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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7
에드워드 올비 지음, 강유나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평점 :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Who's afraid of Viginia Woolf?)는 196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어 664회의 공연 기록을 달성, 에드워드 올비(Edward Albee 1928~2016)를 미국의 주요 극작가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기여를 한 작품이다. 또한 토니 상 수상과 함께 1966년 엘리자베스 테일러, 리처드 버튼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만들어져 올비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주었다.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는 현실과 환상 속에서 위태롭게 살아가는 두 쌍의 부부, 그들이 벌이는 술과 욕설이 난무하는 한 밤의 추잡한 난장극이다.
현실의 고통을 외면하고 이상만을 추구하며 거짓된 삶을 사는 이들이 서로를 향해 던지는 폭력적인 말과 행동, 그 이면에 감추어진 병든 마음들과 복잡하게 얽힌 심리가 독자의 마음 또한 불편하게 만든다.
역자는 작품 해설에서 제목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라는 제목이 극의 마지막에 가서는 '누가 거짓 환상 없는 삶을 두려워하랴?'(p.200)라는 묵직한 질문으로 독자와 관객에게 다가온다고 말한다.
즉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면서 삶은 원래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인간은 삶의 본질에 다가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깨달음의 과정에 도달하기 위해 욕과 조롱, 폭력도 불사해야 한다고, 욕설로 인한 마음의 상처보다 더 나쁜 건 현실을 외면하고 환상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삶이라고 작가 올비는 생각한 거 같다.
총 3막의 구성 중 마지막 3막의 제목이 'The Exorcism'(귀신 쫓기)인 것만 봐도 그 의도를 알 수 있다. 그동안 조지와 마사 부부를 지배하고 있던 거짓된 환상(귀신)을 쫓는 행위를 함으로써 삶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대응해야 진정한 인간관계를 회복하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음을 이 작품은 보여준다.
나는 이 희곡을 읽으면서 당연히 결말이 비극적으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지와 마사가 주고 받는 언어 폭력이 도저히 회복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 시끄러운 현관문과 마사의 웃음소리로 시작하여 그 모든 욕설과 폭력, 비방을 거쳐 엑소시즘의 단계에서 터질 것 같던 극은 조지가 마사의 어깨에 다정하게 손을 얹고 '누가 두려워하랴, 버지니아 울프...'(p.193)노래를 부르는 가운데 마사의 '두려워'라는 고백과 함께 '침묵'으로 끝난다.
술과 환상에 의지해 살았던 지난 거짓된 삶을 벗어 버리고 진짜 삶을 대면한 두 사람, 앞으로는 이상한 게임과 말장난, 거짓으로 점철된 삶이 아닌 진정한 대화를 나누는 그런 부부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는 아메리카 드림이라는 허상의 노예가 되지 말고 각자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진심으로 소통해야 함을 욕설과 폭력이라는 불편한 수단을 사용하여 보여주는 '역설적인 드라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