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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좌파를 위한 이론 가이드 - 이론의 쓸모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택광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지난 한 주 내내 노트에 책에 나오는 글귀들을 적어가면서 이 책 “인문 좌파를 위한 이론가이드(이택광 지음/글항아리/2010년 4월)”을 씨름했건만 결과는 처절한 패배로 끝나고 말았다. 하늘 아래 새로운 이론은 없지만 언제나 이론은 낡은 것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이정표라는 서문 “이론은 근육이다”를 읽으면서는 모처럼 제대로 공부해볼만한 그런 책을 만났구나 하는 지적 호기심까지 들었었다. 특히 인기존의 정치 지형도에서 합의한 우파와 좌파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주체이자 우파와 좌파 이념 모두를 회의하는 독특한 사유의 주체가 “인문좌파”라는 작가의 소개에는 우파와 좌파의 이론을 아우르면서 그 것에서 새로운 사유를 끌어내는 새로운 인문학적 조류에 대한 해설을 담은 책으로 부족했던 인문학적 지식을 채울 수 있는 기회겠구나 하는 묘한 흥분까지도 느꼈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의 유효성과 현대적 해석의 변천과정을 이야기하는 서론 격인 제1장을 제외하고는 이름조차 생소한 학자들의 이론에 대해서 다루는 중반부 이후부터는 읽는 내내 작가가 말하는 “인문좌파”적 소양이 턱없이 부족함을 절실히 느꼈다. 

여기서는 그나마 이해했던 제 1장 “마르크스를 죽여? 살여?”에 대해서 이야기해본다.

작가는 1990년 소련 공산주의 체제 붕괴의 이제는 죽어버린 이론으로 멸시되는 마르크스 주의는 “현실을 이해하고 이를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한 열망이 존재하는 한 여전히 유효”하며 “자본주의가 지속되는 한 마르크스도 유령처럼 이를 따라 다닐 것”이며 새로운 문제를 인지하기 위한 질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모든 이데올로기는 원칙으로 동등하며 마르크스 주의와 자유주의는 서로 보완적 이데올로기로서 공존할 수 있다고 보며 반공이나 전체주의처럼 다른 이데올로기 자체를 억압함으로써 자기 논리를 확보하는 이데올로기들은 내재적 한계에 부딪혀 스스로 붕괴했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마르크의 가르침은 이데올로기를 만드는 그 ‘삶의 과정’을 존중하라는 것에 있으며 그러면 우리의 다채로운 이데올로기의 프리즘을 통해 진실에 다가갈 통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마르크스는 이데올로기를 카메라 옵스큐라(그림 등을 그리기 위해 만든 광학 장치로, 사진술의 전신)처럼 거꾸로 인식되는 현상으로 보고 인간은 인식, 관념 따위의 생산자인데, 오히려 이데올로기는 의식이 우선이고 인간존재가 그 다음일 것 같은 착시현상, 오류의식 이며 물질토대를 만들어 내는 그 존재(인간)만이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관념을 통제하고 세게의 변화를 주도하는 존재로 물질영역에서 일어나는 변화야말로 진정한 변화가 일어난다고 보았다. 이러한 이데올로기에 대한 인식이 현대에 이르러 변화하면서 루카치, 칼 코르쉬의 서구 마르크스 주의(신좌파), 경제 토대를 강조한 정통 마르크스주의와 이념의 역할을 강조한 자유주의 철학을 결합시켜 해석한 “그람시”, 이데올로기를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닌 외부에서 그것을 주입시키는 거푸집으로 본 루이 알튀세르, 구조의 개념을 연결되어 잇지만 분절되어 있는 “절합”, 즉 코드화와 탈코드화로 해석한 스튜어트 홀 등으로 발전해간다. 일종의 서론이자 개론인 1장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작가가 설명하고자 하는 “소위 포스트모더니즘 또는 포스트구조주의라 불렸던 이론들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등장한 경향”들의 학자들인 “알튀세르”, “벤야민”, “라캉”, “지젝”, “데리다”, “랑시에르”들의 다양한 이론을 소개하고 비평하고 있는데 인터넷으로 이름들을 검색하고 노트에 정리해가면서 읽어도 결국 이론들의 맥락과 흐름을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 책에 대한 평점은 박할 수 밖에 없는데  책의 가치가 낮은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좌절한, 작가의 지적 수준에 못미친다는 내 자신의 열등감과 질투심에 의해서일 것이다.

 이 책은 인문학적 지식, 특히 1960년 이후 마르크스 주의의 신경향에 대한 이론적 소양이 기본적으로 갖춘 사람들에게는 길라잡이로서의 충분한 역할을 하는 책이겠지만 소양이 부족한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입문 자체부터 어려운 좌절의 책 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 좌파 이론에 대한 관심과 새로운 지적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열망을 유발하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일 수 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여러 학자들에 대해서 차근차근 공부하고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묘한 전투의욕(?)을 자극하는 이 책은 앞으로도 여러번 꺼내서 읽어보고 다시 좌절하고 다시 의욕을 불태우면서 하나하나 지적 외연을 넓히는 그런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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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out 2010-05-11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드미르님, 분투하셨군요.. 저도 서문을 보고 용감하게 '드디어 이참에..!'라고 기대했건만 1장에서 좌절하고 그만 속상해서 덮어놓고 있는 중입니다. 뭐랄까.. 작가가 저와 같은 보통의 독서가를 염두에 두고 쓴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얼떨결에 인문분야에 신간평가단 하고 있는 상황이 갑자기 무지 부담스러워지고 말예요. 그래도.. 끝까지 가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는 있는데 1장의 느낌이 끝까지 계속될 거 같아서 이미 한풀 꺾여버렸어요..

레드미르 2010-05-12 16:02   좋아요 0 | URL
저도 의무감에 서평쓰긴 했지만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의무감에 쓴 그런 서평이라 이렇게 어려운 책을 가이드라고 내놓는 작가에게 괜히 질투심도 나고 제 지적 수준이 이 정도 밖에 안되나 싶어 화도 나고 그랬습니다. 시한에 쫓겨 읽어내고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책이 아니라 좀 멀리보고 관련 내용들 공부해가면서 차근차근 읽어봐야 할 그런 책을 만난것 같네요^^ sprout님이나 제가 느낀 느낌들 대부분이 공감할 거라고 생각하자구요^^ 기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