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의 귀환>을 리뷰해주세요
어린왕자의 귀환 - 신자유주의의 우주에서 살아남는 법
김태권 지음, 우석훈 / 돌베개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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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우주를 떠도는 어린왕자

동화 속 어린왕자와 마찬가지로 <어린왕자의 귀환>이라는 만화 속 어린왕자도 여러 나라를 여행한다. 하지만 동화 속 어린왕자가 여행했던 곳과는 사뭇 다르다. 자본가의 별과 실업자의 별, 임금님의 별, 가로등지기의 별, 상자에 갇힌 별 등 어린왕자가 여행하는 별들은 모두 '신자유주의의 그늘' 안에서 행복을 잃어버린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상황을 개선시키고자 노력하지 않는다. 이념의 족쇄가 너무도 강력한 나머지 부조리한 삶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어린왕자는 신자유주의의 악몽 속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을 도우려 하지만 어린왕자 역시 권력도 재력도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일 뿐이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뿐이다. 자본가의 별과 실업자의 별을 여행하면서 어린왕자는 주주자본주의 폐해를 경험하게 된다. 오로지 주주의 뱃속만 채우게끔 되어있는 이 제도는 기업의 내재적 가치나 장기적 이익은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단기적 성과에만 급급하며 이익 빼먹기에만 충실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복지나 기업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다음에 찾은 임금님의 별은 우주 자본의 횡포에 휘말려 거지꼴이 된 임금님이 살고 있었다. 임금님은 모든 규제와 관세, 정부의 개입을 없애고 외계투자를 유치했다. 순진하게도 임금님은 보이지 않는 손의 '공평하고 합리적인' 시장논리를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꿈은 머지않아 보기 좋게 깨져버린다. 대기업의 시장독점으로 물가는 치솟고 국민들의 생활은 도탄에 빠졌다. 서둘러 대책을 세워보지만 모든 규제를 철폐한 상황에서 대안은 없다. 그래서 이 별에는 오로지 임금님 혼자만 남게 되었다.

상자에 갇힌 별에서 어린왕자는 신자유주의의 가장 중요한 문제점과 만나게 된다. "신자유주의는 경제적 효율성을 중시하면서, 시장을 하나의 사회적 장치로 사용하고자 하는 경제 시스템이지만, 이 장치의 가장 큰 문제는 통합과 공동체, 사회적 연대보다는 오히려 '증오'를 증폭시킨다는 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장규직 노동자를 증오하게 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대학생들은 노동자들을 '귀족노동자'라고 증오하게 되고, 노동자들은 전통적 노동의 권리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거나 적극적 의사 표시를 하지 않는다고 대학생들을 증오한다." 증오를 키우는 사회는 사람들을 저마다의 상자에 가둬 고립시킨다. 그리고 소외당한 이들을 방치한 뒤 '그들만의 세상'을 꾸려나간다.

어린왕자가 여행한 신자유주의의 우주는 연대의식도 기업적 소명의식도 없는 인간성 상실의 불모지였다. 약자는 더 약해지고, 궁지에 몰리며 오로지 소수의 강자만이 살아남는 무서운 세계였다. 불행하게도 이 세계는 오늘날 우리가 처한 환경이며 우리의 힘으로 바꿔나가야 할 모습이다.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건 오로지 기존의 세상 안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가망 없어 보이는 현실일지라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 부조리한 사회 안에서 꿋꿋하게 내 목소리를 내고 나와 비슷한 뜻을 지닌 사람들과 힘을 합친다면 이 세상도 우리가 바라는 대로 조금씩 변하게 될 것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저마다의 상자에서 벗어나 '우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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