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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끝나도 음악은 남아있다 - 고형욱의 영화음악 오디세이
고형욱 지음 / 사월의책 / 2010년 11월
평점 :
감동적이고 따뜻한 구석이 있는 책이다.
책 자체의 감동보다는 고전영화와 그 영화 음악이 전해주는 추억돋는 그리움, 그 풍미를 온전히 전해준다. 주말 밤 눈이 내리는 밤에 손에 들기 시작했는데 추운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작가가 이끄는 대로 영화 속 세계로 함께 여행하며 행복했다. 저자 고형욱은 고전영화, 영화음악 전반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쉽사리 개입하지 않는, 감정을 과잉하지 않는 언어로 독자들을 그 세계로 에게 무척이나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준다. 아무리 오래된 영화라도, 비디오로 보고 dvd로 봤다하더라도 꼭 영화관에서 보려고 한다는 고형욱 작가의 열정이 이 책을 만들었단 생각이 든다. 누구나 헐리우드 키드였던 때가, 영화에 온 정신을 팔았던 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해준다는 점이 이 책을 따뜻하게 기억하는 또 하나의 포인트이다.
의식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음악을 듣지 않는다 해도, 주인공의 모습과 함께 배경에 흐르던 영화음악은 관객들의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다. 생각보다 영화음악은 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이 책을 보면서 더욱 그렇다고 생각했다. 책의 부록으로 들어있는 '불멸의 영화음악'은 일일이 제목도 모르고 가수도 기억하고 있지 못했지만, 다 아는 곡이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책에 나오는 영화를 보지 않았다하더라도 이 책을 보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책을 읽고나니 마치 내가 그 책을 본 것처럼 착각이 들 정도로 작가는 친절하다. 점점 자극적인 폭력이나 패턴화된 헐리우드식 스토리에 질려가고 있는 요즘, 이 책은 신선한 자극이 되어주었다.
이름으로는 익숙하지만, 스토리는 가물가물한 그런 영화들 <카사블랑카> <사랑은 비를 타고> <길> <모정> 등은 책을 읽고나니 꼭 다시 한 번 영화를 찾아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관들이 새로 개봉하는 영화들만 틀지 않고, 고전영화를 상영해주면 좋겠다. 고전영화전용관 같은 거 말이다. 점점 장사가 되지 않아서 문을 닫았겠지만, 정부에서 지원이라도 해주면 좋겠다. 1950년대/ 1960년대/1970~80년대/ 1990년대 이후 이렇게 4부 구성으로 그 시대를 수놓았던 명작영화들을 한 편 한 편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독서도 고전과 신간을 균형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듯이, 영화 감상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책의 목차는 내가 이후로 하루 빨리 보고 싶은 영화의 리스트가 되어버렸다. 정말 귀한 책이 될 것 같다.
변화의 속도 따라 망각의 속도도 너무 빨라지고 있는 지금,
이렇게 추억을 가득 담고 있는 책들은 곁에 두고 오래오래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