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4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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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풍부한 사유를 하게 만드는 책이다. 삶의 ‘가벼움‘과 ‘무거움‘ 중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답은 없다. 그저 인간은 이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인간실존에 대한 고민을 4명의 남녀를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실험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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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의 축제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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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보잘 것 없는 무의미해 보이는 것들이 지니고 있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

 

그 유명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도 안 읽고-요즘 읽고 있다- 처음 만난 쿤데라의 작품이다. 그의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삶의 가벼움, 하찮음, 무의미함에 대한 생각이 응축된 시집같은 책이다. 지금까지 읽어왔던 리얼리즘 소설과는 다른 특이하면서도 매우 지적인, 철학적 사유를 담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어렵다면 어려운 소설이겠으나 술술 잘 읽히기는 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거의 다 읽었는데, 온전히 이해하기엔 어려운 책이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술술 읽힌다. 그에 비하면 이 작품은 가벼운 느낌이지만, 독서 토론에서 다룬다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나에겐 그런 경험이 필요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쿤데라는 삶의 가벼움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한 나는 머리가 무거워 힘들다.

 

쿤데라가 85세에 쓴 작품으로 어쩌면 그의 유작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85세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니 나로서는 그저 바라볼 뿐이다.

 

인상적인 구절을 적어본다.

 

p.58

"맞아. 사과하지 말아야 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사람들이 모두 빠짐없이, 쓸데없이, 지나치게, 괜히, 서로 사과하는 세상, 사과로 서로를 뒤덮어 버리는 세상이 더 좋을 것 같아."

 

p.147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은 말입니다, 존재의 본질이에요.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심지어 아무도 그걸 보려 하지 않는 곳에도, 그러니까 공포 속에도, 참혹한 전투 속에도, 최악의 불행 속에도 말이에요. 그렇게 극적인 상황에서 그걸 인정하려면, 그리고 그걸 무의미라는 이름 그대로 부르려면 대체로 용기가 필요하죠. 하지만 단지 그것을 인정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사랑해야 해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여기, 이 공원에, 우리 앞에, 무의미는 절대적으로 명백하게, 절대적으로 무구하게, 절대적으로 아름답게 존재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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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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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나의 생일을 자축하며 나에게 선물한 책이다.

필기체로 멋스럽게 적혀있는 제목과 골드카키빛 표지에 그려져 있는 여러모양의 나뭇잎들, 평화로운 작은 마을을 검은 실루엣으로 표현한 띠지를 두른 이 책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책을 읽고 나서 위로를 받은 경험이 있었던가? 기억이 나질 않지만 이젠 <올리브 키터리지>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메인 주 바닷가 마을 크로스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13편의 이야기를 연작 형식으로 담고 있다.

주인공 올리브 키터리지는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정년퇴임한 74세의 여인이다. 남편 헨리의 말에 따르면 단 한 번도 사과를 한 적이 없는 사람, 아들 크리스토퍼는 올리브에게 편집증적이며 너무 화를 많이 내고, 주변 사람들을 지치게 한다고 한다. 성질이 불같은 엄마를 더이상 참기 힘들다며 "이젠 엄마에 대한 두려움에 지배당하지 않을 거에요."(<불안>) 라며 흥분한 올리브 앞에서 너무나도 침착하게 말을 한다.

 

이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녀는 친절함과는 거리가 멀고 무뚝뚝하며 늘 자신은 옳고 타인은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세상을 대한다. 거구의 몸에 발사이즈는 275, 화난 듯한 얼굴에 "젠장","빌어먹을","염병할","우라질" "닥쳐" 같은 거친 말들도 서슴없이 하는 '쎈'여인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자살로 마음 속에 상처를 지니고 있는 여린 여인이기도 하다.

 

13편의 단편은 올리브를 중심으로 하는 주변 이웃 주민들의 이야기이다.

따뜻한 심성을 지닌 올리브의 남편 헨리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각각의 단편들은 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하나하나 칼로 도려내듯 날카롭게 보여준다.

 

끔찍하게 자살한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한 때 올리브의 제자였던 케빈(<밀물>). 엄마의 그늘에서 자신의 삶을 살지 못했던 피아니스트 앤지 오미라(<피아노 연주자>). 거식증이 걸린 소녀를 도와주는 과정에서 사랑과 관심에 굶주린 자신과 마주치는 하먼(<굶주림>). 모든 것을 함께 했다고 믿었던 남편이 죽은 후 알게 된 진실과 그로 인한 씻을 수 없는 수치심을 느끼는 말린(<여행 바구니>) 등 멀리서는 안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각자 짊어져야 할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풍성하게 보여준다.

 

이런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서 주인공 올리브도 힘겹긴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아들 크리스토퍼와의 갈등, 남편 헨리와의 냉랭한 관계, 잘난 박사 며느리를 보며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헨리가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혼자가 된 상황 등 겉은 씩씩해 보이지만 속은 여린 그녀도 일상의 슬픔과 외로움을 견뎌내는 것이 버겁다.

 

<튤립>에서 남편 헨리가 갑자기 뇌줄중으로 쓰러지고 올리브는 혼자가 된다. 매일 요양원에 가서 헨리에게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는 올리브. 혼자 있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사람들과 있는건 더 견디기 힘든 현실. 의지할 곳은 아들 뿐인데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크리스의 목소리는 늘 어딘가 쌀쌀맞고 올리브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크리스토퍼, 내가 어쨌기에 네가 날 이렇게 대한단 말이니."

크리스와 전화를 끊고 목숨을 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식탁에 무너지듯 앉아 스스로 내뱉는 말이다.

이 상황이 난 너무 슬펐다. 왜냐면 나도 가끔은 이런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늙어서 자식도 떠나고 혼자가 된다는 상상을 하면서 막연히 그 오지도 않은 외로움에 몸서리를 치곤했는데, 이렇게 글로 마주하니 그 상황이 너무 서글프게 다가왔다.

 

내가 가장 재밌게 읽은 이야기는 마지막 <강>이었다.

매일 아침 하는 강변 산책 도중 쓰러져 있던 잭 케니슨을 발견하는 올리브. 그녀가 평소 재수없다고 여기던 잭 케니슨과의 만남이 그녀의 일상에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것이 사람이 살아가는데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지...

 

 p.466 <강>

둘 다 말을 하고 들어줄 말동무가 필요한 듯했고, 그렇게 했다. 그들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그리고 좀 더 들었다. 

 

 

서로 말하며 듣고 또 말하며 듣는 그 훈훈한 공기가 나에게 훅 들어와 벅찬 감동에 두 눈을 감게 만들었다. 노년의 혼자가 된 두 사람이 서로에게 유일한 무언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삶의 축복과도 같은 것.

 

이야기가 끝나가는 마지막 장은 다 쓰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p.483 <강>

젊은 사람들은 모르지, 이 남자의 곁에 누우며, 그의 손을, 팔을 어깨에 느끼며 올리브는 생각했다. 오, 젊은 사람들은 정말로 모른다. 그들은 이 커다랗고 늙고 주름진 몸뚱이들이 젊고 탱탱한 그들의 몸만큼이나 사랑을 갈구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내 차례가 돌아올 타르트 접시처럼 사랑을 경솔하게 내던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모른다. 아니, 사랑이 눈앞에 있다면 당신은 선택하거나, 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그녀의 타르트 접시는 헨리의 선량함으로 가득했고 그것이 부담스러워 올리브가 가끔 부스러기를 털어냈다면, 그건 그녀가 알아야 할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알지 못하는 새 하루하루를 낭비했다는 것을.

 

 

이제 올리브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몸이 누군가를 간절히 원하고 서로의 심장이 뛰고 있음을 안다. 헨리에게 이런 소중한 사랑을 주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하루하루 낭비한 지난 나날이 너무나 후회스럽다. 하지만 남은 인생에 '언젠가'는 없다.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살아야 한다. 얼마나 용기와 위로를 주는 결말인가...

 

p.484 <강>

그녀는 눈을 감았다. 지친 그녀는 파도를 느꼈다. 감사의, 그리고 회한의 파도를. 그리고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햇살 좋은 이 방을, 햇살이 어루만진 벽을, 바깥의 베이베리를. 그것이 그녀를 힘들게 했다. 세상이. 그러나 올리브는 아직 세상을 등지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많이 지치고 늙었지만 세상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사랑이라는 감정에 자신을 내맡긴 올리브. 첫 이야기 <약국>에서의 올리브와 마지막 <강>에서의 올리브는 얼마나 다른가. 사랑스럽고 따뜻한 여인 올리브...너무나 매력적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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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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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작가 위화가 1993년 발표, 장이머우 감독이 영화로도 만들어 칸 영화제 심사의원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작년에 읽고 싶어서 중고서점 갈 때마다 찾았으나 가격이 중고가 아니라 안사고 버티다 지난 주 종로에 빈대떡 먹으러 갔다가 우연히 들린 종로책방에서 3500원의 이 책을 발견! 은희경의 <새의 선물>과 함께-역시 3500원- 기분 좋게 들고 나왔다.

 

그날 밤 남편이 어쩌다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는데, 갑자기 "아...어쩌냐..." 하면서 너무나도 슬프게 우는것이 아닌가...다 읽고 나서도 책을 어루만지며 그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는 남편의 모습에 난 책을 읽기도 전에 그 아픔과 슬픔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민요를 수집하는 어떤 사람이 우연히 푸구이라는 노인을 만나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인공 푸구이는 부유한 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부인(자전)과 딸(펑샤) 그리고 뱃속에 아이(유칭)까지 있지만 노름에 빠져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집과 땅을 다 빼앗기고 소작농으로 전락하게 된다. 불행은 이어서 온다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픈 어머니를 위해 의원을 부르러 성안으로 갔다가 얼떨결에 국민당 군대에 강제로 징집이 된다. 2년 동안 전쟁터를 누비다 해방을 맞아 구사일생으로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고 딸 펑샤는 벙어리가 되어 있다. 힘들게 집에 돌아온 푸구이는 그날 밤 자전과 두 아이를 쓰다듬으며 자신에게 말한다. "나는 집에 돌아온 거야."

 

소중한 가족을 보며 제대로 살아보려는 푸구이 앞에 그 시대는 기가막히게 다가온다.

정권을 장악한 공산당의 토지개혁, 1958년 시작된 마오의 대약진운동으로 수천만의 인민이 굶어죽게 되고 푸구이의 착한 아내 자전도 구루병에 걸리게 된다. 한창 커야할 나이인 아들 유칭은 물로 배를 채우고 딸 펑샤는 유칭의 학비 때문에 남의 집으로 이미 보내진 상태다. 대약진운동이 실패로 끝나고 약해진 권력을 다시 잡기 위해 마오는 청년들을 선동, 문화대혁명을 일으킨다. 마오의 사상에 세뇌된 홍위병들이 정치인,지식인,예술인들을 학살하고 매일같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이 펼쳐진다. 이런 파란만장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아무 힘도 없는 한 사람이 견뎌내야 하는 삶이란 감히 상상이 가질 않는다.

 

얼마전 본 영화 <기생충>에서 송강호의 대사가 떠오른다.

 

"제일 좋은 계획은 무계획이야. 인생은 계획대로 안되거든. 계획은 세워봤자 틀어지기만 해. 계획이 없으면 틀어질 일도 없고. 무슨 일이 닥쳐도 아무렇지 않지."

 

너무나 고달픈 삶과 운명 앞에서 인간이 세우는 계획이란 얼마나 무의미한가. 노름에 빠져 집안을 몰락시키고 나서야 자신의 가정으로 돌아온 푸구이. 착한 아내와 이쁜 자식들을 보면서 "앞으로는 제대로 살아야지" 다짐을 한 푸구이. 그러나 인생이란 이런 아주 작은 바람조차도 무참히 꺽을 수 있는 칼같은 것임을 광기로 얼룩진 중국의 현대사 속의 푸구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 책은 보여준다.

 

푸구이가 겪는 비극을 더이상 쓰지 않겠다. 그 어떤 것을 상상해도 그 이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남편은 많이 울었지만 난 울지는 않았다. 아마도 세상을 초월한 듯 물 흐르듯이 들려주는 푸구이의 이야기가 편안하게 느껴졌기 때문인듯 하다.

 

모두가 떠나고 홀로 남은 푸구이.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늙은 소를 사서 푸구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또 살아간다. 노래를 부르면서...

 

어린 시절엔 빈둥거리며 놀고,

중년에는 숨어 살려고만 하더니,

노년에는 중이 되었네.

 

살아간다는 것은 아무 목적이 없는 듯 하지만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걸음 속에 위대함을 품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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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6-08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종로책방 갑입니다. 중고 모서점 더 상 중고가격이 아니니... 인생 정말 걸작입니다.

coolcat329 2019-06-08 11:54   좋아요 0 | URL
제가 레삭매냐님 덕분에 종로책방 알게된 걸로 기억해요^^
 
파우스터
김호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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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님의 서평을 읽고 도서관에 바로 신청한 책이다. "드럽게 까탈스러운 나에게서 별 5개를 뽑아먹은" 이라는 표현에 확~관심이 쏠렸고, 개인적으로는 한국작가가 쓴 스릴러를 읽어보고 싶어서였다. 스릴러소설을 좋아하면서도 그동안 국내 작가에게는 관심도 기대도 안했던 점이 갑자기 미안해졌다고 할까...

 

한마디로 어디에서 펼쳐 읽어도 바로 몰입될 정도로 스릴러가 줄 수 있는 긴장감, 섬뜩함, 기발함을 갖춘 작품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라해도 단 하나 얻을 수 없는 젊음과 청춘. 그 젊음의 에너지를 향한 늙고 추한 욕망을 이토록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다니 그야말로 짜릿한 시간이었다. 

늙고 병든 육체안에서도 결코 죽지 않는 인간의 욕망과 탐욕에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나 또한 그런 욕망의 주체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쩌면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열망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자 인류의 발전을 가져온 근본적인 힘이라고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탐욕과 욕망이 남을 짓밟고 빼앗아옴과 동시에 그것에 취해 중독이 되었을 때 얼마나 무서운 괴물이 되는지를 '젊은 몸을 조종하여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노인들을 통해 보여준다.

 

p.299

파우스팅의 여운이 계속되고 있었다. 남선은 취해 잠들었을 은민을 떠올리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나의 아이이자 나의 청춘이자 나의 분신이다. 나는 그녀의 후원자이자 절대자가 되고 싶다. 아니 그녀가 나고 내가 그녀가 되고 싶다. 남선은 더 밀어붙이고 싶었다. 중독되어가는 걸 알고도 남선은 멈출 수가 없었다.

 

내가 만약 천억이라는 돈이 있는데 100억만 내면 내가 원하는 젊은 몸을 선택해 내 마음대로 조종하여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면, 비록 늙고 아픈 몸이지만 하루에도 몇 번 씩 젊은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삶의 활기와 쾌락, 건강을 느낄 수 있다면, 과연 나는 이로부터 양심을 지킬 수 있을까?

 

기발하고도 독특한 설정의 이 소설을 읽으며 과연 작가는 '이 어마무시한 스토리를 어떻게 마무리 지을까' 내심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고 지루할 새도 없이 이야기가 끝날 즈음 또 한 번의 짜릿함을 선사한다.

 

작가가 시나리오 작가 출신이라 그런지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하기도 하고 영화로 만들어져도 좋을거 같다. 한국작가의 독특한 스릴러, 재미를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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