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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 저승편 세트 - 전3권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주말동안 꼬빡 빠져서 읽었다. 금방 헤어나오기가 쉽지가 않다. 내게 책은 사람의 입을 타고 오는 것이다. 온라인 서점의 메인화면보다, 토요일 신문의 서평보다, 광화문 교보의 메인 스트릿(?) 매대보다 가장 강력한 채널이다. 이 책 또한 누군가 지나가듯 '그거 정말 재미있어, 가슴 찌릿한 게 있더라'라고 말한 이야기가 귀에 냉큼 걸렸다. 저승사자들의 이야기라니, 쉽게 말해서 내가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만화라면, 손 뗀지 좀 오래됐다.
그런데 그렇게 재미있다니, 금요일 저녁 퇴근하는 길에 3권을 챙겼다. 그리고 그 다음날 친구를 만나러 가는 버스 안에서 1권을 훌러덩 읽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빈손으로 돌아오면서 왜 뒤엣 권을 함께 챙기지 않았는가 엄청 후회했다. 물론 가방이 무거워지는 게 싫어서였겠지, 그리고 이렇게 재미있어서 빨리 읽을 줄 몰랐겠지.
사후의 삶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 것은 사춘기 시절 교회에 다닐 때였다. 그땐 무슨 일이 그리 심각했는지 쉽게 죽음 혹은 자살이라는 것에 골몰하곤 했다. 그런데 스스로 목숨을 버려서는 지옥에 갈 수밖에 없다고 성경에 나와 있으니 나는 쉽사리 죽을 수도 없구나하며 슬퍼했던 기억이 난다. 지옥이 어떤 곳인지, 죽고난 후 우리가 가야할 곳에 어떤 선택이 잇는지 자세히 생각해보지는 못했다. 사후의 삶은 그저 두려움으로 뭉뚱그려져 있고 그것 자체로 현재의 삶을 견인한다. 그것이 저승, 지옥, 혹은 사후의 역할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간 잊고 있던 사후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도산지옥, 발설지옥 등 지옥의 종류는 물론이고, 죽은 자를 데려오는 저승사자들, 재판을 맡는 대왕들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판 그리스로마신화 같은 기분도 난다. 캐릭터들이 분명하고, 나름 성격도 다양하다. 저승사자들에게 인지상정이라는 것이 있다는 게 이 만화를 이끌어가는 큰 축이라고 본다.
이 세 권은 손에 잡자마자 후루룩 읽힌다. 아쉬움에 두리번대다보니 작가의 말에 이후로 이승편과 신화편이 이어진다고 하니 조금 위안이 된다. 그리고 이 작가 대단한 게 실제 탱화에 나타난 지옥의 현장스케치(?)나 대왕의 생김새 등을 보며 공부를 많이 한 것 같다. 책에 같이 실린 탱화를 구경하는 것도 제법 재미가 쏠쏠하다. 실제로 그런 그림을 접해볼 기회가 많지는 않을 터이니 실로 유익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