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를 리뷰해주세요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와 나눈 3일간 심층 대화
오연호 지음 / 오마이뉴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그가 우리에게 남기고 간 것들

지난 5월 23일 충격과도 같은 소식이 뉴스를 통해 전해지고, 국민들을 패닉상태로 만들어버렸다. 그의 뜻밖의 죽음, 그것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으며, 이 땅 위에 자라고 있던 희망의 새싹들이 모조리 짓밟히는 순간이었다. 가족과 지인이 연거푸 수사망에 오르며 최후의 보루였던 도덕성마저 타격받자 그는 끝내 스스로를 버리는 선택을 했다. 믿었던 국민들로부터도 외면 받았던 그. 그토록 소통하고 싶어 했건만 온갖 장벽에 부딪혀 끝내 자신의 뜻을 접어야 했던 그. 그래서 어느 누구도 그를 지켜주지 못했다.

끊이지 않는 조문행렬이 말해주듯 그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다만 권모술수에 능한 자들의 횡포와 그의 입을 막으려는 자들의 농간으로 그는 대다수 국민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다.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후죽순 터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은 그를 고립시켰고, 외롭게 만들었다. 가장 어려운 길을 택해서 가장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던 그는 그렇게 홀로 남아 고군분투했다. 상처뿐인 패배의 연속, 그는 포기하지 않았지만 믿었던 사람들은 이미 그를 포기했다.

지지층의 이탈과 그를 향한 잦은 원성은 날로 높아만 갔다. 더욱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보다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현실 수용에 급급한 그를 보며 보다 많은 이들이 그에게 냉담한 시선을 보냈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에서 그는 이런 절박한 상황과 그의 선택에 대해서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이 대목에선 그의 실수 혹은 무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입장에서의 과감한 승부는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눈에 띄게 마련이다. 곧 그의 선택도 현실의 충분치 못한 여건에 눈을 감은 채 지나치게 앞서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의 실수 혹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은 그를 궁지에 몬다. 이젠 진보도 보수도 모두 하나같이 그에게 촉수를 들이댔다. 그와 함께 했던 사람들도 그의 이름 앞에 '반'을 붙이며 떨어져 나갔다. 더욱 고립된 그였지만 대통력 직을 물러나는 순간까지고 아니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진보와 개혁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패배는 있되 패배주의는 없다는 그의 철학과 보다 나은 시민사회를 만들려는 그의 의욕은 오히려 대통력 직을 물러난 뒤에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안타깝게도 그의 목을 조이는 족쇄가 되고 말았다.

글과 대화로 사람들과의 소통을 즐겼던 그였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그에게 일방적인 목소리만 냈다. 이유도 배경도 없이 그의 의견을 묵살했고, 그를 깎아내렸다. 그리고 검찰의 수사가 더욱 심해질 무렵, 그는 소통의 모든 문을 닫아버린다. 홀로 남아 갖은 고뇌와 시름하던 그는 결국 충격적인 선택을 한다. 그를 둘러싼 모든 소요와 이유 없이 힐난하던 사람들을 홀로 모두 떠안으려는 듯 눈을 감았다. 그의 죽음 앞에서 나는 깨져버린 꿈과 뭉개진 희망을 보았다. 이 땅 위의 어느 누구도 그를 지켜줄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에 절망했던 것이다.

그의 죽음 뒤 온 국민의 애도 물결에 놀라 숨죽였던 파렴치한들이 요즘 들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심지어 그의 장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시비조의 말을 하기도 한다. 그가 속절없이 떠나버렸기에 남겨진 이들은 저런 어이없는 말에 대항할 기력이 없다. 꺼진 희망의 불씨, 답답한 가슴, 생전에 그는 그토록 작아보였건만 그가 남긴 공허함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우리를 압박한다. 하지만 그의 뜻을 생각하면 가만히 앉아 포기할 수만은 없다. 그가 강조했듯이 패배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주의는 없어야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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