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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 사람들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3
제임스 조이스 지음, 진선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평점 :
"나는 그 무대로 더블린을 골랐는바 이 도시가 나에게는 마비의 심장부로 보였기 때문이지요."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1882~1941)의 소설집 <더블린 사람들(Dubliners)>은 총 14편의 단편과 1편의 중편으로 구성, 1914년 발표되었다. 제목이 말해주듯이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가 <더블린 사람들>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첫 번째 이야기 '자매'에서 화자인 소년의 생각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난다.
[매일 밤 나는 창문을 응시하면서 마비라는 말을 나직하게 중얼거려보았다. 그럴 때마다 그 말은 언제나 내 귀에는 (...) 생소하게만 들렸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나에게 그 말이 어떤 나쁜 짓을 일삼는 죄받을 존재의 이름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그 말에 나는 순간적으로 공포감에 사로잡혔으나 이내 그 말에 오히려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것이 저지르는 끔찍한 소행을 눈여겨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아졌다. (p.10)]
제임스 조이스는 더블린을 마비의 중심지로 보고, 자신들이 마비된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더블린 사람들의 병든 삶을 15편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하게 보여준다. 더블린 사람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마비의 모습은 정치, 종교, 문화의 부패, 속물 근성, 알코올 중독, 무지함, 경제적 궁핍, 용기의 부재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이 중에서도 카톨릭 종교 지도자들의 위선과 부패, 그런 막강한 카톨릭의 영향 아래에서 개인의 자유와 정체성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아일랜드인들의 모습이 나에겐 가장 암울하게 다가왔다.
이번에 제임스 조이스의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조이스가 소설은 단 4편만 썼다는 것과 작품의 이해와는 별개로 <더블린 사람들>이 꽤나 재미었었다는 사실이다. 생각보다 잘 읽혀서 내가 지금 제대로 읽고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는데, 역시나 읽고 나서 '이게 뭐지?' 하고 당황했지만 그래도 읽는 순간은 매우 재미있었다.
작품의 이해는 뒤의 '해설'이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해설을 먼저 읽고 책을 읽는 것도 좋을 듯하다.
작가가 자신의 목소리는 최대한 감추고 '철저하게 궁핍감이 물씬거리는 스타일'로 썼기에 독자는 작가가 말하지 않은 의미를 찾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독서를 원하는 분들이 읽으면 좋겠다.
단 4편의 소설로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가 된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을 알게 되어 기쁘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중고책으로 나오면 살 생각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되풀이해서 읽어야 할, 충분히 소장할 가치가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