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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귀, 선덕 여왕을 꿈꾸다 ㅣ 푸른도서관 27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월
평점 :
지귀, 선덕 여왕을 꿈꾸다
꿈꾸듯 빨려들어가게 만드는 제목부터 멋들어진다.
한낱 설화의 주인공인 지귀 스토리를 하나의 대작으로 완성시켜 놓은 작가의 실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알고 있는 지귀는 선덕 여왕을 맘속으로 사모하다 탑돌이를 하다 잠이 들고 그런 지귀에게 팔찌를 놓고 간 선덕 여왕을 생각하던 지귀에게 사모의 불꽃이 피어 올라 자신을 태우고 탑까지 태운 걸로 알고 있다.
신라시대의 역사 속으로 다시 들어 가 탄생한 지귀는 변방의 인물이 아닌 핵심 주인공으로 그려진다.
염종의 아들 가진과 춘추의 아들 법민은 멋진 신라의 청년들로 모든 면에서 뛰어난 진골 귀족 출신이다. 하지만 그들의 아버지들은 신라의 주력 세력이긴 하지만 같은 파가 아닌 반대세력이다. 당시 고구려와 백제의 침략 속에 나라를 위해 당나라에 협조를 요청하기를 원하는 춘추나 김유신과는 반대되는 생각을 가졌다지만 염종과 비담 무리는 사실 서로의 견제 속에 이념과 사상이 달랐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현실의 국회에서 파행되는 모든 걸 보자면 단지 서로의 의견이 다르다는 것과는 별개로 무조건적인 반대로서 무례와 결례를 행하는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지어주신 뜻 지에 귀할 귀의 이름을 가진 지귀는 이름의 뜻대로 나라의 보탬이 되고 싶은 생각에 힘든 일에도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히 훈련에 임하여 김유신 장군의 눈에 든다. 지귀는 어려서 탑돌이를 돌다 만난 가진이 자신의 이름의 뜻을 알아차리고 평민인 자신에게 살갑게 대해준 그를 잊지 않고 있다. 후에 그의 낭도가 되고자 하지만 막상 김 유신 장군의 명을 받아 그의 낭도로 들어가게 된다. 가진은 지귀를 죽은 동생과 같이 대해주고 믿게 되는데 여왕이 후계자를 조카 춘추 쪽으로 정하자 가진의 아버지인 염종과 자신의 약혼녀의 아버지인 상대등 비담등은 춘추의 친당 입장을 반대하며 거사를 일으키려 한다.
그런 정보를 접한 지귀는 춘추의 아들 법민에게 전하지만 가진에 대한 충정의 마음속에 그를 반역하는 입장에 놓이게 되자 번민한다. 평민인 자신을 가진과 똑같이 정답게 대해 준 여왕에게 가지의 일을 알리어 가진을 살리고자 노력하지만 막상 만나지 못하고 잠이 들어버린다. 그의 마음을 안 여왕은 금팔찌를 지귀의 가슴 앞에 놓아둔다.
어지고 백성을 많이 사랑하는 여왕은 후에 선덕으로 칭송되는 바로 그 선덕 여왕이다. 평생을 홀로 살며 한 사람을 위한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자 하였지만 죽을 날을 얼마 두지 않은 나이에 늦어서야 그런 마음이 가진을 통해 든다. 자신이 아끼고 사랑하는 가진의 미래와 신라의 미래를 위한 여러 생각과 고민 속에 승만을 후사로 정하고 염종과 비담의 거사를 알게 되고 진심으로 가슴 아파한다. 모두가 신라의 백성이기에 특히나 염종의 아들 가진의 불행한 앞길에 가슴을 찌르는 통증을 느낀다. 가진을 구하고자 하는 지귀의 마음을 또한 알기에 지귀에게 자신의 팔찌를 두고 오지만 지쉬는 끝내 가진랑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탑과 함께 자신을 불태워버린다.
강숙인 선생님의 역사 소설은 대부분 신라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그 끝이 거의 아련함과 언해피로 마무리된다. 이 역시 불운한 역사 속에 태어나 짧은 생을 마감하는 멋지고 아름다운 청년 가진과 그를 마음속에 품고 생을 마감하는 선덕 여왕의 아름다운 외사랑이 가슴 아프다. 또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끝내 목숨을 버린 지귀의 결말도 눈가를 젖게 한다.
오랫동안 가슴앓이로 남게 될 지귀, 선덕 여왕을 꿈꾸다. 는 또 다른 이야기 속 지귀와 신라의 역사 속 이야기가 함께 매력으로 남을 것이다. 지귀가 꿈꾸던 세상이 그 당시에는 이뤄지지는 못하였지만 이 현실의 세상 속에서 꼭 이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