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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테이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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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誘惑, Temptation)

사전적 의미로는 “1.꾀어서 정신을 혼미하게 하거나 좋지 아니한 길로 이끎. 2.성적인 목적을 갖고 이성(異性)을 꾐(네이버 국어사전 발췌)”인데, 풀이에서처럼 “유혹”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이성(異性)”의 유혹일 것이다. 그런데 이성 뿐만 아니라 각자의 기호나 취미, 또는 지향하는 목적에 따라 유혹의 대상이 제각각일 텐데, 예를 들어 식도락가(食道樂家)”들에게는 새로 맛보게 되는 음식이, 쇼핑 중독자들에게는 “신상(新商)”이, 다음 달 대선(大選)에 나서는 후보자들에게는 무엇보다도 “대통령(大統領)”이라는 자리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 될 것이다. 이처럼 이 세상에 널려 있는 수많은 유혹꺼리 중 거부할 수 없는 정도를 순위로 매긴다면 가장 상위 목록을 차지하게 될 유혹 중 하나가 바로 “성공(成功)”에 대한 유혹일 것이다. 이런 성공에도 사업(事業)적인 성공, 재물(富), 학문적 성취, 정치권력(政治權力) 등 사람들 마다 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어떤 자기 계발서에서 성공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혹”이라고 표현 - 개인적으로는 동의하기 어렵다 - 할 정도로 모든 이들에게 성공에 대한 유혹과 열망은 보편적인 정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이런 성공 스토리에는 정형화된 두 가지 패턴이 있는 것 같다. 우선 오직 성공에 대한 열망 하나로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마침내 성공을 이룬 “인간 승리” - 이런 류는 뭔가 “교훈”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려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 버전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역시 오랜 고통 끝에 성공을 이루었지만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속담처럼 과거의 초라했던 자신의 처지와 성공에 대한 열망은 금세 잊어버리고 성공의 달콤함에만 취해 급격하게 타락해버리는, 결국 그 성공의 정상에서 다시 끌어내려져 비참한 신세가 된다는 버전 - 물론 이 버전에서도 “교훈”적인 목적이 있긴 하다 - 이 있다. 물론 두 버전이 혼합되기도 하고, 또는 이런 패턴에서 벗어난 다른 스토리들도 있지만 대개 저 두 패턴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읽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템테이션(원제 Temptation/밝은세상/2012년9월)은 바로 두 번째 패턴을 따르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보니 뻔한 스토리와 결말,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의 교훈은 식상하지만 그래도 이야기 자체는 참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올렸고 출판사 소개글에 자세한 줄거리 소개가 있으니 간단하게만 요약해보자.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무명 시나리오 작가 생활을 했던 주인공 “데이비드 아미티지”, 그의 시트콤 시나리오가 방송국에 채택되어 대 히트를 치게 되면서 미국 TV의 아카데미상이라 평가되는 “에미상(Emmy Awards)”에서 올해의 드라마 작가상을 수상할 정도로 일약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런데 이 친구, 성공가도를 달리게 되자 무명 시절 자신과 함께 했던 아내와 이혼하고는 방송국 부사장 겸 이사인 미모의 여인과 바람을 피우는 앞에서 말한 두 번째 패턴을 그대로 답습한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그의 재능을 시기하는 대재벌인 “필립 플렉”의 음모에 걸려들어 표절 혐의를 뒤집어쓰고 그의 과거 작품마저 플랙에게 모두 빼앗겨 버리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방송국 부사장 여인도 그를 매몰차게 버려 버리면서 그는 한순간에 나락(奈落)에 빠져 버린다. 결코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나락에서 그에게 실낱같은 구원(救援)의 기회가 다가온다. 다름 아닌 자신과 자칫 미묘한 관계가 될 뻔 했던 플렉의 아내가 그를 구원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그는 과연 실추한 자신의 명예와 성공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는 동안 무슨 남성(男性)판 “할리퀸 로맨스(Harlequin Romance)”를 읽는 줄 알았다. 무명작가가 일약 스타 작가로 성공해서 부(富)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여인을 얻게 된다는 스토리가 그만큼 통속적이고 뻔했기 때문이다. 성공을 이룬 후 전개될 이야기도 너무 쉽게 예측이 가능할 것이다. 좋은 일에는 마(魔)가 낀다고 당연히 주인공의 적(敵)이 등장해서 그를 몰락시킬 테고, 한때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에 떨어져 좌절하던 주인공은 역시나 또 다른 여인 - 당연히 절세미인에 주인공의 처지를 단숨에 바꿔놓을 능력 있는 여성이어야 한다 - 덕분에 재기(再起)하여 자신의 적에게 통쾌한 복수를 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성공과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다는 결말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스토리는 내 예상과 한 치도 어긋남 없이 그대로 전개되고, 결말에서 예의 상투적이고 식상한 교훈으로 마무리된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이렇게 뻔하고 식상한 스토리와 결말 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이 쉴 새 없이 페이지를 넘어가게 만드는 “재미”가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두 가지를 들 수 있겠다. 먼저 서두(序頭)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성공하고 싶은 욕망은 속세(俗世)의 명리(名利)를 초월한 수행자나 종교인이 아닌 이상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보편적 정서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오랜 무명 생활 끝에 성공을 거두고, 다시 실패했다가 재기하는 과정이 마치 자신에게 일어난 일 인양 감정이입(感情移入)하게 만든다. 즉 성공으로 부와 권력, 미인을 얻을 수 있다면, 어쩌면 현실에서는 1%도 채 되지 않을 그런 불가능한 상황이 자신에게도 일어났으면 하는 판타지적 상상력이, 아니 이렇게 소설을 통해서 대리만족(代理滿足)이라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절로 감정이입을 일으키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푹 빠져들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인 셈이다. 두 번 째는 바로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글 솜씨에 있다고 하겠다. 이미 국내에서 <빅 픽처>라는 소설로 큰 인기를 끌었었던 유명 작가인 그는 출간하는 소설마다 화제와 인기를 끌어 모으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하는데 - 그만큼 검증된 작가라는 의미이다 - , 그 명성에 걸맞게 이렇게 흔한 스토리 라인을 재미나고 맛깔나게 꾸며내는 글 솜씨가 예사롭지가 않다. 즉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소재와 이야기 - 성공과 부를 상징하는 “헐리우드”를 배경으로 한 최상류층만의 호화로운 파티와 생활상들은 어쩌면 누구나 다 한번쯤은 동경해 봤을 이야기일 것이다- 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는, 출판사 소개글대로 참 “영리한” 작가이다. 이 책을 포함해서 국내에 출간된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이 총 여섯 편이라고 하는데, 문학적인 성취를 떠나서 평범하고 통속적인 소재에 이만큼의 재미를 불러 넣을 수 있는 것을 보면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만나본 작가이지만 이 한 권 만으로도 “더글라스 케네디 소설은 재미있다”라는 평가에 절로 공감이 되는 그런 작가였다. 마지막 결말에서 주인공이 성공과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내용은 자못 감동스러울 수 도 있는데 굳이 감동을 언급하지 않는 이유는 이 교훈이야말로 개인적으로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억지스럽고 식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차라리 주인공의 독백(獨白)으로 처리된 억지스러운 마지막 교훈만큼은 삭제해서 독자들의 판단에 맡겼으면 어땠을까? 물론 어디까지나 내 주관적인 평가이니 이 책의 교훈에 감동하신 분들은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재미만큼은 별 점 만 점을 줘도 부족함이 없지만 식상한 소재와 결말 때문에 별 점 하나는 빼야할 것 같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글솜씨가 어떤 지를 이 책을 통해서 잘 알았으니만큼 내 책장에 고이 잠들어 있는 <빅 픽처>를 이제는 깨울 때(?)가 된 것 같다. 이 책으로도 충분히 더글라스 케네디는 재미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에 대한 올곧은 평가는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빅 픽처>를 읽고 난 후 로 미뤄야 할 것 같다. <빅 픽처>에서는 어떤 재미와 감동을 줄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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