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
마쓰다 아오코 지음, 권서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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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
생각해보지만, 답은 명확했다.
항상.
항상, 항상 이랬다.
다만 세상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법이라고, 그건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고, 실수는 되풀이되어서는 안 원다고, 게이코는 학교에서 분명히 배웠다.
그 감각은 게이코의 내면에 스며들어 있었고, 따라서 의심 따위 하지 않았다. 사회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법이라고, 그것이 바로 사회라는 것이라고, 나쁜 부분은 공정하지 못한 부분은 개선되어 간다고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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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나의 3천 엔
하라다 히카 지음, 허하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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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추구하는 바가 다 달라서 같은 돈으로 다르게 산다. 그것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 놓고 그냥저냥 시간을 죽이며 살아야 할까. 당장의 소소한 행복을 위하여 다 써버리고 장렬하게 전사하자 할까?



요런 다소 무거운 질문에 대담하게 대답한 소설이 있다. 물론 일본 소설이라서 지금 우리 나라의 상황과는 좀 다르지만 디테일을 벗어나면 결국 비슷하다. 모녀3대 네 명(1대 미호, 마호, 2대 도모코,3대 고토코) 의 이야기를 통해서 각자 처한 입장을 전하는데 독자들은 서로 다른 점에서 감탄하거나 씁쓸해 할 것이다. 나도 그랬다. 3천엔은 우리나라 돈 3만원 정도로 보잘 것 없는 돈은 아니지만 쥐기 어려운 돈도 아니다. 하지만 의외로 함부로 날아가 버리는 돈이기도 하다. 3천엔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고토코 할머니의 말에 나를 비춰보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세대마다 다르게 고민하고 있다는 거였다. 할머니는 할머니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기혼인 딸과 미혼인 딸은 각자 다른 고민으로. 이 책은 주로 경제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돈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다. 가족을 사랑한다는 것, 나를 사랑한다는 것, 나의 현재와 미래를 사랑하는 모든 행위와 고민이 이 책 안에 담겨 있다. 경제서인 줄 알았다가 나중엔 철학책을 만난 것 같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사랑을 배웠다.



"어느 인생에도 절대적 안정은 없어"
p.151

얼마쯤 있으면 행복하겠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 우스운 질문에 짜증이 밀려온다. 얼마가 있어서 행복한 건 아니라고 대답했다가는 먹고 살만 하니까 그렇지라는 말을 들을테고 진짜 숫자로 환산하려니 어차피 그런 돈이 내게 주어질리도 없어서 박탈감에 쩌든다. 그것은 대체로 삶의 불만족에서 기인한 건 아닐까? 돈과 관계 없이 행복하기란 불가능하지만 주어진 능력에 감사하면서 살아가는 방법은 널리고 깔렸다. 사랑만 바탕이 되면 말이다.



현실적이고 부던히 사회 반영적인 소설이다. (실제로 일본의 시대별 사회 모습에 대해서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 판으로 한다면 어떻게 묘사될까!?) 따뜻한 정서는 있지만 좀 따끔하기도 하다. 나도 찔렸다. 주어진 것에 감사한다는 게 그냥 저냥 살자는 회피는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 책을 보고 나니 살짝 부끄러워지면서 많은 생각에 잠긴다. 이젠 그럴 나이가 됐기도 했고!!



암튼 재미있다. 모두에게 추천이다. 시기도 딱 좋다. 새롭게 시작하는 봄이니까. 3만원이 주어진다면 뭘 해야 할까? 뭘하고 싶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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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열린책들 세계문학 37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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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운명처럼 엄격한 석조 인간 <은혜로운 분>은 처형 기계의 주위를 맴돈 뒤 거대한 손을 지렛대에 얹었다. 속삭임도, 숨소리도 안 들렸다. 모든 눈은 그의 손에 집중되어 있었다. 무기가 된다는 것, 수십만 볼트의 합성격이 된다는 것은엄청나게 열광적이고 매력적인 격동임이 틀림없었다. 얼마나 위대한 숙명인가!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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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 박서련 일기
박서련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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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련 작가의 산문이 나왔다길래 너무 반가워했다. 마침 작가정신에서 서평단을 모집하길래 지원하여 읽게 되었다.

에세이인 줄 알았더니 일기를 그대로 옮긴 책이었다. 예상과 완전히 빗나가는 형식과 내용에 상당히 당황했다.
그럼에도 서평단의 사명은 읽고 쓰는 것이기에 끝까지 최선을 다해 읽었다.



작가는 아마도 정돈되지 않은 글을 가감없이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에게 친숙하거나 솔직하게 다가가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출간을 결정했겠지. 하지만 나는 좀 낯설었다. 그렇지만 분명 좋아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나는 박서련 작가의 소설을 좋아한다. 인물의 감정을 서술하는 방식이 특히 좋았다. 넘치지는 않으나 어딘가 서러운 심정들이 나를 자극했다. 조금은 특별한 소재들도 좋았다. 완전한 배설이 아니라 절제된 감정 들로 독자 스스로 생각해보게 했다. 내가 믿었던 것이 아닐 때의 허무 혹은 불시에 밀어 닥치는 따뜻함들도 기억에 남게 묻어 났다. 한국 단편들은 오래 지나면 기억이 가물가물 해지고 몇가지가 섞이는데 박서련 작가의 그것은 계속 기억에 났다. 여기저기 와 닿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이 일기책은 완전히 달랐다. 일기라는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완벽한 배설작업이 이뤄졌다. 글쓰기가 회복이라는 점에서, 일기가 궁극의 솔직과 주관성으로부터 완성된단 점에서 이 일기는 나무랄 점이 없다. 다만 지독하게 개인적이다. 너무 개인적이어서 놀랐을 뿐이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책이 있다. 또 한번 새로운 형태의 책을 읽고 출판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다. 그리고 이번에도 독서로 내 생각은 자랐다. 그렇게 믿기로 했다. 더 솔직함에 도달할 수 없어서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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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만우절
윤성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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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따뜻한 신발을 신고 눈길을 걸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나는 따뜻한 신발을 신고 길을 걷다보면 낯선 곳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고 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내 말을 들은 오빠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절레절레 흔들었다. 따뜻한 신발 덕분에 오빠는 자신감이 넘치는청년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책임감 강한 아버지가 되었다. 따뜻한신발을 신고 동화 속 주인공을 상상하던 나는 뭐가 되었을까?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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