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의 축제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2014년 7월
평점 :
일시품절


너무 보잘 것 없는 무의미해 보이는 것들이 지니고 있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

 

그 유명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도 안 읽고-요즘 읽고 있다- 처음 만난 쿤데라의 작품이다. 그의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삶의 가벼움, 하찮음, 무의미함에 대한 생각이 응축된 시집같은 책이다. 지금까지 읽어왔던 리얼리즘 소설과는 다른 특이하면서도 매우 지적인, 철학적 사유를 담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어렵다면 어려운 소설이겠으나 술술 잘 읽히기는 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거의 다 읽었는데, 온전히 이해하기엔 어려운 책이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술술 읽힌다. 그에 비하면 이 작품은 가벼운 느낌이지만, 독서 토론에서 다룬다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나에겐 그런 경험이 필요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쿤데라는 삶의 가벼움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한 나는 머리가 무거워 힘들다.

 

쿤데라가 85세에 쓴 작품으로 어쩌면 그의 유작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85세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니 나로서는 그저 바라볼 뿐이다.

 

인상적인 구절을 적어본다.

 

p.58

"맞아. 사과하지 말아야 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사람들이 모두 빠짐없이, 쓸데없이, 지나치게, 괜히, 서로 사과하는 세상, 사과로 서로를 뒤덮어 버리는 세상이 더 좋을 것 같아."

 

p.147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은 말입니다, 존재의 본질이에요.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심지어 아무도 그걸 보려 하지 않는 곳에도, 그러니까 공포 속에도, 참혹한 전투 속에도, 최악의 불행 속에도 말이에요. 그렇게 극적인 상황에서 그걸 인정하려면, 그리고 그걸 무의미라는 이름 그대로 부르려면 대체로 용기가 필요하죠. 하지만 단지 그것을 인정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고, 사랑해야 해요,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여기, 이 공원에, 우리 앞에, 무의미는 절대적으로 명백하게, 절대적으로 무구하게, 절대적으로 아름답게 존재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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