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탈린의 죽음 - 영화 <스탈린이 죽었다 The Death of Stalin>의 원작!
파비앵 뉘리.티에리 로뱅 지음, 김지성.김미정 옮김 / 생각비행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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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과 검은색의 표지가 스탈린 시대 만큼이나 강렬하게 다가오는 그래픽 노블이다.

만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거의 읽지 않지만 이동진 평론가의 소개로 알게 되었고, 영화<스탈린이 죽었다>의 원작이라고 해서 보게 되었다.

 

1953년2월 28일, 모스크바 라디오 방송국을 통해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생중계되는 장면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공연을 들은 스탈린은 연주가 너무 좋았다며 녹음본을 받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공연은 생중계였으므로 녹음이 없었고, 방송국장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지게 된다. 할 수 없이 연주자들을 다 불러 한 번 더 똑같이 연주하자고 하는데, 마리아라는 피아니스트가 스탈린을 위해 연주할 수 없다며 거절한다. 그녀의 가족이 스탈린에 의해 수용소에 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엔 돈을 받고 설득을 당한다. 모두가 긴장한 상태에서 연주가 다시 시작되지만 너무 떨려 긴장한 지휘자가 쓰러지고 급기야 다른 지휘자를 막무가내로 데려와 간신히 녹음을 마치게 된다. 얼마나 급하게 데려왔으면 이 지휘자는 집에서 입는 가운과 슬리퍼 한짝만 신은 체로 지휘를 한다. 절대권력의 광기 안에서 이 얼마나 코미디같은 상황인지... 이 책은 단 한 칸의 그림으로 당시의 상황을 그 어떤 설명보다 강렬하게 보여준다. 우여곡절 끝에 녹음이 끝나고 레코드를 전달하려고 하는데 피아니스트가 자신이 쓴 편지를 레코드에 끼워서 보내게 된다. 그 편지에는 스탈린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있었고, 마침내 레코드를 받아든 스탈린은 이 편지를 발견, 읽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지게 된다.

 

철저한 감시와 공포정치가 지배하던 스탈린의 시대. 누군가가 죽거나 사라져도 전혀 이상할게 없는 이 시대에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절대 일인자가 쓰러졌다. 권력의 정점에 있던 사람이 쓰러져서 죽음을 맞이했을 때 그 주변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이 책은 함축적인 언어와 개성넘치는 그림들을 통해 강렬하게 보여준다. 무엇보다 인물들의 특징을 과장되게 그렸음에도 그 표정은 살아있는 사람 못지 않게 사실적이라 그들이 품고 있는 추악한 욕망과 암투가 그대로 전달이 된다.

 

쓰러진 스탈린...절대 권력앞에서 언제 숙청당할지 모르던 베리야를 비롯한 측근들은 죽어가는 스탈린의 치료를 미루며 각자 이 상황을 어떻게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지를 궁리를 하게된다. 권력의 허무함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죽은 스탈린은 더이상 아무것도 아닌 그저 시체일 뿐, 그 주위엔 새로운 권력을 향한 욕망만이 드글거릴 뿐이다.

 

이 작품은 역사적 사실과 픽션이 적절하게 뒤섞여 새로운 시각으로 그 당시 상황을 인상깊게 보여준다. '만화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의 정확성이 아니라 시각의 진실성'이며 '만화는 역사를 자유롭게 해석할 자격이 있다'고 스탈린의 평전을 쓴 장-자크 마리는 책 뒤에 실린 발문에서 말한다. 실제로 피아니스트 마리아의 편지는 존재하긴 했으나 스탈린이 그 편지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스탈린의 죽음과 그녀의 편지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적절한 상상을 가미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냄으로써 당시 소련의 암울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그로테스크하면서도 극적으로 드러나게 한다.

 

파비앵 뉘리가 쓰고 티에리 로뱅이 그린 이 작품은 역사를 그들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재구성하여 단순한 역사적 사실만으로는 느끼기 힘든 그 어떤 본질을 강렬하게 포착해낸 '짧고 굵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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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몸을 이끌고 파주 출판도시에서 하는 민음사 패밀리데이에 다녀왔다. 리퍼브도서를 할인+ 민음북클럽 포인트로 구입할 수 있는기회.
11시쯤 도착했는데 사람이 역시나 많았고 계산하는 줄이 빙둘러 끝이 보이지 않았다. 책 상태도 최상은 아니었고 특히 좋아하는 모던클래식은 종류가 많지 않아 살짝 실망하였으나, 그래도 물을 마셔가며 구석구석 뒤지며 총 7권을 골랐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산 책은 내가 보기엔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특별판이었다. 밀란 쿤데라가 직접 그린 강아지(책에 나오는 카레닌인듯) 일러스트가 있는 그 책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의 손에 들려 있어서 쿤데라의 인기를 실감했다.

나는 옆에 같이 있던 <무의미의 축제>를 골랐는데, 영화 <스탈린이 죽었다>의 원작 <스탈린의 죽음>을 도서관에 신청해놨고, 그와 연계해서 읽으면 좋을거 같다고 이동진 평론가가 추천한 기억이 나서 선택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집 <녹턴>은 읽고 싶었던 책이었고, 치누아 아체베의 책들은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를 인상깊게 읽었기에 '아프리카 3부작' 을 다 모으고 싶은 마음에 집어들었다. <면도날>은 작년 <달과 6펜스>를 다시 읽으며 몸의 다른 작품을 읽어봐야지 했던 기억에 골랐고, <핏빛 자오선> 역시 매카시의 대표작이므로 무엇보다 딱 3권만 남아 있었기에 안 고를 수가 없었다. 잔인하다던데...ㅠㅠ

응구기 와 시옹오라는 작가는 잘 모르는데 노벨상 후보로 많이 거론되었던가,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기에 한 번 읽어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선택했다.  

 

지난 달에도 올해는 필립 로스를 읽어보자 하고 알라딘에서 그의 책을 3권이나 샀는데, 펼쳐보지도 않고 또 이런 짓을 벌였다. 나 스스로가 좀 모자란 듯도 싶고 또 속으론 은근히 부자가 된 느낌이다. 책은 쌓여있고 읽는건 느리고...ㅠㅠ 그래서 책을 안 사기로 마음 먹었는데, 민음사에서 계속 문자가 와서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올해는 정말 책 그만 살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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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5-18 17: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패밀리데이 한 번 가보고는 끊었네요. 대단하십니다. 저도 모던클래식이 없는 게, 가지도 않을 거면서 아쉽네요.

coolcat329 2019-05-18 20:33   좋아요 0 | URL
네,저도 이젠 그만 갈까해요ㅎ 점점 사람 많은 곳이 힘들고 때로는 무섭기까지 하네용
 
종이 동물원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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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이야기에 온 마음을 빼앗기고 마지막 이야기에서 분노와 공포에 떨며 가슴이 찢어지는 슬픔을 느꼈다. 731부대의 만행을 다룬 마지막 이야기는 읽다가 중간에 그만둘 뻔 했다. 도저히 읽을 용기가 안 나서. 하지만 기억해야 하는 고통받은 자들의 이야기이기에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천천히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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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5-16 17: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읽고 싶은데 기회가 되지 않네요.

독서모임에서 한 번 추천해 볼까 싶네요.

coolcat329 2019-05-16 17:25   좋아요 0 | URL
독서모임용으로 정말 좋을거에요. 다양한 의견이 나올거 같아요.
 
검은 꽃 - 개정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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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에 이런 이야기가 있는 지, 또한 이 책이 그런 이야기를 담은줄고 모르고 읽었다. 처음부터 굉장히 강렬하게 다가왔다. 구한말 우리 역사가 항상 그렇듯이 안타깝고 답답하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든 살기위해 일어서려는 우리 민족의 끈질긴 생명력에는 가슴이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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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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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도 자기만의 공간을 가져본 적이 없는 여자 루이즈. 세상에 흡수되지 못하고 철저하게 혼자인 삶이란 얼마나 한 인간에게 가혹한가... 자신만의 공간과 삶의 이야기가 없는 사람에게 현실은 단순히 외로움을 너머 공포 그 자체일 수도 있음을 강렬하게 보여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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