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인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4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김인환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평점 :
<연인>은 1984년 공쿠르 상 수상작으로 프랑스령 베트남을 배경으로 15살 소녀의 욕망, 비정상적이고 가난한 가족으로 인한 아픔과 외로움, 수치심, 분노 등을 특유의 건조한 문체로 담담하게 써내려간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기숙사로 돌아가기 위해 탄 배 위에서 소녀는 부유한 중국인 남자를 만난다. 이 만남으로 소녀는 겉잡을 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히고 삶의 고통에서 빠져나와 쾌락에 자신의 몸을 내맡긴다.
12살 차이의 중국 남자와 관계를 가지는 15살 소녀의 파격적인 모습은 1992년 장 자크 아노의 동명 영화에서 꽤나 적나라하게 묘사되었지만, 소설은 두 사람의 에로틱한 관계보다는 사춘기 소녀의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욕망과 그 욕망을 실현해나가는 감춰진 심리에 주목한다.
나는 그가 내 몸을 즐기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몸을 어떻게 누리는가를 바라보았다. 그런식으로 육체를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내가 바라던 것을 넘어, 내 육체의 숙명에 적합한 곳까지 나를 데려갔다. (p.118)
나는 이 상식을 깨는 이야기가 작가의 실제 이야기였다는 사실에 놀랐다. 읽으면서 아니 에르노와 콜레트 생각도 났다. 프랑스 여성 작가들의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그들을 설명할 때 '솔직함과 당당함'이라는 단어는 늘 따라다닐 거 같다.
가독성이 좋지도 재미있지도 않았지만 여성의 욕망을 독특한 방식으로 탐색했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여인을 아름다워 보이게 하는 것은 화장과 화려한 보석에 있는 게 아니라고 소설 속 화자는 말한다. 자신의 욕망을 발견하고 그것의 주체가 나임을 아는 것이 여자를 진정으로 아름답게 보이게 한다는 사실, 내가 이 책을 통해 깨달은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