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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서평을 위해 책을 읽다 보면 제일 먼저 읽는 곳이 작가 서문이나 책 표지에 있는 출판사 광고글, 그리고 책을 먼저 읽은 각종 언론이나 사람들의 평들, 즉 책에 대한 사전 정보들이다. 책에 대한 사전 정보를 먼저 얻고 난 후 목차를 살펴보면 이 책이 어떤 이야기를 우리에게 하려고 하는구나, 이런 면을 눈여겨 보면 되겠구나 하는 점을 파악하고 기대감과 함께 책 본문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한다 - 물론 소설과 같은 이야기 위주의 책들은 이런 순서를 무시하고 책 본문부터 읽기 시작하기도 한다 -. 데이비드 실즈의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문학동네, 2010년 3월)”도 “이 책을 먼저 읽은 사람들의 찬사”와 프롤로그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 맨 뒤에 실린 “옮긴이 말”부터 먼저 읽고는 목차를 살펴보니 유년기와 아동기, 청년기, 중년기, 노년기와 같은 각 연령대별로 우리가 맞이하게 되는 죽음에 대한 인문학적인 고찰에 대한 책이겠구나 하고 서평을 쓴다면 최근에 돌아가신 아내의 할머니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책 내용을 소개하면 되겠구나 하고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책을 읽어가면서 내가 얻은 사전 정보가 전혀 잘 못 되었음을 깨닫게 되었고, 종잡을 수 없는 내용과 작가 자신의 수다스럽고 감흥 없는 이야기에 꽤나 곤혹스러운 책 읽기를 서들러 마치고는 당혹스러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옮긴이의 말처럼 과연 이 책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역자도 꽤나 당혹스러웠을 이 책은 작가가 이야기한대로 죽음이라는 파괴적인 주제를 파괴적으로 들쑤셔본 파괴적 논픽션이 제격일 것이다. “우리가 언제가 죽는다”라는 멋들어진 제목에 작가는 자신의 유년과 청년기, 중년기, 그리고 97세가 된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들을 참으로 수다스럽게 늘어놓는다. 거기에 생물학적 상식들과 통계들을 곁들어 놓고 레너드 번스타인, 베이브 루스, 헨리 제임스, 괴테, 마르크스 등 수많은 사람들의 유언을 쭉 소개해놓고는 아버지와 자신이 남기게 될 유언은 무엇이지 하고 자신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그리곤 마지막 장에서는 요즈음 그가 꾸고 있다는 꿈, 아버지와 자신이 사막에서 벌이는 경주를 이야기하면서 우리 모두가 언젠가 진다 -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 하고 끝을 맺는다. 스포츠와 언어에 대한 에세이로 부르고 싶다는 옮긴이의 말처럼 작가가 아버지에게서 배웠다는 “스포츠”와 “언어”에 대한 작가의 자전적 사랑 이야기에 과학상식과 여타의 잡다한 이야기를 곁들인 정체불명의 이야기로 봐야할 것 같다.
전혀 인문학스럽지 않는, 죽음에 대한 짧은 생각과 작가의 신변잡기식 수다는 아무래도 호불호(好不好)가 분명하게 나뉠 것 같다. 시작부터 사로잡고 읽는 사람의 기운을 북돋아 주고 독자의 정신을 확 깨운다는 먼저 읽은 사람들의 찬사처럼 이 책에 매료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 나처럼 죽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기대하고 읽었다가 이건 작가의 자서전이잖아 하고 실망하는 사람들도 꽤나 있을 것이다. 과연 작가의 파괴적인 실험이 과연 성공했을지 아님 실패했을지는 각자가 판단해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 나는 이런 파격을 이해하고 즐길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아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 괜한 심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