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 왕 열린책들 세계문학 201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박우수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실을 보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은 얼마나 무서우며, 그런 인간이 모든 것을 다 잃고 나서야 정말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됨을 리어 왕과 글로스터 백작을 통해 강렬하게 보여주는 작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셰익스피어 - 런던에서 아테네까지, 셰익스피어의 450년 자취를 찾아 클래식 클라우드 1
황광수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테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야심찬 첫 출발, 셰익스피어! 

평론가 황광수가 셰익스피어 작품의 배경인 런던에서부터 중서부 유럽을 거쳐 이탈리아, 그리스에 이르는 지중해 지역까지 여행하면서 쓴 문학 에세이이다.

 

이 시리즈의 3권인 <클림트>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기에 구입했는데, 기대만큼 잘 읽히지 않았고 가끔 철학적인 내용과 함께 분석해 놓은 부분은 이해하기가 힘들어 답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작가의 잘못만은 아니다. 문제는 내가 부끄럽게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3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책 한 권에 셰익스피어의 거의 모든 희곡을 다뤘는데, 단순히 내용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무대가 되는 여행지를 찾아가 작품과 연관지어 작가의 생각을 담은 문학기행이기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만 (그것도 몇 편 안됨) 알고 있는 나에겐 조금은 기운빠지는 독서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중간 쯤에 책읽기를 중단하고 도서관에 가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리어 왕>,<맥베스>,<오셀로>를 빌려와서 <리어 왕>을 다 읽었는데, 의외로(!) 너무 재밌었고 내용을 알고 다시 이 책을 보니 작가의 글이 훨씬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너무나도 유명한 셰익스피어이지만 그의 희곡을 읽은 사람들은 의외로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같은 경우엔 현대 언어와는 다르게 화려한 비유와 수사가 많이 나오는 대사가 어색하고 이해하기 힘들어 선뜻 읽게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을 계기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정도는 꼭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이 책을 찾아 해당 부분을 읽어 본다면 더 좋을 듯 싶다.

셰익스피어의 여러 작품을 맛보고 전체적인 흐름을 알게 되어 좋았다.

 

"한 시대가 아니라 모든 시대를 위해 존재한 작가"

                                                     -벤 존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년으로 접어들고 애인과의 일상은 권태로운 한 여자와 그 여자를 사이에 두고 경쟁하는 두 남자의 심리를 매우 섬세하고 감각적으로 그린 프랑수아즈 사강의 길지 않은 중편소설이다.

 

"시몽, 이제 난 늙었어. 늙은 것 같아..." 14살 연하남 시몽에게 이별을 고하는 폴이 슬픔에 뛰쳐나가는 시몽을 향해 마지막으로 한 말에 나 또한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지니 슬펐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인생 60부터!' 라고 말하지만 40만 넘어도 내 몸이 느끼는 노화의 징후들은 현재의 나를 제대로 바라보게 만든다.

 

사강은 노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욕망을 실현한다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때, 더 이상의 만남이 불가능해지는 때, 머릿속에서 분방한 생각들이 오가는 가운데 아침 추위로 이가 딱딱 부딪치는 때...지금 유일하게 안타까운 것은 읽고 싶은 책들을 다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뿐."

아직 노년이라고 하기엔 젊은 나이지만 이 말에 격하게 공감이 가는 건 설마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일까?

적어도 14살 연하의 잘생긴 시몽을 받아들일 수 없는 폴의 심정이 난 너무나 이해가 갔고 나 역시도 그 뜨거운 사랑에 몇 번 취할 수는 있겠지만 내 삶의 일부로 삼기엔 사랑이라고 하는 것의 덧없음과 늙어가는 것에 저항할 수 없음을 알기에 분명 괴로운 갈등을 했을 것 같다.

 

사랑을 믿느냐는 질문에 사강은 "농담하세요? 제가 믿는 건 열정이에요. 그 이외엔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사랑은 이 년 이상 안 갑니다. 좋아요. 삼 년이라고 해 두죠." 라고 말했다고 한다.

로제와 폴이 처음에 만났을 때는 열정적인 사랑에 서로를 끊임없이 원했지만 그 열정이 식어버리자 로제는 자유분방한 자신의 본성을 감추지 못하게 되고 폴은 그런 상황에 점점 외로움과 권태를 느끼게 된다. 그런 폴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지만 14살이라는 나이 차이와 사랑의 유한함은 언제가 시몽도 자신을 떠날 것이라는 불안감을 안겨준다.

 

젊은 시절에는 자신의 욕망과 감정에 충실하며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이가 듦에 따라 몸과 마음이 약해지면서 모든것에서 안정을 추구하고 현실에 안주하며 변화를 두려워 하게 된다. 폴도 마찬가지다.

 

p.141

"하지만 스무 살 때에는 지금과는 생각이 달랐어. 뚜렷하게 기억나. 나는 행복해지기로 결심했지."

그랬다. 그녀는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욕망에 쫓겨 거리를, 해변을 쏘다녔다. 그녀는 하나의 얼굴, 하나의 생각을 찾아 헤맸다. 요컨대 하나의 대상을 찾아서. 3대에 걸쳐 여자들의 머리 위에 감돌았던, 행복해져야 한다는 의지가 그녀의 머리 위를 감돌고 있었다. 당시에도 장애물은 없었고, 앞으로도 그리 많지 않으리라. 이제 그녀는 새로 개척하는 대신 갖고 있는 것을 지키려 애쓰고 있었다. 직업을, 그리고 남자를......

 

한없이 사랑이 넘치는 시몽을 두고 무심하고 거기다 바람까지 피는 로제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던 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젊은 시절 추구했던 행복보다는 그동안 자신이 이 사랑을 지키기 위해 쏟아부은 노력과 그 삶이 더 소중하고 그런 삶과 사랑을 끝까지 지키고 싶던 것이 아닐까...

어차피 사랑의 속성이란 유한하다는 것을 잘 알기에...

 

p.139

어쩌면 자신이 그들의 사랑을 위해 육 년 전부터 기울여 온 노력, 그 고통스러운 끊임없는 노력이 행복보다 더 소중해졌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었고, 바로 그 자존심이 그녀 안에서 시련을 양식으로 삼아,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로제를 자신의 주인으로 선택하고 인정하기에 이르렀는지도 몰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7년 퓰리처상 수상작. 시적인 문체와 분위기에 압도당하는 책.

아버지와 아들의 짧고 생략된 대화가 그 어떤 긴 대화보다 강렬했고 슬프며 아름다웠다. 죽음 외에는 답이 없는 세상에서 아름다움이라니, 이 작품의 뛰어남이 아닌가 싶다. 

지옥같은 세상에서 아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죽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자신의 역할을 하다간 아버지에게서 표현할 수 없는 위대함과 숭고함을 느꼈다.

죽음이라는 쉬운 길을 가지 않고 절박한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길을 걸어가는 두 사람. 아버지와 아들이 보여주는 따뜻한 사랑과 인간애에 몇 번이나 눈물이 흘렀는지...

내 앞에 길이 있는 한 -비록 그 길이 지옥일지라도- 계속 걸어가야 하는 인간의 어떤 근원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남자가 소년의 손을 잡으며 씨근 거렸다. 넌 계속 가야 돼. 나는 같이 못 가. 하지만 넌 계속 가야 돼. 길을 따라가다보면 뭐가 나올지 몰라. 그렇지만 우리는 늘 운이 좋았어. 너도 운이 좋을 거야. 가보면 알아. 그냥 가. 괜찮을 거야. - P3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을 이제 반 정도 산 내가 과연 스토너의 삶이 불행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삶을 끝마치는 순간까지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아내기 위해 온몸으로 증명해 보인 스토너를 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실패한 듯 보이는 그의 삶이지만 그가 자신의 삶을 산 방식은 그로서는 최선이었고 그 안에서 어떤 숭고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죽음을 향해 가는 순간의 묘사 중, "그는 그 자신이었다"(p.391) 라는 문장이 가슴에 꽂혔다. 자신이 쓴 책을 쓰다듬으며 책이 자신을 그 안에 가둬주기를, 옛날의 공포와도 같았던 설렘이 자신을 고정시켜주기를 바라며 죽음을 기다리는 스토너.

나는 죽는 순간 진정 나 자신임을 느낄 수 있을까?

죽음 앞에서 자기 자신과의 고독하면서도 찬란한 대면.

이언 매큐언의 찬사처럼 스토너의 죽음에 대한 묘사는 정말 최고이다.

 

다음은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자신의 일부가 녹아있는 책이 죽어가는 그의 가슴 위로 떨어지고 이어지는 고요함.

책에는 묘사되어 있지 않지만 아마도 스토너는 미소를 지으며 죽어가지 않았을까 싶다.

손가락에서 힘이 빠지자 책이 고요히 정지한 그의 몸 위를 천천히, 그러다가 점점 빨리 움직여서 방의 침묵 속으로 떨어졌다. - P39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