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꿈 - 오정희 우화소설
오정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살다가... 살다가...
아주 가끔 '정리되지 않는... 조금은 찜찜한 감정'이라는 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건...

'정리되지 않는...' 이기 때문에 무어라 정의할 수 없고, 명확한 판단도 내릴 수 없는 허공과도 같게 느껴지는 그런 것이다.

'찜찜'하기에 두고두고 불편함 같은 걸 느껴줘야 하고.

'돼지꿈'을 읽으면서 그런 감정을 느꼈다.

책 광고에서 본대로 <단지 일상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깊은 삶의 순간들을 포착한> 그런 책이기에...

분명 저 감정은... 일상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닐까 생각되기에 그럴지 모르겠다.

 

  구지 인생을 논하고 싶지 않지만... 인생은 살아나갈수록 더 오묘한 질문의 연속같다는 생각을 한다.

해결될 줄만 알았던 그 많은 질문들 외에도 언제, 어느때, 어느 곳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새로운, 기가 막히는 질문들이 나를 기다리며 해결책을 요구하는 듯 느껴진다. 내가 내밀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그저 시간의 흐름에 기대어 스스로 해결되는 것 뿐인데, 가끔은 그게 답이 아닌 경우가 있어 나를 당황케한다.

우화처럼 나열되는 단편 소설 모음 <돼지꿈>에는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사소한 일상이 모여모여 또아리를 틀고 있다.

자신의 생일을 잊은 남편과 아이들에 대한 불만을 가지게 되다가도 그들이 벌인 한바탕 사기극(?)에 행복을 느끼고, 근처에 살고 있는 옛 첫사랑 남자가 보낸 꽃이라 믿고 남편이 볼세라 이리저리 숨겼는데 결국 알고보니 남편이 보냈던 것이고.. 입양해온 아이가 자신에게 정을 주지 않아 아이를 다시 보낼까 고민하다가 늦은 밤 자신을 위해 사놓은 옷을 입어보고 있는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고...

인생의 여러 감정들이 이 책 한 권 안에 녹아 있다. 그 감정들에 휩싸여 웃었다 분노했다 울다...를 반복하게 된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다들 비슷하게 살고 있구나.. 해답이 없으면 어때.. 오쿠다 히데오 식으로 <인생 뭐 있어? 다 그런거지> 하고 넘어가는 거지 뭐.. 이런거였다.

 

이 책에는 소시민의 평범할지도 모르는 일상이 너무도 낱낱이 드러나버린다.

그래서 그런가? <우동 한그릇>처럼 어려운 일상에서도 가족의 따뜻한 마음으로 위로를 받는 그런 이야기를 내심 기대했다가 쓸쓸한 가을...

인생무상을 느끼고는 조금 더 추워져버렸다.

아니, 어쩌면 책에서 던진 작은 화두 <인생> 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나혼자만 쓸쓸해진건지도..

왜 요즘은 <인생> 이 팍팍하게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역시... 가을이어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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