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기럭지에 감탄한다.
근데 그 기럭지가 정우성만 있는 건 아니다
공유도 길고 강동원도 길다.
몸 좋은 애들이 한둘이냐
기럭지로 승부하기에 나이도 많고
오래된 배우라 그다지 새로울게 없다
하긴 정우성 나이또래집단에선 드물긴 하다.
그에게 마초적인 매력이 있어. 라고 말했더니
옆집 아짐. 반항적이어서 그런가 한다.
반항적인 이미지보다 그에겐 수컷의 이미지가
강하다. 섹시한 수컷의 느낌도 있지만
그보다 인간인 남자의 외로움에 느낌이 훨씬 강해보인다
정우성이라는 인간자체가 갖고 있는 쓸쓸한 느낌.
그래서 그가 연기에 몰두해서 감정에 몰입한다치면
배우로 보여주어야 할거보다 자신의 느낌이
많이 묻어나온다. 그래서 어색하고 그래서 정우성만 남아 보인다
감정을 배제하고 쿨해보이게 움직이면 화면상 그대로
폼나는 기럭지만 보이는 것이다.
사진에 한 장면처럼 화보같은 모습만 남는다.
너무 깊이 들어가서 날것의 정우성만 보이거나
아니면 표면의 간지나는 정우성만 보이거나 하는거 같다.
그 날것의 정우성을 우리는 부담스러워 한다.
유머러스하거나 따뜻해보이는 사람 대하기가 편하다.
내가 무얼 해도 그 상대가 받아줄 수 있을거 같으니까
하지만 외로워 보이는 사람은 위로해줘야 할거 같거나 은근 어렵다
말이 필요없이 그냥 앉아만 있어도 되는 것인데 그 말없음이 어렵다
배우를 보고 있음이 아니라 누군가의 연기하지 않은 내면을 보고 있음을 안다.
감독들도 그에게 연기변신을 요구하기 보다
그가 갖고 있는 이미지를 써먹는 거 같다.
아직은 그것으로 승부가 가능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의 느낌을 대체할수 있는 배우가 없어서인가
감독들도 그의 이미지에 중독되어서 다른 역을
생각하기 싫어서인가
놈놈놈만큼 대박났던 영화가 그에겐 없었다.
전에도 폼은 좋았는데 이렇게 잘 살린건 없었다.
그래서 앞으로가 조금 불안하다.
어떻게 폼을 내어도 이보다 더 멋지긴 힘들거 같다.
어느 각도에서도 그가 보여주는 모습이 더이상 완벽할수 없다
(내가 완전히 그를 좋아하고 있긴 하다. 이건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내 삶의 한 시간에 그가 같이 살고 있는게 분명하다.내 남편이 아니라 참 다행이다 싶다. )
그가 어느날 완변한 연기 변신을 한다면 누가 제일 서운할까
얻는게 있으면 잃는게 있다고 그의 외로운몽상가적 매력을
잃고 연기력을 얻는다면..감독들 여배우들 남배우들. 그가 몸담고 있는 영화판에서 더 서운하지 않을까
나는 그가 화면속에 있는 손에 잡히지 않은 배우처럼
빛났으면 하는 바램 가지고 있다.
내가 갖고 있는 허영심을 그가 채워졌으면 하고 바랜다.
그 바램뒤에 나는 웃음짓고 있다.
그가 내가 살았던 시대가 같아서.
같이 늙어가서
나는 좋다.
내 생애 책 한권 뽑으라면 망설이겠지만
내 생애 배우 한사람을 뽑는다면 정우성을 뽑겠다.
불완전한 매력을 가진 외로운 남자.
유치찬란한 온갖 수식어와 은근하게 좋아한다는 온갖 수식어로
포장을 해서 식상함의 범벅이 되어도
나는 정우성이가 참 좋다.
뱀발 : 나와 그가 같은 정씨인것도 너무 뿌듯하다면 오버다
그렇긴 해도 난 그 오버도 좋다.
이렇게 써도 서운한 마음.
그의 가슴에 귀를 기울이면 바람이 불고 있을거 같다. 그 바람이 휘몰아치지도 조용하지도 않게 쉬임없이 불고 있을 것이다. 쉼없는 바람 한 자락이 내 안으로 들어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들뜨게 한다. 서글픈 바람 한 아름이 눈물나게도 하고 쓸쓸하게도 한다.
정우성은 예술가의 감성을 가졌다. 작품을 만들지 못하는 예술가의 감성을..가만히 생각해보니 그의 안에 부는 바람이 작품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조금 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