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밥을 좋아한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찬 밥에 물을 말아 된장기 슬쩍 한 멸치로 푹 지진 시래기나 김치 쭉 찢어 한 술 크게 뜬 숟가락 위에 척 올려 먹어도 좋고
집에 있는 반찬 대강 차려놓고
음악 틀어놓고 책이나 만화책 한 권 펴놓고 세월아 네월아하고 차분히 먹는 밥도 좋다
다른 사람 신경쓰지 않아서 좋고 특별히 안 챙겨줘도 좋아서 좋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이 다른 사람이 해 준밥이라는데
나에게는 그것은 아닌듯 하다
내가 해 먹어도 좋으니 나만의 시간으로 오롯히 만들어서 먹는 밥이 제일 맛있는것 같다.
집에서 혼자 먹는 밥은 신경쓰지않고 대강 먹는것이 대부분이라는데 물론 그럴때도 있지만
나만을 위한 만찬이라는 기분으로 제대로 차려 먹는경우도 많다
물론 나 혼자만을 위해 한번만 요리를 한다면 정말 즐겁게 먹을 수 있을 건데...
먹고 설겆이까지 다 해놓고 나서 한숨 돌리고 나면
다시 다른 끼니를 가족들을 위해 준비해야한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순간....
한참 오래전... 기억이 난다
혼자라는 것만으로도 시선을 끌던 그 시절.
살던 고향을 떠나 낯선 서울땅에
친구하나 없고 모든 것이 낯설던 그 때
영화는 보고 싶고 같이 갈 만한 사람은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혼자 영화를 보러갔던 때..
실제 친구들한테 영화보러가자고 해도 안 갔을지도 모른다
내 친구들은 영화보는것을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영화제목도 기억이 안 나는데 을지로 그 근처에 있던 극장이었던것 같다.
그것이 혼자 뭔가를 하기시작한 처음이었던것 같다.
영화한편보고 집에 와서 점심 먹든지 아니면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세편짜리 심야영화보고 졸면서 자면서 집에 와서 자고.. 심야영화는 혼자 보러 못 갔었다. 무서워서~ 끝나면 지하철 다니기 시작했었을때 였을 것이다. 동생 꼬드겨서 다녔던 기억이 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즐겁게 자신에게 충실하게 살았던 때 인것 같다.
타인을 신경쓰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보고 싶은 것을 맘껏 할 수 있었던 시기.
문화적으로 정서적으로 가장 혼란스러웠으면서도 가장 충만했었던 시기..
비록 혼밥은 못 했지만.. 식당에 들어가 혼자 밥 먹는게 왜 그리 창피하다고 느껴졌는지.. 그래서 주로 김밥. 도넛. 그런것을 먹고 다녔던것 같다.
소심하기는...
지금은 혼자라는 것이 흔하다
카페를 가도 혼자 와서 공부하고 차 마시고 자기할 일 하다간다. 옛날 어렸을 때 작은 소원중 하나가 지나가다가 혼자 들어가 편하게 있을 수 있는 카페를 하는 것이었다. 혼자 와도 어색하지 않는 그런 카페. 지금은 워낙 많으니까. 극장도 여행도 혼자 하고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러가도 혼자 온 사람들이 많다.
문화활동은 혼자가 편하기는 하다
하지만 아직도 높은 문턱 중 하나가 혼자 밥 먹는 것이다
식당에 들어가서 앉으면 꼭 묻는다. 일행 올 때까지 기다리시겠어요? 몇분 오세요? 메뉴도 2인이상이어야 가능한 경우도 많다. 심지어 백반을 시켜도 1인분은 반찬가지수가 한 두개 빠진다고 하면서 그래도 시킬려면 시키라고 한다.그럴때 참... 어차피 다 먹을 것도 아닌데 빠진다고 하면 손해보는 기분이 들어 안 시키게 된다.
반찬 가짓수가 한식의 특성때문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혼자 먹으러 갈 때는 단품요리. 일품요리를 많이 먹게 된다. 비빔밥. 국수등..
그래도 요즘은 찌개요리도 1인분이 가능해 좋다.
물론 1인분 주세요. 그럼 싫어하는 식당주인도 있지만~~
누군가 그랬다고 한다
진정한 독립은 혼자서 밥을 즐기면서 먹을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라고..
이 책은 요리책도 식당 소개책도 아니다
물론 책 말미에 혼자 가기 좋은 식당 100개를 소개해주고 있기는 하지만 거기는 패스!!!
혼자서 다니면서 먹었던 음식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평범하던 음식이 추억과 사연이 쌓이면서 기억속에 차곡히 쌓여가면서 특별한 음식이 되고 맛있는 음식이 되는 것이다. 거리를 걷다가 어딘선가 흘러나오는 냄새로 그 기억들이 스멀 스멀 나올것이다. 그 맛과 추억의 농도는 짙어질 것이다.
결국에 음식의 맛도 기억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
나중에 다시 먹으면 그 맛이 안 나는 것을 보면 더욱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책 속의 음식들도 사진이 아니라 펜으로 그린 음식그림들도 정감가고 좋다. 화려한 색감의 요리사진들을 보면 가끔 보면서 질린다는 느낌이 들때도 있다.
담백하고 간결한 음식들. 책 속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기주장을 확실히 하는 음식들이지만 강요는 하지 않은 음식들..
글로 보는 심야식당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 애당초 혼자 먹는 것은 외로운 일도 부끄러운 일도 전혀 아니다. 다른 무엇보다 배가 고프면 사회에서 치열한 싸움을 할 수 없을 뿐더러 오늘 하루를 버터낼 기운도 안 난다. 먹고 이겨내야 하는 상황에 혼자든 둘이든 매번 흠칫거리거나 엉거추춤한 태도를 취한다면 세상을 살아나갈 수도 없다. (7p)
-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이 또 하나 있다. 혼자 일때는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서는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 조금 더 먹고 싶고 마시고 싶을 때라도 그 직전에 깔끔하게 마무리를 짓는다. 즐거운 와중에 과감하게 매듭짓는다. 그러면 기쁜 마음의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다. 그게 바로 다른 사람을 대접할 때와는 다른 면이다. 누군가를 대접한다면, 시간도 노력도 아낌없이 듬뿍! 그렇지만 자기가 자기를 대접할 때는 만족하기 일보 직전이 좋다. 이제 슬슬 만족에 손이 닿을 듯하다 그것을 알아채는 순간, 과감하고 깔끔하게, 요컨대 일찌감치 끝낸다. 물론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이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15p)
- 혼자는 재미있다. 자기 멋대로 계획없이 무작정,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얽매이지 않고 발길 닿는 대로 가끔 하는 실패나 낭비도 나 혼자 받아들이고 끝내면 그만이니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순간이 있다.
‘그래, 다음에는 그 사람을 데리고 와야지‘라는 생각이 들 때다. 혼자만의 시간에 새로운 선물을 받는 기분이다. (17p)
- 정식은 가정식에 가장 가깝다. 특별한 요리가 아닌 것이다. 자기가 손수 만들든 주부가 만들든 엄마가 만들든 요컨대 가족 누군가가 평소에 만들 법한 평범한 맛, 지나치게 공을 들이지 않은 맛... ‘난 지나치게 맛있으면 묘하게 산만해져서 오히려 싫던데‘... (71p)
- ‘된장국만 제대로 먹어도 절대 감기에 안 걸린단다‘ 지금이라면 순순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된장국이나 수프나 마찬가지이다. 보글보글 푹 끓여서 자양분이 듬뿍 배어 나온 뜨거운 국물이 목을 타고 흘러들어 온몸으로 서서히 파고들면, 신기하게도 힘이 불끈 솟는다. 손 끝에도 목덜미에도 등에도 전열선처럼 찌르르 열기가 전해지며 불이 밝혀진다. 설령 짜증스럽고 화가 날 때라도 잠시나마 편안하게 가라 앉는다 (96p)
- 도시락에는 본심이 드러난다. 허술하면 허술한 대로.
정성을 쏟으면 정성을 쏟은대로 과도하게 허세를 부리면 그것 또한 고스란히 드러난다.... 눈가림이나 허세가 없었다. 그래서 먹다보면 마음이 온화해졌다. 또 먹고 싶다. 저절로 그런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126p)
- 혼자라도 즐겁다. 둘이어도 물론 즐겁다. 분명 기운이 없을 때라도 분명히 나름대로 온화하게 파도를 잠재울 수 있을것 같다. 속 깊은 곳이었네. 선술집은.
˝뭐 하긴 궁합이지, 최종적으로는.˝ ... (22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