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역사가 - 주경철의 역사 산책
주경철 지음 / 현대문학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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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제목의 이 책은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통해 알게 되었다. 진행자 이동진과 이다혜 작가의 이야기를 듣다가 너무 재미있어 방송듣기를 멈추고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2016년 출간 된 책으로 이제라도 저자 주경철 교수와 그의 책들을 알게 되서 다행이고 기쁘다.

책읽기의 재미를 늦게 알게 되어 내 앞엔 이런 책들과 작가들이 적어도 수백명은 될 듯 싶은데, 시간도 부족하고 요즘은 체력도 안 따라줘 마음만 급하다.

 

문학과 예술작품을 통해 역사 속 특별한 사건들을 연결하여 살펴보는 책으로 총 11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루하고 딱딱한 역사가 아닌 11편의 재미있는 단편 소설을 읽은 듯한 느낌으로 각각의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고 쉽게 설명이 되어 있어 나같은 세계사에 문외한인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첫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 비극, 에우리피데스의 <바카이>이다. 쇠락해 가던 그리스 문명에 '이 시대가 휘두르는 권력이 과연 옳은가' 라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인간이 지금까지 이룩한 문명은 불평등과 억압 속에서 만들어졌고 그 문명의 빛이 지금까지 비추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이어서 14세기 모로코 여행가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를 통해 당시 이슬람 초(超)문명권을 돌아보고, 잔혹한 군주였던 러시아의 '이반 뇌제'가 지금의 러시아에 끼친 영향을 러시아의 특수성과 연관지어 이야기한다.  

특히 내가 인상깊게 읽은 이야기는 아메리카 문명과 기독교의 만남을 다룬 부분으로 기독교가 아메리카 토속신앙과 만나 어떻게 '인디언화'가 되어 지금의 남미 카톨릭이 탄생했는지 '과달루페의 성모' 그림에 얽힌 전설을 통해 보여준다. 

당시 아메리카 여러 제국에 만연해 있던 인신 희생 제의에 관해서는 그런 야만적인 행위가 있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지 왜 그들이 이런 제의를 하는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인간의 생명으로 우주를 살린다'는 그들 나름의 심오한 철학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미시사의 고전 <치즈와 구더기>를 통해서는 16세기 민중들이 책을 읽고 그것을 자신들의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나름의 문화를 만들어 왔는지를 알 수 있다.

악의 고전으로 유명한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을 통해 어떻게 마녀의 개념이 만들어지고 수많은 희생자가 생겼는지, 17세기 바타비아 호 사건을 통해서는 근대 유럽 문명과 인간의 사악함에 경악하게 된다.

바람둥이로 알려져 있는 카사노바가 실은 여자만 밝히는 쾌락주의자가 아닌 문필가, 모험가, 지식인, 궁정인, 여행가, 마술사, 노름꾼으로서 당대를 흔든 인물이었다는 점 또한 흥미로웠다. 시대에 끌려가는 인물이 아닌 자신의 '삶의 방식을 스스로 정한 자유인' 이었던 카사노바의 진면목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 외에도 역시 미시사의 고전 로버트 단턴의 <고양이 대학살 사건>을 통해 근대 사회가 품고 있던 억압적 문화에 반(反)하여 일어나는 민중의 저항들이 어떤 문화적 맥락에서 일어나는지 설명한다.

19세기 최초로 아프리카 대륙을 횡단한 리빙스턴과 그를 찾아 떠난 기자 스탠리의 탐험이 유럽인들의 야심을 자극해서 제국주의의 팽창을 촉발, 특히 콩고를 쑥대밭으로 만든 벨기에 레오폴드의 식민정책을 예로 들며 유럽 근대 문명이 내세운 이성과 계몽이라는 것이 어떻게 아프리카를 파멸시키는지도 들여다본다.

마지막으로 2차 세계대전 홀로코스트를 다룬 세 편의 영화를 비교하며 우리가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어떠한 자세로 접근해야 하는지에 관해 질문을 던진다.

 

고대 그리스를 시작으로 20세기 홀로코스트까지의 광대한 역사 속 특별한 11개의 이야기를 다양한 각도에서 보는 즐거운 독서였다. 앞으로 주경철 교수의 책을 더 읽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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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9-15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진짜 오래 전에 샀었는데 결국 못
다 읽고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편하게 읽으면 괜찮을 수도 있는데
의미를 짠하게 두어서 그랬을 수도...

다시 찾아서 도전해 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