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젤로
데이비드 맥컬레이 글 그림, 김서정 옮김 / 북뱅크 / 2009년 1월
평점 :
언제부턴가 그림책이 좋아졌다.
그림과 함께 간결한 이야기가 곁들어져 있어 그림을 통해 마음껏 상상할 수도 있다.
그림은 그림대로 좋고 재미난 이야기는 보너스처럼 여겨질 때도 있다.
글과 그림을 함께 그려내는 많은 작가들을 보면 경이로울 때가 많다. 데이비드 맥컬레이 역시 홀로 글과 그림을 함께 그려내서인지 이야기 속 그림이 이야기와 더 밀착되어지는 것 같다.
미장이가 뭐야? 하는 아이와 함께 그림 속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다 보니 미처 혼자 읽을 때는 느끼지 못한 것을 아이는 쏙쏙 끄집어내는 게 놀랍기만 하다.
오래 된 성당의 죽어가는 조각상을 다시 살려내는 어찌 보면 조각상에게 생기를 불어 넣는 일을 하는 안젤로라는 노인은 자신의 일을 좋아하기에 죽어가는 새 한 마리가 자신에게 짐이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낱 생명이 없는 조각상에게도 생명을 불어넣는 그가 생명을 살리는 일도 소홀히 하진 않았다. 점차 자신이 돌보는 새에게 애정이 생기고 그런 새 역시 노인을 도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점차 나이가 먹고 지쳐가는 노인 안젤로는 그의 동지이기도 한 새에게 이름을 붙여준다.
이름조차 새가 좋아하는 실비아란 이름인데 이제 그에겐 그가 죽고 홀로 남을 실비아의 장래 때문에 수심에 잠긴다. 그런 안젤로에게 갑자기 든 생각은 실비아의 미래를 책임져 줄 튼튼한 둥지를 지어주는 것이다.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긴 후 행복해하는 안젤로는 세상을 떠나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성당을 손보게 되었을 때 실비아의 변하지 않는 튼튼한 둥지를 발견한다. 그 속엔 낡은 모자가 들어있다.
혼자 일을 즐기던 노인 안젤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했지만 그에게 외로움의 오랜 망각의 기억을 깨운 건 그가 돌보게 되었던 새, 실비아였을 거다. 누군가와 함께 생활하는 활기와 생기 속에 행복해하고 함께 주말의 여유를 돌보게 되는 아늑함을 가지고 실비아의 미래까지 생각하는 안젤로의 마음이 주는 아련한 가슴 시림을 무어라 이야기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새라는 동물과의 교감을 통해 외로움을 주고받던 노인의 외로움이 마음을 그저 따스하게만 느껴지게는 하지 않는다은 모자처럼 보이는 물건이 들어있다는 이야기의 끝이 마음의 위안이 된다. 실비아 또한 노인에 대한 그리움이 그의 물건을 통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진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