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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
정혜윤 지음 / 푸른숲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니언 활동을 하면서 여름 테마에 이 책이 유독 많이 추천되어 있어서 어떤 책일지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보게 되었다. 지난번 스페인 여행때 가이드북을 제외하고 볼 책으로 이책을 가져가기도 했다.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진중권, 정이현, 공지영’씨가 쓴 부분을 읽다가 잠이 들었다. 그리곤 여행 내내 한번도 펼쳐보지 않았다. 이 책은 꼼꼼히 정성을 기울여 읽어야 할 책이다. 그렇게 읽어도 반이나 이해하면 다행인 책이었다. 나에겐.
울긋불긋 단풍이 곱게 물들어갈 때 쯤 다시 책을 펼쳤다. 어려운 책은 아니지만 왠지 여전히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책이었다. 그래도 책을 잡고 끝까지 읽어 내린다. 그들이 읽은, 나는 읽지 않은 책 목록도 만들어본다. 언젠간 나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들과 똑같은 깨달음은 아니겠지만, 나도 나만의 느낌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믿음을 가져본다.
‘정혜윤이 만난 매혹적인 독서가들’ 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정혜윤씨가 만난 독서가들의 독서 편력을, 그리고 그들이 미래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끼친 책들을 알 수 있는 책이었다. 그들은 <진중권><정이현><공지영><김탁환><임순례><은희경><이진경><변영주><신경숙><문소리><박노자> 이다. 그들이 좋아한 책..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좋아하는, 감명받은 책이라는데 솔직히 궁금하긴 하다. 책을 읽어 나가면서 느낀점은 모든 분들이 다 대단한 독서광이라는 것이고,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이 확실하며, 어떤 책을 통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이 대단하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가장 큰 충격은... 나(내가 읽는 책)와는 전혀 다른 취향의 책을 거리낌 없이 읽어낸다는 것이었고. 그들이 읽은 책 중에는 내가 읽은 책도 있지만, 읽지 않은 책.. 들어보지도 못한 책이 그득하다.
그들도 읽고 나도 읽은... 하지만 전혀 다른 기억의 책..
그들도 읽고 나도 읽은... 하지만 깨달음은 전혀 다른 책...
그들은 읽고 나는 읽지 않은... 하지만 앞으로도 읽고 싶지 않은 책...
그들은 읽고 나는 읽지 않은... 그래서 묘한 이끌림을 주는 책...
이 책을 읽고 내게 남은 건, 정혜윤씨가 만난 사람들이 아니라 역시나 책이었다.
여러 가지 다른 기억으로 남을 수 있고, 한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힘을 가진 책들...
기억하기 위해 적고 또 적어 놓는다.
요즘 책을 읽으면서, 내용을 읽으면서는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다가 마지막 ‘작가의 말’ 또는 ‘ 옮긴이의 말’ 또는 누군가의 추천사를 읽고나서야 ‘아’ 하며 깨닫는 일이 많아졌다. 이 책도 조금 그렇다.
“ 왜냐하면 책이란 다름 아닌 사랑의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고 결국 어떤 책을 사랑하느냐는 그 사람의 속성, 그 사람의 자존감, 그 사람의 희망, 그 사람이 꿈꾸는 미래, 그 사람이 살아온 삶, 그 사람의 포용력, 그 사람의 사랑에 대해 더할 나위 없이 정확히 짚어주기 때문이다. ” (P 277)
바로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 내가 이 책을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 제시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천천히 시간을 두고 다시 한번 읽어 보고 싶어진다.
그들이 한권의 책에서 인생이 시작되었다면 나역시 이 책 한권에 담긴 책들에게서 무언가 시작되길 또한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