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슈미트의 이상한 대중문화 읽기>를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마크 슈미트의 이상한 대중문화 읽기 - 당신을 속여왔던 대중문화 속 주인공들의 엉큼한 비밀, 개정판
마크 슈미트 지음, 김지양 옮김 / 인간희극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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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봤던 만화영화 시리즈 중에 기억하고 있는 게 많지 않은 나에게도 <스머프>는 절대적이다.  

랄랄라랄랄라 랄라라라라라라라~ 하는 테마송만큼 잊지 못할 만화영화다. 제일의, 최고의 만화영화.  

하지만 언젠가 인터넷에 떠돌던 스머프마을에 대한 수상쩍은 소문을 이 책에서 제대로 만났다.  

호주 태생의 작가 마크 슈미트는 친근하게도 한국에서 꽤 오랜 기간 체류하며 한국 문화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은 비극적인 과거와 역동적인 현재를 지닌 감상적이고 우울한 나라,  

따뜻한 마음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나라이다.  

그는 여러 대륙을 떠돌아다니면서 영어교사로 입에 풀칠을 하고 영화나 만화영화, 드라마 등에 대한 에세이를 썼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스머프 마을에도 우울한 날은 있다'라는 글이고, 

한국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 관한 글도 한 꼭지 차지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왜 그동안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보지(혹은 의심해보지) 못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TV나 브라운관으로 접하는 것에 내가 너무나 수동적으로 반응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시 제일 재미있는 꼭지는 <스머프 마을~>과 <호그와트는...> <공주의 귀환>이었다.  

뒤에 두 꼭지는 영화 <해리포터>와 <뮬란>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뮬란의 경우, 난 헐리우드에서 동양의 소재를 다뤄준 것이 흐뭇하고 자랑스럽다고만 생각햇었는데  

얼마나 완벽하게 서양화된 시각으로 동양이 다뤄졌는가를 이 글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더불어 <해리포터>는 비록 별로 좋아하지 않고, 1편 이후론 보지도 않았지만... 

이 영화의 배경에 깔려있는 운명론에 대해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된다.  

 

요즘은 거의 아무도 영화나 만화를 생각하기 위해 보지 않는다. 이것들은 철저히 오락거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평론가나 업으로 삼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결국 우리가 이것들에 노출되어 있는 시간이나 영향력을 생각할 때,  

종국에는 이런 것들이 우리들의 생각을 형성하고 우리를 만들어간다.  

훨씬 더 나만의 잣대로 엄격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TV를 바보상자라고 부르곤 한다. 보는 이를 바보로 만들기 때문이다.  

이 말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다만 눈에 좀 거슬리는 오자, 탈자들이 꽤 있어서 편집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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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끝나도 음악은 남아있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영화는 끝나도 음악은 남아있다 - 고형욱의 영화음악 오디세이
고형욱 지음 / 사월의책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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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이고 따뜻한 구석이 있는 책이다.   

책 자체의 감동보다는 고전영화와 그 영화 음악이 전해주는 추억돋는 그리움, 그 풍미를 온전히 전해준다. 주말 밤 눈이 내리는 밤에 손에 들기 시작했는데 추운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작가가 이끄는 대로 영화 속 세계로 함께 여행하며 행복했다. 저자 고형욱은 고전영화, 영화음악 전반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쉽사리 개입하지 않는, 감정을 과잉하지 않는 언어로 독자들을 그 세계로 에게 무척이나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준다. 아무리 오래된 영화라도, 비디오로 보고 dvd로 봤다하더라도 꼭 영화관에서 보려고 한다는 고형욱 작가의 열정이 이 책을 만들었단 생각이 든다. 누구나 헐리우드 키드였던 때가, 영화에 온 정신을 팔았던 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해준다는 점이 이 책을 따뜻하게 기억하는 또 하나의 포인트이다.

의식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음악을 듣지 않는다 해도, 주인공의 모습과 함께 배경에 흐르던 영화음악은 관객들의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다. 생각보다 영화음악은 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이 책을 보면서 더욱 그렇다고 생각했다. 책의 부록으로 들어있는 '불멸의 영화음악'은 일일이 제목도 모르고 가수도 기억하고 있지 못했지만, 다 아는 곡이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책에 나오는 영화를 보지 않았다하더라도 이 책을 보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책을 읽고나니 마치 내가 그 책을 본 것처럼 착각이 들 정도로 작가는 친절하다. 점점 자극적인 폭력이나 패턴화된 헐리우드식 스토리에 질려가고 있는 요즘, 이 책은 신선한 자극이 되어주었다.  

이름으로는 익숙하지만, 스토리는 가물가물한 그런 영화들 <카사블랑카> <사랑은 비를 타고> <길> <모정> 등은 책을 읽고나니 꼭 다시 한 번 영화를 찾아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관들이 새로 개봉하는 영화들만 틀지 않고, 고전영화를 상영해주면 좋겠다. 고전영화전용관 같은 거 말이다. 점점 장사가 되지 않아서 문을 닫았겠지만, 정부에서 지원이라도 해주면 좋겠다. 1950년대/ 1960년대/1970~80년대/ 1990년대 이후 이렇게 4부 구성으로 그 시대를 수놓았던 명작영화들을 한 편 한 편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독서도 고전과 신간을 균형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듯이, 영화 감상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책의 목차는 내가 이후로 하루 빨리 보고 싶은 영화의 리스트가 되어버렸다. 정말 귀한 책이 될 것 같다.  

변화의 속도 따라 망각의 속도도 너무 빨라지고 있는 지금,  

이렇게 추억을 가득 담고 있는 책들은 곁에 두고 오래오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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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네 집 -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
전몽각 지음 / 포토넷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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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카메라에 미쳤던 적이 있었다. 동시에 길에 미쳐있었다.  어디론가 떠날 수 있는 젊음의 상태에 취해있었고, 그렇게 방랑할 수밖에 없는 것이 내 비극적 운명인양 단정했었다. 그 시간을 함께 했던 친구들이 있었고, 우린 서로를 자신의 카메라에 담는 방식으로 깊어졌다.  그렇게 서로의 사진 속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표정과 모습으로 남았다. 뜨거웠던 20대가 지나자 모두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실망한 탓일까. 연락도 끊어지고, 1년에 1번 만나기도 힘든 사이가 돼버렸다. 이제는 가끔 컴퓨터 하드에 담아둔 사진을 꺼내보며 추억할 뿐이다.  

<윤미네 집>의 작가 전몽각 선생의 전시회를 먼저 다녀왔다. 집이 있는 파주에서 한미미술관이 있는 올림픽공원 쪽까지는 사실 어마어마한 거리였다. 크리스마스도 다가오고 있었고, 쌀쌀한 기운이 온 몸을 휘감던 날. 나는 폐점시간에 가까스로 세이프한 사람의 심정으로 한미미술관 전시회장에 들어섰다. 관람동선을 고민하며 한 점 한 점 사진에 시선을 주었다. 갈수록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 이런 사진이라니. 이렇게 사랑했던 증거로서의 사진이라니.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찍히고 싶다거나 나도 누군가를 이렇게 오래오래 찍어주고 싶다는 마음은, 사랑받고 싶다는 사랑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 다름 아니다. 다행히 전시회장에 사람이 나 혼자 뿐이라, 촉촉해져오는 눈가를 부끄럽지 않게 닦아낼 수 있었다. 아버지가 사랑하는 첫째딸. 개구쟁이 아이에서 새초롬한 소녀로, 그리고 여인내 나는 처녀로 변화하는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인데도 신기하고 뭉클하다.  

가장 마음이 찌릿했던 사진은, 딸 윤미가 나중에 결혼하게 되는 남자친구와 데이트하는 장면이었다. 나무 옆에 앉아 무릎베개를 해주는 딸과 그 연인의 모습을 몰래 숨어서 찍었을 아버지의 심정이란 어떤 것이었을까. 딸이 이제 자신의 품을 떠나게 되리라고 직감했을 것이다. 아버지의 모습은 사진 속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표지에 쓰인 저 사진 이후로) 마지막 부분에서 윤미의 결혼식 장면에서 등장하는데, 이럴 수가. 윤미가 자라는 동안 아빠는 청년에서 할아버지가 되어 있다. 백발이 성성하게 왠지 몸도 구부정해진 전몽각 선생이 윤미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입장하는 사진이다. 사진이 흔해진 세상이지만, 사진만큼 강력한 것도 없다. 오래 기다리고, 먼저 와서 준비하고, 연출하지 않고, 편안하게 마주할 수 있는 그런 사진가가 되어야 하고 되고 싶다. 나도 오래오래 사랑하는 사람을 이렇게 찍어주고 싶다. 사진은 기록하는 방식이자 사랑하는 방식이다.

이 책은 언제라도 꺼내보고픈 그런 책이다. 오래오래 책장에 두고 빨간 책등을 가끔 쳐다보다 마음이 울컥할 때에야 꺼내보는 그런 책이 될 것이다. 자주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애상은 가끔이면 족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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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대중문화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1.     <레논 평전> 신현준

<신현준의 월드뮤직 속으로> <빽판키드의 추억> 등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글을 써온 신현준의 존 레논 평전이다. 이제는 신화가 돼버린 존 레논, 그가 고작 마흔 살에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오노 요코 평전은 가지고 있는데 정작 존 레논에 대해서만 쓴 책은 하나도 읽어보지 못했다. 비틀스 평전은 물론 하나 가지고 있지만. 존 레논의 아들 숀 레논의 음반을 얼마 전 버스를 타고 가면서 들었다. 아들의 목소리에서 존 레논을 느끼고 싶었다. 그가 폴 매카트니처럼 나이들어서까지 건재했다면 지금 같이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신화를 좋아하니까.

 

  

 

 2. <만화로 독파하는 은하철도의 밤> 미야자와 겐지 원저/ 버라이어티 아트워크스 글 그림 

 신원문화사의 이 <만화로 독파하는....> 시리즈는 꽤 흥미롭다. 독서논술 만화 필독선이라는 타이틀이 좀 안습이지만. 그래도 <신곡> <파우스트>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 쉽게 읽어내기 어려운 고전명작들을 만화로 돌파해보자는 게 참 반갑지 않은가. 아직도 마음의 부담으로만 앉고 서가에 꽂혀있는 여러 명작들을 언젠가는 읽어야 한다고 생각만 하지 않던가. 이번엔 그 제목만으로도 반가운 <은하철도의 밤>이다. 그림체가 무척 궁금하다.

 

   

 3. <미술은 똑똑하다> 리처드 오 스본, 댄 스터지스 공저/ 나탈리 터너 그림 

 미술 쪽 저작 번역을 주로 하시는 신성림 선생님이 번역을 하셨다. 게다가 서해 문집에서 나온 책이니 크게 실망시키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12월 신간 중에 가장 눈이 가는 표지그림을 하고 있지 않나 싶다. 목차를 보니 만화가 아니라면 역시 쉽게 이해되거나 읽히지 않을 미술이론들을  이야기해줄 예정이라, 이 기회에 말로만 듣던 ~이즘에 해당하는 미술이론들을 떼볼까 생각중이다. 좀더 우아하고 고상한 인간이 될 수 있으려나. 명화 한 점 등장하지 않는 대신에 유머가 돋보이는 키치풍의 그림이 책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니, 정보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취미로 그림을 보지만, 미술론엔 젬병인 독자라면 한번 손에 잡을 만할 것 같다. 초보자를 위한 미술론 입문서를 표방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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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 저승편 세트 - 전3권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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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동안 꼬빡 빠져서 읽었다. 금방 헤어나오기가 쉽지가 않다. 내게 책은 사람의 입을 타고 오는 것이다. 온라인 서점의 메인화면보다, 토요일 신문의 서평보다, 광화문 교보의 메인 스트릿(?) 매대보다 가장 강력한 채널이다. 이 책 또한 누군가 지나가듯 '그거 정말 재미있어, 가슴 찌릿한 게 있더라'라고 말한 이야기가 귀에 냉큼 걸렸다. 저승사자들의 이야기라니, 쉽게 말해서 내가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만화라면, 손 뗀지 좀 오래됐다.  

그런데 그렇게 재미있다니, 금요일 저녁 퇴근하는 길에 3권을 챙겼다. 그리고 그 다음날 친구를 만나러 가는 버스 안에서 1권을 훌러덩 읽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빈손으로 돌아오면서 왜 뒤엣 권을 함께 챙기지 않았는가 엄청 후회했다. 물론 가방이 무거워지는 게 싫어서였겠지, 그리고 이렇게 재미있어서 빨리 읽을 줄 몰랐겠지.  

사후의 삶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 것은 사춘기 시절 교회에 다닐 때였다. 그땐 무슨 일이 그리 심각했는지 쉽게 죽음 혹은 자살이라는 것에 골몰하곤 했다. 그런데 스스로 목숨을 버려서는 지옥에 갈 수밖에 없다고 성경에 나와 있으니 나는 쉽사리 죽을 수도 없구나하며 슬퍼했던 기억이 난다. 지옥이 어떤 곳인지, 죽고난 후 우리가 가야할 곳에 어떤 선택이 잇는지 자세히 생각해보지는 못했다. 사후의 삶은 그저 두려움으로 뭉뚱그려져 있고 그것 자체로 현재의 삶을 견인한다. 그것이 저승, 지옥, 혹은 사후의 역할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간 잊고 있던 사후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도산지옥, 발설지옥 등 지옥의 종류는 물론이고, 죽은 자를 데려오는 저승사자들, 재판을 맡는 대왕들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판 그리스로마신화 같은 기분도 난다. 캐릭터들이 분명하고, 나름 성격도 다양하다. 저승사자들에게 인지상정이라는 것이 있다는 게 이 만화를 이끌어가는 큰 축이라고 본다.  

이 세 권은 손에 잡자마자 후루룩 읽힌다. 아쉬움에 두리번대다보니 작가의 말에 이후로 이승편과 신화편이 이어진다고 하니 조금 위안이 된다. 그리고 이 작가 대단한 게 실제 탱화에 나타난 지옥의 현장스케치(?)나 대왕의 생김새 등을 보며 공부를 많이 한 것 같다. 책에 같이 실린 탱화를 구경하는 것도 제법 재미가 쏠쏠하다. 실제로 그런 그림을 접해볼 기회가 많지는 않을 터이니 실로 유익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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