찮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더 편한 잠자리를 제공하고 더 맛있는 음식을 대접할 수 있을지 고민하지요. 그러다가 침대도 사고 아예 민박집을 해볼 생각을 합니다. 그녀만의 자유로운 규칙을 만들고 딱 그만큼만 지키려 노력하면서요. 가장 큰 원칙 ‘ 집처럼 편한 민박집’을 너무 잘 지켰기에 인기도 많아졌습니다. 도시 ‘프라하’가 막기엔 일이 너무 커져버렸네요. 이제 모든 것은 아름양의 손으로 넘어가 버렸습니다.
하지만 아름양은 ‘모든 걸 걸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를 외치며 무조건 민박집에 올인!을 선언했습니다. 좋아하던 음악 연습을 하면서도 민박집 집안일 걱정을 하고, 그래서 다시 연습에 열중 할 수 없었지만 그 뒤로 음악을 어떻게 했는지는 아름양이 말하지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자신의 결정에 교수님도 응원해 주실 거라는 얘기만 해주네요. 어쨌든 대세는 민박집으로 기울어 버렸습니다.
이렇게 민박집 일에 모든 것을 건 아름양에게 다시 프라하가 태클을 걸기 시작합니다. 일을 봐주시던 아주머님이 그만 두시게 된 것이죠. 하지만 아름양은 이 위기를 다시 기회로 삼게 됩니다. 새로 사람을 뽑고, 스스로도 음식을 배우며 직접 몸으로 부딪히기로 한거에요. 그 뒤로도 프라하는 그녀를 괴롭힙니다. ‘사람들이 떠나고 난 뒤의 허전함‘을 무기로 말이에요.
“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우리 집을 다녀갔지만 나는 번번히 사람들과 이별할 때 상처를 받았다. 이것은 아무리 많은 사람과 연습을 해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이후에 이런 일들이 점점 쌓이자 어느새 나는 내 자신을 보호하는 법을 배웠고 더 이상 예전처럼 사람들을 대할 수가 없었다. 언젠가는 떠나 버릴 사람들에게 온갖 정성을 다 쏟아 붓는 것이 덧없이 느껴졌고 내가 상처 받지 않기 위해서는 적당한 선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굳은 결심에도 불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또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왔고 결국은 나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 172P
그 일을 두고 후일에 그녀가 한 말입니다. 담담한 말투에서 알 수 있듯이 그녀는 그 일을 계기로 훌쩍 커버린 것입니다. 역시 시련은 사람을 크게 만드나 봅니다. 프라하 안에서 마냥 어리기만 했던 그녀는 자신이 꿈꾸던 것을 이루는 방법을 아는 행복한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 때를 다시 생각하며 책도 지었답니다. 그 안에는 아름양이 커 온 이야기가 적혀 있었습니다. 자신에게 시련을 주었던 프라하의 골목 골목 자세한 설명과 덧붙여 프라하와 자신만 알고 있는 이야기도 적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읽는 저에게 잔잔한 미소와 더불어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동까지 주네요. 아름다운 프라하의 사진들은 비록 아름양이 그곳에 없더라도 가보고 싶다는 욕망까지 생기게 합니다. 어허... 대책없는 마음같으니라구..
지금 아름양은 그녀의 민박집 풀하우스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네요. 그것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녀가 프라하에서 보여준 모습이라면 어떤 일이든 잘 해내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생깁니다. 그녀는 이미 인생을 터득했고, 마음을 다해 모든 걸 걸줄 아는 용기도 지녔으니까요. 앞으로 나아가는 그녀의 앞에 파이팅을 외쳐봅니다.
박아름양! 파이팅! 더불어 나도 파이팅! ^.^ 그리고 대책 없는 스물 한살들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