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사과
기무라 아키노리, 이시카와 다쿠지 지음, 이영미 옮김, NHK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 / 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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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이 어떻게 되느냐 하는 건 아무 상관 없었어. 그런 생각은 머릿속에 전혀 없었으니까. 시도해 보고 싶은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거라…….그럼 당장 시험 해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는거야. 잠을 자도 꿈을 꿔도 그 생각뿐이었어. 뭔가가 떠오르면 한밤중에라도 일어나서 밭으로 달려가고 싶었지.-87쪽

반드시 된다고 말하는 자신과, 절대 안 된다고 말하는 자신.
어느 쪽이 천사의 목소리고, 어느 쪽 목소리가 악마일까.

-129쪽

내가 포기한다고 하는 것은 인류가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었다.
-1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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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날>을 리뷰해주세요.
운명의 날 - 유럽의 근대화를 꽃피운 1755년 리스본 대지진
니콜라스 시라디 지음, 강경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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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 속에서 피어난 이성의 꽃


1755년 11월 1일 전대미문의 대지진이 부유한 대도시 리스본을 강타한다. 땅 위의 모든 것들은 폐허더미가 되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야말로 대재앙 그 자체였다. 악몽과 같은 대지진의 여파가 지나간 뒤 남아있는 사람들은 건물 잔해와 시체 더미를 보며 생전 처음 보는 이 재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 누구는 대 예언이 실현되었다고 떠들었으며 누구는 퇴락한 도시에 신이 내린 벌이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이들과는 다르게 이 희대의 사건을 바라보는 이들이 있었다. 대재앙은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집어삼켰고, 그 아비규환의 현장 속에 더 이상 신은 없었다. 리스본에 닥친 자연재해는 종교에 묶인 인간의 이성을 탈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땅이 꺼지고 거대한 해일이 몰려오는 그 순간에 인간이 해야 할 일은 기도가 아니라 더 멀리, 더 높은 곳을 향해 도망치는 것이었다.

모두 생존을 위해 하나같이 아우성쳤다. 지진은 순식간에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만들었다. 인류가 아무리 애써도 이루지 못한 평등이 한순간에 이루어진 셈이다. 죽음이 눈앞에 다가온 그 순간은 지위도 부와 명예도 아무 소용없었다. 그저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한 인간이 있을 뿐이었다. 대지진의 울림이 멎고, 살아남은 지배층 인사들은 무너져버린 이 도시의 재건에 대해 궁리한다.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허물어져버린 도시, 그러나 도시의 신속하고도 합리적인 재건을 바라는 이들에게 더 큰 장벽은 대지진을 재앙으로 인식하며 죄를 회개하라 부추기는 광신도들이었다. 그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넋을 놓은 시민들에게 회개하고 죄를 용서받으라고 소리쳤다. 다시 일어나 사라진 도시를 재건하려는 이들에게 일을 멈추고 기도하라고 부추기는 것이다.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이들 세력은 굳건한 재건의지를 가진 카르발류에 의해 진압되고, 도시는 '이성적인 사람들'의 손에 맡겨진다.

지진의 피해를 입은 도시를 재건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 규모가 실로 어마어마해서 어디서부터 무얼 시작해야 할지 종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우선 카르발류는 무너진 도시 위에 새 도시를 건설하는 큰 틀의 계획을 세운다. 이런 그의 계획을 보고 리스본의 처참함을 아는 모든 사람들이 비웃지만 그는 리스본의 재건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다행히 카르발류를 전적으로 신임하는 주제 1세의 무조건적인 지지 덕에 그의 계획은 별다른 마찰 없이 실행된다. 하지만 당시의 리스본, 더 나아가 포르투칼은 식민지 브라질의 황금에 가려진 채 사회전반이 시대에 뒤떨어져 있었다. 자국 내 산업은 전반적으로 취약했고, 무역에서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카르발류는 리스본 재건계획을 교두보 삼아 포르투칼의 전면적인 개혁에 칼을 들이댄다. 그는 나라가 운영되는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 직접 개입해 개혁을 시도하고 뚝심 있게 추진해 나간다.

카르발류라는 한 천재 공무원의 전 방위적인 노력 덕분에 포르투칼은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전에 없던 사상의 자유를 누리게 된다. 또한 회생불가능하게만 여겨졌던 리스본도 재건의 기틀이 세워졌다. 암울했던 도시의 미래가 다재다능하며 헌신적인 한 인물에 의해 조금씩 빛을 찾게 된 것이다. 리스본 재건에 관해서는 그의 정책을 공공연하게 반대했던 사람들마저 카르발류처럼 단호하고 냉정한 인물이 지휘하지 않았더라면 있을 수 없는 영웅적인 위업임을 인정했다. 안타깝게도 카르발류는 그가 계획했던 도시가 완벽히 재건된 모습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는다. 도시의 재건에 열을 올릴 무렵, 그는 이미 노년이었으며 스스로도 완성된 모습을 보지 못하리란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유산은 오늘 날까지도 남아 길이 빛나고 있다.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그가 보여준 놀랄만한 용기와 끈기 있는 추진력은 지금의 리스본을 만든 가장 큰 힘이었다. 대지진은 휘황찬란했던 한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었지만 고귀한 이성을 가진 한 인간의 노력으로 도시는 재건되었고, 후손들은 새 도시에서 축복과도 같은 일상을 갖게 됐다. 때때로 자연은 인간을 위협하며 모든 걸 빼앗아가기도 한다. 이 험악한 시험을 빠져나갈 방법이란 없다. 그저 이성의 눈을 부릅뜬 채 그 이후의 상황을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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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를 리뷰해주세요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와 나눈 3일간 심층 대화
오연호 지음 / 오마이뉴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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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가 우리에게 남기고 간 것들

지난 5월 23일 충격과도 같은 소식이 뉴스를 통해 전해지고, 국민들을 패닉상태로 만들어버렸다. 그의 뜻밖의 죽음, 그것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으며, 이 땅 위에 자라고 있던 희망의 새싹들이 모조리 짓밟히는 순간이었다. 가족과 지인이 연거푸 수사망에 오르며 최후의 보루였던 도덕성마저 타격받자 그는 끝내 스스로를 버리는 선택을 했다. 믿었던 국민들로부터도 외면 받았던 그. 그토록 소통하고 싶어 했건만 온갖 장벽에 부딪혀 끝내 자신의 뜻을 접어야 했던 그. 그래서 어느 누구도 그를 지켜주지 못했다.

끊이지 않는 조문행렬이 말해주듯 그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다만 권모술수에 능한 자들의 횡포와 그의 입을 막으려는 자들의 농간으로 그는 대다수 국민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다.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후죽순 터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은 그를 고립시켰고, 외롭게 만들었다. 가장 어려운 길을 택해서 가장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던 그는 그렇게 홀로 남아 고군분투했다. 상처뿐인 패배의 연속, 그는 포기하지 않았지만 믿었던 사람들은 이미 그를 포기했다.

지지층의 이탈과 그를 향한 잦은 원성은 날로 높아만 갔다. 더욱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보다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현실 수용에 급급한 그를 보며 보다 많은 이들이 그에게 냉담한 시선을 보냈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에서 그는 이런 절박한 상황과 그의 선택에 대해서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이 대목에선 그의 실수 혹은 무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입장에서의 과감한 승부는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눈에 띄게 마련이다. 곧 그의 선택도 현실의 충분치 못한 여건에 눈을 감은 채 지나치게 앞서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의 실수 혹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은 그를 궁지에 몬다. 이젠 진보도 보수도 모두 하나같이 그에게 촉수를 들이댔다. 그와 함께 했던 사람들도 그의 이름 앞에 '반'을 붙이며 떨어져 나갔다. 더욱 고립된 그였지만 대통력 직을 물러나는 순간까지고 아니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진보와 개혁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패배는 있되 패배주의는 없다는 그의 철학과 보다 나은 시민사회를 만들려는 그의 의욕은 오히려 대통력 직을 물러난 뒤에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안타깝게도 그의 목을 조이는 족쇄가 되고 말았다.

글과 대화로 사람들과의 소통을 즐겼던 그였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그에게 일방적인 목소리만 냈다. 이유도 배경도 없이 그의 의견을 묵살했고, 그를 깎아내렸다. 그리고 검찰의 수사가 더욱 심해질 무렵, 그는 소통의 모든 문을 닫아버린다. 홀로 남아 갖은 고뇌와 시름하던 그는 결국 충격적인 선택을 한다. 그를 둘러싼 모든 소요와 이유 없이 힐난하던 사람들을 홀로 모두 떠안으려는 듯 눈을 감았다. 그의 죽음 앞에서 나는 깨져버린 꿈과 뭉개진 희망을 보았다. 이 땅 위의 어느 누구도 그를 지켜줄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에 절망했던 것이다.

그의 죽음 뒤 온 국민의 애도 물결에 놀라 숨죽였던 파렴치한들이 요즘 들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심지어 그의 장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시비조의 말을 하기도 한다. 그가 속절없이 떠나버렸기에 남겨진 이들은 저런 어이없는 말에 대항할 기력이 없다. 꺼진 희망의 불씨, 답답한 가슴, 생전에 그는 그토록 작아보였건만 그가 남긴 공허함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우리를 압박한다. 하지만 그의 뜻을 생각하면 가만히 앉아 포기할 수만은 없다. 그가 강조했듯이 패배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주의는 없어야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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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희망이다>를 리뷰해주세요
거꾸로, 희망이다 - 혼돈의 시대, 한국의 지성 12인에게 길을 묻다
김수행 외 지음 / 시사IN북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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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과 암울의 시대, 우리가 가야할 길은?

<거꾸로, 희망이다>는 한국의 지성이라 할 수 있는 12명의 인물들에게 시대의 아픔이 어디에서 오며, 우리가 지금 잘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모두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은 어디인지를 묻고 있는 유쾌한 대담서다. 약자를 궁지에 모는 사회, 자연을 돌보지 않는 사회, 무한 경쟁으로 삭막한 세상을 만들고 있는 사회 속에서 원자화된 개인이 어떻게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지 각 분야의 전문가라 할 수 있는 분들이 나름의 대안을 제시한다.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재산은 타인이에요. 나는 이 세상에 어떻게 존재하는가.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죠. 내 인생이 풍부하다는 것은 내가 맺어온 인간관계가 윤택하다는 것을 뜻하는 거예요. 그래서 풍성한 이야기도 만들어지는 거죠. 그렇잖아요? 진리 중의 진리입니다." 타인과의 소통과 연대는 여러 대담자가 강조한 중요한 요소이지만 스스로의 안위조차 살피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이러한 가치는 설 자리가 없는 게 현실이다. 당구장의 한 편에서 그리고 술집의 한 자리에서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들이라도 있다면 다행이다.

개인이 고립될 수밖에 없는 이유, 그것은 아마도 직업과 돈에 대한 문제 때문일 것이다. 남들과 비교해 뒤처지지 않는 직업, 한 턱 낼 수 있는 경제적 여유는 오로지 도서관에 처박혀 스펙을 올렸던 친구들의 몫이었다. 그래서 직업에 대해 자신의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여유도 없이 그 친구들이 가는 데로 부모님이 떠미는 데로 우리는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경제 회복만 되면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게 아니고, 자기 존재가 회복되고, 그걸 느껴야만 이 불안에서, 우리가 자유로워지고 편안해질 수 있는 겁니다."

내 삶이 정체되고 있다는 막연한 불안은 정처 없이 취업의 바다를 헤매게 만드는 동기가 된다. 그래서 더 취업에 유리한 더 많은 점수를 얻으려 책상 앞에 앉지만 좁아터진 취업문과 비슷한 길목에서 나보다 더 좋은 스펙을 가진 이들을 보며 이내 좌절한다. 내가 쫓는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할 수 없을 거란 걸 스스로도 잘 알고는 있지만 내 꿈이나 내 뜻을 펼칠 수 있는 더 넓은 세상을 찾기엔 남아 있는 열정이 부족하다. 한숨과 푸념, 좌절과 절망은 그래서 오래된 친구처럼 늘 가까이에 있다.

그래도 <거꾸로, 희망이다>를 읽으면서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은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당장 이렇다 할 결심을 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동력원으로 삼을 만한 조언들이 참 많았다. 특히 '우정과 환대의 공간'이란 말은 마음에 깊이 와 닿았다.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그 다양성 자체를 축복하는 분위기, 바로 우리가 추구하고 만들어야 할 모습이었다. 우리가 다 함께 일궈나가는 사회, 사람들의 활력이 서로에게 힘이 되는 그런 사회를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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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의 귀환>을 리뷰해주세요
어린왕자의 귀환 - 신자유주의의 우주에서 살아남는 법
김태권 지음, 우석훈 / 돌베개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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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우주를 떠도는 어린왕자

동화 속 어린왕자와 마찬가지로 <어린왕자의 귀환>이라는 만화 속 어린왕자도 여러 나라를 여행한다. 하지만 동화 속 어린왕자가 여행했던 곳과는 사뭇 다르다. 자본가의 별과 실업자의 별, 임금님의 별, 가로등지기의 별, 상자에 갇힌 별 등 어린왕자가 여행하는 별들은 모두 '신자유주의의 그늘' 안에서 행복을 잃어버린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상황을 개선시키고자 노력하지 않는다. 이념의 족쇄가 너무도 강력한 나머지 부조리한 삶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어린왕자는 신자유주의의 악몽 속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을 도우려 하지만 어린왕자 역시 권력도 재력도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일 뿐이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뿐이다. 자본가의 별과 실업자의 별을 여행하면서 어린왕자는 주주자본주의 폐해를 경험하게 된다. 오로지 주주의 뱃속만 채우게끔 되어있는 이 제도는 기업의 내재적 가치나 장기적 이익은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단기적 성과에만 급급하며 이익 빼먹기에만 충실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복지나 기업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다음에 찾은 임금님의 별은 우주 자본의 횡포에 휘말려 거지꼴이 된 임금님이 살고 있었다. 임금님은 모든 규제와 관세, 정부의 개입을 없애고 외계투자를 유치했다. 순진하게도 임금님은 보이지 않는 손의 '공평하고 합리적인' 시장논리를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꿈은 머지않아 보기 좋게 깨져버린다. 대기업의 시장독점으로 물가는 치솟고 국민들의 생활은 도탄에 빠졌다. 서둘러 대책을 세워보지만 모든 규제를 철폐한 상황에서 대안은 없다. 그래서 이 별에는 오로지 임금님 혼자만 남게 되었다.

상자에 갇힌 별에서 어린왕자는 신자유주의의 가장 중요한 문제점과 만나게 된다. "신자유주의는 경제적 효율성을 중시하면서, 시장을 하나의 사회적 장치로 사용하고자 하는 경제 시스템이지만, 이 장치의 가장 큰 문제는 통합과 공동체, 사회적 연대보다는 오히려 '증오'를 증폭시킨다는 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장규직 노동자를 증오하게 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대학생들은 노동자들을 '귀족노동자'라고 증오하게 되고, 노동자들은 전통적 노동의 권리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거나 적극적 의사 표시를 하지 않는다고 대학생들을 증오한다." 증오를 키우는 사회는 사람들을 저마다의 상자에 가둬 고립시킨다. 그리고 소외당한 이들을 방치한 뒤 '그들만의 세상'을 꾸려나간다.

어린왕자가 여행한 신자유주의의 우주는 연대의식도 기업적 소명의식도 없는 인간성 상실의 불모지였다. 약자는 더 약해지고, 궁지에 몰리며 오로지 소수의 강자만이 살아남는 무서운 세계였다. 불행하게도 이 세계는 오늘날 우리가 처한 환경이며 우리의 힘으로 바꿔나가야 할 모습이다.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건 오로지 기존의 세상 안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가망 없어 보이는 현실일지라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 부조리한 사회 안에서 꿋꿋하게 내 목소리를 내고 나와 비슷한 뜻을 지닌 사람들과 힘을 합친다면 이 세상도 우리가 바라는 대로 조금씩 변하게 될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저마다의 상자에서 벗어나 '우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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