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 시크릿 파일 - 우리가 몰랐던 조선 왕들의 인성과 사생활 이야기
박영규 지음 / 옥당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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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조선 왕들의 인성과 사생활 이야기'가 이 책의 부제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왕들의 성격과 사생활이 실록을 기반으로 나타나 있어 매우 흥미로웠고 신뢰가 갔다. 우리가 왕들을 평가하는 기준은 대부분 업적이었고, 그에 따라서 성군과 폭군으로 약간은 단순하게 이분법적으로 생각해 왔던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실록에 나타난 왕들의 실제 성격과 사생활을 보여줌으로서 특별한 존재로 여겨졌던 왕들도 왕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었고 단순히 좋고 나쁨으로 평가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사람은 누구나 그렇듯이 복잡하고 입체적이지 않은가...

 

이 책은 총 16명의 왕들을 다루고 있는데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세종에 관한 것이다.

조선시대 최고의 성군으로 칭송받는 세종대왕이 형인 양녕대군의 잘못을 아버지인 태종에게 낱낱히 일러바쳤던 고자질쟁이였다는 사실. 또한 며느리를 4명이나 내쫓은 비정한 시아버지였다는 것이 참 의외였다. 인자한 성품으로 신하들의 허물까지도 눈감아 주며 그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도록 한 세종이 며느리들에겐 그토록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사실이 역시 인간은 하나의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느꼈다.

 

책 전체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선조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다. 임진왜란 때 도성을 버리고 도주한 사실때문에 우리는 선조를 비겁하고 능력없는 왕으로 평가하곤 한다. 나또한 이런 사실때문에 선조를 좋지 않게 생각 했던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작가는 "그렇다면 만약 임진왜란 당시에 선조가 도주하지 않고 한성을 지키며 일본군과 맞섰다면 어떤 결과를 얻었을까?" 물으며 이에 대해 만약 그랬다면 병자호란 때의 인조처럼 되지 않았겠는가 하고 추측한다. 당시 선조가 도성을 버리고 북쪽으로 달아난 것은 현명한 선택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려 시대의 공민왕도 홍건적이 쳐들어오자 성을 버리고 일단 몸을 피한 후 때를 기다려 도성을 복구한 뒤 홍건적을 몰아내고 영토를 확장했다. 또 반대로 백제의 개로왕은 고구려 장수왕이 공격해왔을 때 도성을 사수하며 싸우다 처참히 패배하여 죽고 주변의 영토를 고구려에게 빼앗겨 결과적으로 백제가 망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조의 몽진은 '작전상 도주'라고 볼 수도 있다는 관점이다. 물론  선조가 왕으로서 비호감인 부분은 이 외에도 더 있지만 가장 큰 오점으로 남아있는 임진왜란 때의 몽진 하나 만을 두고 무조건 무능력하고 비겁한 왕이라는 평가는 너무 성급한 결론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악랄 뒤끝 대마왕 태종(무섭고 싫다),우유부단한 중종(싫다), 최고 좀팽이 아비이자 지질한 인조(개인적으로 제일 싫다), 살벌한 세조(무섭고 역시 싫다), 조선시대 최고 사이코패스 연산군, 밤만되면 호색한으로 변하는 성종, 단 한명의 후궁도 두지 않은 현종 등 우리가 알거나 알지 못했던 조선 왕들의 인간적인 삶을 통해 파란만장 했던 조선의 역사를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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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2-08 1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태종-중종-세조 그리고 인조 ...

최악은 두 번이나 도성을 버리고 몽진
에 나선 인조가 아닌가 싶습니다.

성종이 그렇게 야!~한 임금이었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선조는 아예 조선을 버리고 안전한 중
국 땅으로 들어갈 궁리를 했다는 게 문
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장렬하게
도성을 지키다가 전사했어도 분조해서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한 세자 광해군
이 있어서 그닥... 제 상상이었습니다.
 
우리가 매혹된 사상들 - 인류를 사로잡은 32가지 이즘, 개정증보판
안광복 지음 / 사계절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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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게 영향을 준 대표적인 32가지 사상을 역사 속에서 되짚어 보며 각각의 사상들이 어떤 배경에서 나오게 되고 또 사라졌는지를 고등학교 선생님답게 아주 쉽게 설명한 책이다. 깊이 보다는 전체적인 사상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어 맥락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유익한 교양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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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내세 민음사 모던 클래식 7
러셀 뱅크스 지음, 박아람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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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주 북부의 샘덴트라는 작은 도시에서 어느 눈이 내리는 날 스쿨버스가 가드레일을 뚫고 비탈로 추락을 한다. 이 끔찍한 사고로 어린 아이 14명이 죽고 (마을 어린이의 절반이) 마을에는 슬픔과 분노가 자리잡게 된다. 이야기는 사고 후 4명의 마을 사람-버스 운전자 돌로레스 드리스콜, 죽은 쌍둥이 아이의 아버지 빌리 안셀, 과실 소송 전문 변호사 미첼 스티븐스, 사고 생존자 니콜 버렐-이 각자의 입장에서 감추어진 진실을 말하면서 전개된다. 개인적으로 여러 사람의 입장에서 전개되는 스토리는 항상 흥미롭다. 사고 후 모든 것이 절대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은밀하고도 충격적인 개인사가 4명의 화자를 통해 드러나고  작고 조용한 마을이지만 모든 일상이 날카롭게 변하기 시작한다.

 

상상할 수 조차 없던 큰 비극을 겪은 사람들에겐 삶이란 살아있어도 결코 산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 보내는 응원과 박수는 결코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마지막 돌로레스의 냉소적인 말은 뼈아프게 다가왔다.

니콜의 증언을 가장 늦게 알고 돌로레스가 느낀 감정은 '안도감'이었다. 그리고 따라오는 고마움과 외로움. 돌로레스의 내면에서 꼬리를 물고 도는 이 세가지 감정. 니콜의 거짓증언에 안도감과 고마움이라니...나로서는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가슴을 옥죄는 어떤 속박으로부터 해방된 기분이었을까? 그리고 철저히 혼자라는 생각에 외로움이 뒤따라 온 것일까?

'달콤한 내세'라는 제목은 살아있지만 살아있는게 아닌 삶을 나타내는 것일까? 달콤하다는 건 반어적인 표현이겠지?

책을 읽고 나서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한 건 내 기억으로는 처음인 듯 싶다. 나의 뜻과는 다르게 비상식적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에 당황했고, 왜 이래야 하는지 작가의 의도가 좀처럼 잡히질 않아 다 읽고 나서 참 막막했다. 

이 책은 독서 토론 수업에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아주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토론을 하면서 막연했던 자신의 생각을 정리 할 수도 있을 거 같다.

 

이 작품은 1997년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는데 그 해 칸 영화제에서 3개 부문 상을 받아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국내에선 미개봉.

 

러셀 뱅크스의 작품은 <거리의 법칙>이후 2번 째 인데 사실 이 책은 몇 년전 도서관 교환코너에 누가 두고 가서 집어 온 책이다. '민음사 모던 클래식이 웬일이냐!' 하면서.

p.298, 299

니콜 버넬 역시 그들에게 동참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날 아침 나와 함께 버스에 타고 있던 아이들은 모두 그들에게 동참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 그러니까 나와 니콜, 사고에서 살아남은 아이들과 살아남지 못한 아이들. 우리 모두는 이제 완전히 다른 마을 사람들이 된 것 같았다. 우리는 달콤한 내세에서 외딴 마을을 구성하고 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샘덴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대하든, 우리를 기념하든 멸시하든, 우리의 파괴를 응원하든, 역경을 이겨 내고 승리를 거둔 데 박수를 보내든, 그것은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지 우리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다른 방법은 없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p.299

니콜 버넬과 베어 오토, 램스턴 가 아이들, 숀 워커, 제시카 안셀과 메이슨 안셀, 앳워터와 빌로드 가의 아이들, 버스에 타고 있던 죽은 아이들과 죽지 않은 아이들, 그리고 나 돌로레스 드리스콜, 우리는 모두 제각기 혼자였다. 우리가 아무리 외로움을 공유하고 있다고 해도 그 외로움은 그것이 지닌 단순한 사실을 바꿀 수 없었다. 설사 죽지 않았다고 해도, 아주 중요한 측면에서, 더는 당황스럽지도 두렵지도 않으며 따라서 저항할 수도 없는 아주 중요한 측면에서 우리는 죽은 것과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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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반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78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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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표현 불능증(alexithymia)이란 희귀병을 앓는 주인공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타인과 공감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있는 것인지 새삼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창비 청소년문학 수상작 답게 '친구들과의 소통과 자신의 정체성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중고등학생들이 읽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 크리스마스 선물로 산 책인데 좀 어렵다고 해서 책장에 꽂아뒀다가 머리도 식힐 겸 읽어 봤는데 흡입력이 대단, 단숨에 다 읽게 되었다. 그러나 초등학생이 읽기엔 다소 어려운 건 사실, 중학생은 되야 이해를 할 수 있을 듯 싶다. 읽으면서 김려령 작가의<완득이>가 생각났는데, 이 작품도 역시 장면장면이 생생하고 전개도 빠르며 캐릭터들이 분명해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기에 주변에 책을 안 읽는 사람들에게 추천해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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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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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온몸으로 열렬히 좋아하는 사람의 책은 언제나 즐겁고 유쾌한 자극을 준다. 독서란 본질적으로 고독한 행위라는 그의 말이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고로 2019년은 나에게 고독한 해가 될 듯 싶다. 그리고 행복하다. 습관이 행복한 사람이 진정 행복하다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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