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랑정 살인사건

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임경화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이 책은 2008년에 출간되었지만, 왠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끔 만드는 소설이었다. 아마도 그의 소설 중 ‘용의자 X의 헌신’을 최초로 읽었기에 더욱 더 그런 생각을 갖게끔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면 마지막에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졌을 때 절대 공감할 수 없어서였기 때문일까? 김계모 톤의 목소리로 “ 이건 아뉘지... ” 하고 말하고 싶게 만드는 범인의 실체였다.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읽을 때면 마냥 안타깝다. 그의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어쩜 그리 안타까운지... 그래서 범인임에도 그를 동정하게끔 된다. 그가 실제로 내 옆에 있다면 아마 나는 내게 있는 돈 모두를 그에게 주거나 피신처를 제공하거나 그랬을 만큼, 뭐든 해주고 싶게 만드는 그들은 상처받은 영혼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미워할수 없는 악인... 히가시노는 그런 캐릭터를 만드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듯하다.  회랑정 살인사건의 범인은 그와는 조금 다르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오히려 피해자다. 회랑정이라는 여관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의 피해자 기리유. 그녀는 자신에게 해를 입히고, 그녀의 전부였던 남자 지로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칠십대 노파의 분장을 하고 다시 회랑정에 숨어든다. 그녀는 악인도 아니고, 범인도 아니지만 역시나 상처받은... 물에 젖어 한없이 떨고 있는 새와 같은 존재이다. 오직 복수심 하나로 버티고 있는.. 

  그녀의 범인 찾기에 동참하여 사건을 지켜보면서 참 아슬아슬했다. 언제 탄로날지 모르는 그녀의 상황도,  또 다른 살인 사건이 일어나 새로운 긴장 관계가 성립되는 것도, 범인이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호기심도 모두 그러했다. 그 상황에 몰입해 버리니 책 한권을 그냥 뚝딱 읽어치울 수 있었다. (뭐가 초기작품이라는거야!!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은 역시나 대단했다)

  그리고 생각한 것은 내가 그를 범인으로 인정할 수 없었던 이유였다. 그를 범인이라고 인정해버리면 기리유가 너무 불쌍해져버려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나보다. 기리유 에리코는 그런 대접을 받아서는 안되는, 그렇게 이용되서는 안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난 기리유가 선택한 반전이 오히려 제대로 된 결말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상황을 만든 범인의 최후로는 괜찮은 결말이다.

  다른 이야기지만, 지금 히가시노 게이고의 새 작품이 일본에서 드라마로 방영중이다. 예고편을 봤을 때 ‘ 어려서 부모를 잃은 세남매의 복수극 ’ 이라는 것과 이 대사 “ 어른이 되면 범인을 찾아서 셋이서 죽여버리자 ” 에 반해버렸다. 그가 보여주는 새로움과 독특한 그의  작품 세상이 좋아 다음이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