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최고의 10경>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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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최고의 10경 - 영화평론가 김소영이 발견한
김소영 지음 / 현실문화 / 2010년 4월
평점 :
최근에 극장가본 게 언제였지 하고 떠올려 보니 2007년 크리스마스 때 본 주드 로, 카메론 디아즈 주연의 “로맨틱 홀리데이”가 마지막이었으니 벌써 3년이 다 되어가고 한국영화역시 2007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봉준호의 <괴물>이 극장에서 본 가장 최근 영화이니 어디 가서 영화에 대해 명함 하나 제대로 내밀지 못하는 참 무심한 영화팬 중 하나 일 것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도 자주 못 간 핑계거리를 대보자면 서울에 비해 영화관이 많지 않은 지방에 거주하고 있기도 하고 - 물론 이곳에도 시내에 나가면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있긴 하다 -, 바쁜 일상에 치여 주말에는 잠자기 바쁘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TV, CATV, IPTV 등 각종 방송을 틀면 하루에도 수십 편씩 영화를 볼 수 있고 어디서든지 쉽게 다운받아 볼 수 있는 인터넷 등으로 굳이 극장에 가지 않아도 쉽게 영화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큰 이유일 것이다. 물론 크고 시원한 화면과 고막을 울리는 멋진 음향시설에 쾌적한 환경의 극장에서 보는 영화의 맛은 작은 브라운관의 TV 화면과는 질적으로 다른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이 분명하지만 이제는 패스트푸드보다 더 쉽고 간편하게 접할 수 있는 편리함이 더욱 나에게는 큰 셈이다. “한국영화 최고의 10경 (김소영/현실문화/2010년 4월)”는 나처럼 한국영화라고는 최근 개봉된 영화밖에 기억 못하는 무심한 관객에게 벌써 100년 가까이 되는 한국영화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10가지 경관을 소개하면서 한번쯤은 한국영화를 제대로 바라봐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서문에서 “어떤 한국영화를 봐야 할까? 어떻게 보는 게 좋을까? 보이지 않던 무엇이 보일 수 있는가?”라고 질문하고 “빼어난 감독들과 배우들이 이루어내는 경관, 한국영화들이 고심하면 다루어냈던 토픽들이 만나” 이루어낸 한국영화 최고의 10경을 선정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 있다. 책에서는 나에게는 생소한 재중 조선인 감독 장률의 <망종>과 <경계>를 소개하는 1경 <경계>에서부터 1950,60년대 영화인 <열녀문>,<자유부인>과 한국영화 초반기 팜므파탈 여배우인 “도금봉”, “신일선”, “문예봉”을 소개하는 마지막 10경 <섹슈얼리티의 경계>에 이르기까지 총 10개의 한국영화의 경관을 설정하여 각 경관마다 일제 시대부터 최근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한국 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영화 중 최근 “아바타”에 의해 최다 관중 기록은 깨졌지만 한국영화사상 최대 흥행작인, 그리고 내가 극장에서 본 가장 최근의 한국영화인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 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를 소개해보자. 작가는 영화를 넘어 사회적 이벤트가 되어버린 <괴물>을 세 가지 징후(몬스트룸 monstrum, "징후‘,“경고”라는 뜻의 라틴어)로 설명하는 데 먼저 괴물이 포스트-냉전 시기에도 여전히 미군 기지가 잔존하는, 즉 여전히 냉전이 진행중인 한국이 탄생시킨 괴물이며, 기존 괴수영화와는 달리 한강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대규모 파괴장면이 없는, 반확장성 축적지향적 특성을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준거로 보고 있다. 또한 명백한 가족영화를 주창하면서도 잘 기능하지 않는 가족, 즉 희생적인 아버지와 사회 부적응자의 아들들, 어머니가 등장하지 않는 아버지만의 가족 구성을 이야기하고 마지막으로 괴물의 기술적 성취는 한국 기술력의 독점적 일취월장이 아닌 외국 기술력에 기인한 것이며 이런 제작 방식의 결과물을 민족적 자긍심으로 수렴하는 것은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만들어낸 홍보방식과 ’기술이 국력이다‘를 외쳐온 기술 결정론적인 70년대식 국가주의에 상당히 기인한다고 꼬집고 있다.
책에서는 이 외에도 일제 시대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우리 영화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 솔직히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한국 영화 중 내가 감상했거나 이름이라도 들어본 영화라곤 봉준호의 <괴물>,<마더>, 임권택의 <천년학>, 홍상수의 <해변의 여인>,<강원도의 힘>, 박찬욱의 <올드보이> 등 비교적 최근에 개봉한 영화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1950~60년대 한국영화의 황금 시기를 열었다는, 그리고 이 책을 바치고 싶다고 한 김기영 감독이나 이만희 감독의 작품들은 주말에 EBS 영화 프로그램에서나 틀어주던 흑백 한국영화의 감독으로 , 또는 이 책처럼 한국영화를 다룬 책에서나 한번 들어본 이름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낯설고 생소하다. 물론 작품의 배경과 줄거리, 등장인물들을 요약해서 설명하고, 영화의 스틸 컷들도 같이 제공하고 있어 책으로나마 그들의 영화를 간접적으로 접해볼 수 있었던 점은 좋았지만 내가 직접 감상하지 못해서 작가의 설명에 올곧이 공감하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은 많이 아쉬웠다. 나처럼 한국영화에 관심이 부족했던 사람들에게는 다소 어렵고 낯설겠지만 한국영화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체득할 수 있는 입문서로서 손색이 없는, 한국영화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영화팬들에게는 애정을 환기시켜줄 수 있는,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