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만든 사람
최은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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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아씨는 내 아이 친구의 엄마이며, 지켜야하는 선이 있다. 비슷한 여건과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 관계를이어가는 게 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나는 이제 아는 나이이므로, 이 관계를 오래 가꿔가고 싶다면 훅 들어가선 안 된다. 우리를 짓누르는 사회구조적인 것들에 대해선 얼마든지 얘기를 나눠도 좋지만 개인적인 고통을 털어놓는 건 신중해야 한다. 아이들 사이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내 아이에게 불리한 빌미가 될 수도 있으므로!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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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1
김은국 지음, 도정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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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대령도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계속했다. "열두 명의 순교자들은 위대한 상징이야. 그들은 고난받는 교인들의 상징이자 궁극적인정신적 승리의 상징이지, 그 순교지들을 길고 싼 값에 팔아 넘겨선 안돼, 빨갱이들에 대한 그 순교자들의 정신적 승리를 모든 사람이 목격하도록 해야 한단 말야."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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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산 딱새 죽이기 - 김주영 장편소설
김주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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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양반전!!

긴 도포자락 둘러 입고 사랑방에 앉아 바깥일은 일절 관여치 않고, 이렇다할 경제 활동도 않으며, 책상 앞 책만 고고하게 뒤적이는 양반을 본 일이 있는가. 요즘같은 세상에 아직도 시제를 지내며 가장 좋은 땅엔 사당을 모셔놓고 극진히 섬기면서도 자식은 일절 돌보지 않는 이상한 사람이 여기있다네. 호랑이가 찾아와 경을 칠만큼 우아한 차림새하며, 어떤 일에도 분노하지 않아 외려 무기력해 보이는 한 마을의 어른인 관대규씨부터 만나보도록 하세. 촥촥- (고수의 북소리)

◼️무기력한 자 대규

주인공 관대규씨는 아버지가 물려준 재산이 상당한데다가 관씨 집안의 장손이라 집안의 대소사는 물론 마을의 일들을 허락(?)해 주는 일을 맡았다. 그러나 적극적인 태도라기보단 의례 찍는 직인 도장같은 이미지랄까.

아내가 가끔 바가지는 긁지만 별다른 어려움 없이 지내던 그에게 갑자기 찾아오는 두 명의 인물이 있었으니, 그것이 그의 인생을 이렇게 바꿀 줄은 몰랐다는 거.

◼️영악한 자 복길

관복길씨는 옷갓마을이 지겨워 서울로 돈 벌러 갔다가 사채업자 똘마니가 되어버린 비운의 인물. 그러나 아버지의 도움으로 사채에서 손을 떼고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어허 이것봐라 멍청하고 무기력하지만 권력을 손에 쥔 사촌 형이 있네? 오호라. 서울에서 배워온 통수를 여기서 쓰겠구나.



◼️사람을 몰고 오는 소녀, 지순

할아버지는 어부, 아버지는 중국인, 엄마는 욕쟁이. 뭐 이상해보이는 가족을 둔 지순은 누구보다 행복한 소녀. 자기가 좋아하는 대규아저씨에게 만두도 날라줄 수 있고, 소녀가 아슬아슬한 외나무 다리를 성큼성큼 건너는 것을 신기해 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인기도 끌고 있고, 할아버지가 귀여워 해주고 늘 행복!

그런데 이게 왠일이야, 갑자기 마을에 사람들이 몰아닥치질 않나. 더 이상 만두를 실어 나를 수 없질 않나.



이 소설을 읽은 다른 사람은 중심인물을 다르게 뽑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 세 명을 중심으로 감상을 전개하였다.



이 소설은 넓게는 전통을 고수하던 한가롭고 깨끗했던 시골마을에 갑작스러운 변화로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마을이 쑥대밭이 되는 과정을 담았다. 순수함이 파괴되는 과정과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우스꽝스러운 모습들이 대단히 해학적이어서 슬금슬금 웃음이 비집고 나오는 것을 어쩌지 못하였다.

좁게는 인간의 이중성을 드러내고 있다. 고고한 척하는 관대규가 돕는 척 하는 위선자 복길을 만나서 그에게 휘둘리는 모습이 위태로우면서도 흥미롭기 이를데 없다. 어린 소녀를 놓고 장사하려는 마을 사람들의 이중성, 차별과 힐난을 밥 먹듯이 하다가 전세가 역전되자 얼른 말을 바꾸는 변신의 귀재들을 보면서 혀를 끌끌 차고 있지만 사실은 그것이 우리의 모습은 아닐지 돌아보게 한다. 이 소설 재밌었다.



이 소설을 나름대로 1, 2부로 나눠보았는데 1부는 관씨집안에 대한 설명과 관복길이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돌아와 마을에 관여하는 일까지가 그것이고, 2부는 마을에 다리를 놓는 사업이 시작되며 마을 전체가 변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두껍지 않은 소설인데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고, 그 이야기가 흐름에 맞으며 분명한 인과관계 속에 시쳇말로 빼박캔트의 구렁텅이를 만들어두어서 재밌기 이를데 없다.



이 소설 강추.
옷갓마을 같은 곳이 또 있겠냐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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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상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6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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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과 웃음으로 이마에 많은 주름살을 만들고,
술로 내 간장을 뜨겁게 만들겠소.
그것이 차라리 사람을 죽일 듯한 신음으로 내 심장을차갑게 하는 것보다 낫소. 몸속에 따뜻한 피가 흐르는 사람이어찌 그의 할아버지를 본떠 만든 석고상처럼 앉아 있어야 하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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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러 수용소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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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일동 긴장. 깍듯한 말투지만, 어딘가분명히 화가 나 있는 듯한 목소리. 역시 얼굴에는 할로윈 토끼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마스크 너머로 화나 있는 표정이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그 뒤로는 교도관 둘이 서 있었는데, 한 손에는 진압봉을, 다른 한손에는 굵은 개 줄을 휘감고 있었다. 개를 키우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도사견이었다. 누구든 걸리면 찢어발기겠다는 듯이 혓바닥을 내밀고 거칠게 헐떡이며,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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