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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엄마 찬양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6월
평점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페루가 배출한 세계적인 작가로 2010년 노벨문학상을 받기까지 했는데, 난 이 작가를 작년에야 알게 되었다. 우연히 중고책방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사두었다가 이번에 읽게 되었는데, 그야말로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을 했다.
1988년 발표한 이 소설은 페루의 수도 리마의 한 중산층 가정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등장 인물은 주인 리고베르토와 아들 알폰소, 리고베르토와 재혼한 아내 루크레시아, 하녀 후스티니아나이며 이야기는 리고베르토의 저택에서 펼쳐진다.
루크레시아는 아름다운 40세 여인으로 처음에 리고베르토와 재혼할 때 의붓아들인 알폰소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까봐 걱정했지만 그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생일 축하해요, 새엄마!
돈이 없어서 선물은 준비 못했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꼭 일등할게요. 그게 내 선물이 될 거예요. 새엄마는 이 세상에서 최고예요. 가장 예쁜 사람이고요. 나는 매일 밤 새엄마 꿈을 꿔요. 다시 한 번 생일 축하해요! (p.13)
자신의 생일날 의붓아들이 손으로 쓴 편지를 받고 아들이 자신을 가족으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는다. 내가 루크레시아였어도 정말 기뻐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다음부터 이야기는 순수와 욕망, 도덕과 금기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참으로 요사스럽게 전개되니 직접 읽어보시길...
온몸을 훑어대는 에로틱한 묘사, 새엄마와 의붓아들의 사랑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소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머러스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묘사와 이야기 구성에 저속한 외설이라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더 밝고 건강한 성적 유희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고전명화부터 현대 추상화까지 유명 미술작품들을 이야기 중간중간에 삽입하여 소설 속 인물들의 이야기와 연관지어 풀어나감으로써 작품에 풍성함을 더하는 독특한 서술방식이었다. 처음에 나오는 그림부터 나의 시선을 압도, 또 그 그림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요사의 유머와 자연스러운 상상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루크레시아 남편인 이 리고베르토라는 사람은 또 어떤가!
자신의 육체를 정화하는 그만의 '느리고도 복잡한 작업'이 있으니 이 또한 읽어보시길 바란다.
비록 너무 늦게 알게 된 작가이지만 이 분의 다른 작품들도 꼭 읽고 싶다. 일단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를 사두었다. 조만간 읽게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