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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형사 베르호벤 추리 시리즈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여름은 역시 “추리소설”의 계절일까? 무더워지기 시작한 지난 6월부터 7월 중순인 오늘(7.13.)까지 읽은 17권 중 추리(스릴러 포함) 소설이 12권에 달하니 전체 70%가 넘는다. 원래 추리소설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할 정도로 몰입하는 데는 역시 추리소설만 한 장르가 없어서 여름에 더 찾게 되는 것 같다. 읽어본 소설의 국적들을 살펴보니 다양한데 영미(英美)권 소설 3종 4권, 일본소설 3종 3권, 한국소설 2종 4권과 함께 마지막으로 프랑스 소설 1권이 끼여 있다. 이 프랑스 소설이 바로 지금 소개할 “피에르 트메트르”의 <알렉스(원제 ALEX / 다산책방 / 2012년 5월)>이다. 검은색 바탕에 나신(裸身)의 젊은 여인이 붉은 색 천을 걸치고 매혹적인 뒷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표지 그림부터 인상적인 이 작품, 작가 스스로가 “히치콕이 살아 있다면 영화화하고 싶어 할 작품으로 완성시키는데 주력했다”고 밝히고 있을 정도로 자신 있어 하는 소설인데다가 “여성=희생자의 도식을 완전히 도치했다”는 홍보글, 인터넷 서점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호평 일색의 감상 등등 흥미와 궁금증을 자아내는 요소들이 많아서 읽기 전부터 꽤 기대했던 작품이었다. 그래서였는지 책을 받아들자 마자 읽고 있던 책을 멀찌감치 내팽겨 두고는 이 책부터 바로 읽기 시작했다.

 

 

(이하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시간이 이슥해져 완연히 어둠에 싸여 있는 어느날 밤, 시내에서 쇼핑과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막차 버스를 기다리던 알렉스는 마음을 바꿔 걸어간다. 자신이 사는 동네에 다다를 무렵 그녀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괴한에게 폭행을 당하고는 흰색 소형 화물차에 강제로 실려 어디론가 끌려간다. 그녀는 어두컴컴한 창고에서 다시 한번 심하게 폭행당하고는 발가벗겨진 채로 옴짝달싹할 수 도 없는 작은 새장과 같은 곳에 갇혀 허공에 매달려 버리고. 살려달라는 애원에도 범인은 너를 말려죽이겠다는 말만 남기고는 나가버린다. 시간은 하루, 이틀 지나 일주일이 흘러 버리고, 그녀는 작은 새장에서 갈증과 배고픔, 그리고 자신의 피와 살을 노리고 달려드는 쥐들과 처절한 사투를 벌인 끝에 가까스로 탈출한다. 다행히도 범인은 며칠 동안 하루에 한 번 씩 와보고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4년 전 아내를 납치사건으로 잃고 큰 충격에 빠졌던 강력반 반장 “카미유”는 이후로 치정에 얽힌 범죄나 조폭들 간의 패싸움, 또는 지인들 사이에서 벌어진 참극 따위만 취급할 뿐 납치사건은 강력하게 거부한다. 그런 그를 20년 지기인 “르 구엔” 서장은 담당할 형사가 없다며 한밤중에 벌어진 부녀자 납치 사건을 강제로 떠맡긴다. 주변 탐문 수사와 인근 가게 CCTV 조사 끝에 범인의 정체를 밝혀낸 수사팀은 도시 외곽 버려진 창고에 여인이 새장에 갇혀 있다는 제보를 받고 긴급 출동하고, 범인은 현장에 도착한 경찰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다리에서 뛰어내려 자살해버린다. 창고에 들어선 수사팀은 갇혀 있다는 여인은 이미 사라져 버리고 부서져 있는 새장만을 발견하게 된다. 납치 사건의 범인과 달아난 의문의 여인을 계속 수사하던 수사팀은 가출한 것으로 알려진 범인 아들을 황산으로 식도와 내장이 녹아내린 시신으로 찾아내게 된다. 즉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해 암매장된 것이다. 여기서 카미유 반장은 뭔가 석연찮은 점들을 발견한다. 이렇게 황산액을 마시고 죽은 남자들의 사례가 과거에 몇 건 더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이야기는 급반전된다. 이후 연쇄살인사건은 계속 일어나고, 다시 한번 급반전한 후에 충격적인 비밀이 드러난다.

 

 

 

이 책은 두 번에 걸친 충격적인 반전(反轉)과 알렉스, 카미유 두 주인공의 슬픈 사연이 인상적인 소설이다. 책에서 이야기는 “여성=희생자의 도식을 완전히 도치했다”는 홍보문구처럼 납치사건(1부)의 피해자였던 알렉스가 살인자로 둔갑하는 첫 번째 반전으로 단순한 여성 납치이었던 사건이 연쇄살인사건(2부)으로 흐름이 갑작스레 변해 버리고, 연쇄살인을 저지르던 알렉스가 갑작스레 죽어버리면서 감춰진 살인 동기와 함께 충격적인 과거(3부)가 밝혀지고 이야기는 다시 한번 급변하게 된다. 이처럼 두 번의 반전은 이야기의 흐름을 변화시키는 이야기 흐름을 변하게 하는 일종의 전환점이 됨과 동시에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이야기 흐름에 새롭게 긴장감을 불어 넣고 독자의 시선을 책에 더욱 바짝 끌어당기는 훌륭한 장치 역할을 한다. 또한 연쇄살인을 저지를 수 밖에 없는 알렉스의 숨은 과거와 4년 전 만삭인 아내를 납치 사건으로 잃고 괴로워하는 카미유 반장의 사연 또한 독자들의 동정심과 공감을 이끌어 내고, 이런 공감은 마지막 대목에서 “지금 우리한테 가장 절실한 미덕은 진실이 아니라 바로 정의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 데요” 라는 카미유 반장의 말에 통쾌함 -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이유를 세세하게 밝힐 수 는 없지만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문구이기도 하다 - 을 맛보게 한다. 이런 반전과 캐릭터들의 사연에 대한 공감은 530 여 페이지가 넘는 만만치 않은 분량을 읽으면서 갈수록 책 넘김 속도가 빨라지는 몰입감과 스릴을 선사하고 있다.

 

 

이처럼 반전과 공감은 꽤나 흥미롭지만 사실 책에서의 납치 장면과 살인 장면의 묘사는 눈살이 찌푸려 질 정도로 거북스럽다. 1부에서 새장에 갇혀 허공에 매달린 알렉스의 피와 살점을 호시탐탐 노리는 쥐들의 습격 장면은 욕지기가 튀어나올 정도로 거북스러워 - 물론 쥐를 끔찍이 싫어하는 내 취향 탓이기도 하다 - 페이지를 거푸 넘기게 만들었고, 알렉스가 저지르는 연쇄 살인 장면들도 그 잔인함에 눈살을 절로 찌푸리게 만든다. 또한 반전이 이야기의 흐름을 바꿔놓는 훌륭한 장치 역할을 하지만 이야기의 급격한 변화는 그만큼 맥락이 뜬금없을 정도로 갑작스레 튀어 일순 어리둥절하게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대화보다 설명문이 비중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 점, 조금은 불친절한 해설과 상황 설정, 반전과 반전 사이 사건 전개가 다소 지루하다는 점, 그리고 캐릭터들의 사연은 공감이 가지만 동의는 할 수 없고, 또한 작위적이고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대목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런 거북함과 아쉬움 때문인지 다 읽고 나서도 뭔가 산뜻하지 못한 기분을 지울 수 가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스릴과 재미에는 만점을 주고 싶지만 산뜻하지 못한 느낌에 결국 별점 하나를 뺀 점수로 평가하고 이 두서 없는 감상글을 서둘러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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