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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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작가 위화가 1993년 발표, 장이머우 감독이 영화로도 만들어 칸 영화제 심사의원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작년에 읽고 싶어서 중고서점 갈 때마다 찾았으나 가격이 중고가 아니라 안사고 버티다 지난 주 종로에 빈대떡 먹으러 갔다가 우연히 들린 종로책방에서 3500원의 이 책을 발견! 은희경의 <새의 선물>과 함께-역시 3500원- 기분 좋게 들고 나왔다.

 

그날 밤 남편이 어쩌다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는데, 갑자기 "아...어쩌냐..." 하면서 너무나도 슬프게 우는것이 아닌가...다 읽고 나서도 책을 어루만지며 그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는 남편의 모습에 난 책을 읽기도 전에 그 아픔과 슬픔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민요를 수집하는 어떤 사람이 우연히 푸구이라는 노인을 만나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인공 푸구이는 부유한 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부인(자전)과 딸(펑샤) 그리고 뱃속에 아이(유칭)까지 있지만 노름에 빠져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집과 땅을 다 빼앗기고 소작농으로 전락하게 된다. 불행은 이어서 온다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픈 어머니를 위해 의원을 부르러 성안으로 갔다가 얼떨결에 국민당 군대에 강제로 징집이 된다. 2년 동안 전쟁터를 누비다 해방을 맞아 구사일생으로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고 딸 펑샤는 벙어리가 되어 있다. 힘들게 집에 돌아온 푸구이는 그날 밤 자전과 두 아이를 쓰다듬으며 자신에게 말한다. "나는 집에 돌아온 거야."

 

소중한 가족을 보며 제대로 살아보려는 푸구이 앞에 그 시대는 기가막히게 다가온다.

정권을 장악한 공산당의 토지개혁, 1958년 시작된 마오의 대약진운동으로 수천만의 인민이 굶어죽게 되고 푸구이의 착한 아내 자전도 구루병에 걸리게 된다. 한창 커야할 나이인 아들 유칭은 물로 배를 채우고 딸 펑샤는 유칭의 학비 때문에 남의 집으로 이미 보내진 상태다. 대약진운동이 실패로 끝나고 약해진 권력을 다시 잡기 위해 마오는 청년들을 선동, 문화대혁명을 일으킨다. 마오의 사상에 세뇌된 홍위병들이 정치인,지식인,예술인들을 학살하고 매일같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이 펼쳐진다. 이런 파란만장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아무 힘도 없는 한 사람이 견뎌내야 하는 삶이란 감히 상상이 가질 않는다.

 

얼마전 본 영화 <기생충>에서 송강호의 대사가 떠오른다.

 

"제일 좋은 계획은 무계획이야. 인생은 계획대로 안되거든. 계획은 세워봤자 틀어지기만 해. 계획이 없으면 틀어질 일도 없고. 무슨 일이 닥쳐도 아무렇지 않지."

 

너무나 고달픈 삶과 운명 앞에서 인간이 세우는 계획이란 얼마나 무의미한가. 노름에 빠져 집안을 몰락시키고 나서야 자신의 가정으로 돌아온 푸구이. 착한 아내와 이쁜 자식들을 보면서 "앞으로는 제대로 살아야지" 다짐을 한 푸구이. 그러나 인생이란 이런 아주 작은 바람조차도 무참히 꺽을 수 있는 칼같은 것임을 광기로 얼룩진 중국의 현대사 속의 푸구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 책은 보여준다.

 

푸구이가 겪는 비극을 더이상 쓰지 않겠다. 그 어떤 것을 상상해도 그 이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남편은 많이 울었지만 난 울지는 않았다. 아마도 세상을 초월한 듯 물 흐르듯이 들려주는 푸구이의 이야기가 편안하게 느껴졌기 때문인듯 하다.

 

모두가 떠나고 홀로 남은 푸구이.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늙은 소를 사서 푸구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또 살아간다. 노래를 부르면서...

 

어린 시절엔 빈둥거리며 놀고,

중년에는 숨어 살려고만 하더니,

노년에는 중이 되었네.

 

살아간다는 것은 아무 목적이 없는 듯 하지만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걸음 속에 위대함을 품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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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6-08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종로책방 갑입니다. 중고 모서점 더 상 중고가격이 아니니... 인생 정말 걸작입니다.

coolcat329 2019-06-08 11:54   좋아요 0 | URL
제가 레삭매냐님 덕분에 종로책방 알게된 걸로 기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