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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물고기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최수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황금 물고기>는 200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르 클레지오(J.M.G. Le Clézio 1940~)가 1996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작가의 후기 대표작 중 하나이다.
'급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처럼'(p.112) 자신의 뿌리를 찾아 세상을 떠도는 흑인 소녀 '라일라'의 고난한 여정을 그리고 있는 <황금 물고기>는 르 클레지오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문장이 빛나는 작품이다.
한 소녀의 거친 인생 역정을 다루고 있지만, 차분하면서도 서정미 넘치는 문장 덕분에 책을 읽는 것이 아닌 책 속을 유영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마침내 라일라가 고향에 도착해 자신이 태어난 땅을 만지며 어머니의 손길을 느끼는 장면에서는 보잘 것 없는 물고기에서 '황금 물고기'로 거듭난 라일라의 모습에 눈이 부셨다. 모든 성장은 이처럼 눈부시지 않을까...
처음으로 나는 멀리 떠나고 싶었다. 저 산들을 넘어 힐랄의 나라로 가 내 엄마와 내 부족을 찾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어쩌면 그 모든 것은 존재하지 않고, 나 자신이 귀고리를 들여다보며 지어낸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P84
나는 급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처럼, 지금처럼 다른 사람들, 다른 사물들 사이를 누비며 살아가고 싶었다. - P112
나는 어렸을 적부터 사람들이 끊임없이 나를 그물로 잡으려 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나를 끈끈이에 들러붙게 했다. 그들을 그들 자신의 감상과 그들 자신의 약점으로 내게 덫을 놓았다. - P116
밤이면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나는 한 마리의 바퀴벌레가 되었다. 그리하여 톨비아크, 오스테를리츠, 레오뮈르 세바스토폴 역으로 다른 바퀴벌레들을 만나러 갔다. 우리만이 아는 길을 통해 지하철 통로 안으로 들어서면 북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소리에 몸을 떨었다. 그야말로 마술적인 소리였다. 저항할 수 없었다. 나는 그 음악에 이끌려 바다와 사막을 건넜다. - P154
나는 위험한 사람들은 마르시알이나 아벨이나 조라나 들라예 씨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위험한 사람들은 그들의 희생자들이었다. 그들은 동조자이기 때문이었다. - P205
이제 나는 음악을 귀가 아니라 내 온몸으로 듣고 있었으며, 전율이 나를 감싸고, 살갗을 자극하고, 신경과 뼈까지 아프도록 파고드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들을 수 없는 음들이 내 손가락 속으로 거슬러 올라가, 나의 피와 나의 숨결, 그리고 얼굴과 등에서 흘러내리는 땀과 한데 섞였다. - P264
나는 다른 이름, 다른 얼굴을 가지고 돌아왔다. 오래전부터 나는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이제 나는 내가 받았던 것을 되돌려줄 것이다. 어쩌면 나는 스스로 깨닫지 못하면서도 언젠가는 이런 순간이 오도록 하기 위해 그 모든 노력을 기울여왔던 것인지도 모른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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