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코 양이 죽고 나서 2~3일쯤 지났을 때 이 편지가 도착했어요. 보시다시피 보낸 사람 이름은 기리유 에리코라고 되어 있습니다." - P56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곳에서 근무하기 전까지는 이 말이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몰랐다.하지만 이제는 안다. 우리 병원 환자들을 생각하면 정말 와닿는 말이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만으로도 이미 소외된 상황인 범죄자라는 정체성이 덧씌워지면서 이곳 환자들은 이중으로 배척받는다. 나는 범죄 자체를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 P35
살다 보면 남과 다툴 일이 있다. 여기에는 자기가 옳고 남은틀리다는 생각이 깔린 경우가 많다. 지구에서 보는 우주만이 옳은것이 아니라 달에서 본 우주도 옳다.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이아니라 우리가 달 위에 정지해 있는지도 모른다. 다투기 전, 달에한번 갔다 오는 것은 어떨까. - P90
인생과 화해하지 않았지만 다시 살아야 했다.두 달 남짓한 은둔과 근 기아 상태로 상당량의 근육이 소실되어있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편두통과 위경련, 카페인 함량이 높은 진통제 복용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규칙적으로 먹고 몸을움직여야 했다. 그러나 제대로 노력해보기 전에 폭염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맨텔에 대한 모욕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맨텔이 사망한 직후에 문예신문 에 놀라울 정도로 냉담한 추모사가 실렸다. 맨텔은 엉터리 해부학자였고, 화석학에 대한 그의 연구는 대부분 "정확한 지식이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구아노돈을 발견한 것마저도 퀴비에와 오언의 업적이었다고 주장했다. 필자가 밝혀져 있지는 않았지만, 형식으로 보아서 오언이 쓴 것이 분명했다. 자연과학자들 중에 그런 글을 쓸 사람은 없었다. - P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