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스토리콜렉터 59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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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오랜만에 제대로 된 일본 미스테리 작품입니다. 최근에 읽은 다른 기담(혹은 공포)책은 너무 기대했던 터라 실망을 더 많이 했던 작품이고 이번 책은 기대를 전혀 안해서일까요 의외로 너무 마음에 드는 이야기인듯해서 몹시 즐거운 책읽기를 진행하고있는 중입니다. 무엇보다 오프닝이 세상 강렬한것!!

 

여러 스릴러를 만나보았고 피철철을 만나보았는데 그중에서도 단연코 강렬한 오프닝입니다. 그저 단순히 목매달아 죽인 시체를 묘사하는게 아니라 정육점에 고기들마냥 갈고리로 메달아 진열해놓은 범인의 시체전시방식과 그걸 묘사하는 작가의 디테일이 몹시도 선연한것. 비전문가인 독자 입장에서 봤을때 작가님은 이 과정을 집필하기 위해 꽤 많은 공부를 하셨겠구나 라는 느낌이 강하게 밀려옵니다. 연이어 등장하는 두번째 시체 역시 묘사가 굉장합니다. 그저 단순히 압착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인게 아니라 작가가 그려내는 소리와 공간의 뒤틀림이 글을 통해 강하게 느껴집니다. 책을 읽고있지만 왠지 귓가에 맴도는듯한 묘사, 축축함, 끔찍함, 불유쾌함, 그 모든것이 한눈에 그려지는 작가님의 표현력에 무릎을 탁, 아주 오래간만에 피철철인 잔혹한 묘사가 일품인 작품을 만났습니다.

 

두번째 살인이 진행되는 동안 범인이 누구일지 여전히 감도 잡지 못하는 경찰들과, 단순히 전시해놓던 시체가 끔찍한 형태로 발견되도록 만들어놓은 잔혹함에 시민과 경찰들은 공포에 휩싸이게되는데 그 과정에서 11살인 어린딸을 인면수심이란 단어도 부족한 쓰레기같은 친부가 가하는 폭력과 폭언 그리고 성폭행의 행태들이 주는 불쾌감. 그리고 어린 소녀의 마음속에 자라나고있는 세상을 향한, 부모를 향한 분노와 공포가 진행되는 방향은 이 작품의 전개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뒷 이야기를 궁금하게만 만드는 작품입니다.

 

시체묘사나 일련의 과정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는 탁월한데 분위기에 대한 묘사는 다소 약한 느낌. 시민들과 경찰이 범인의 잔혹함을 공포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혼란스러움이나 사회전반적인 분위기에 대한 묘사가 작가가 공포에 휩싸였다.라고 표현하기보다 전체적으로 독자 입장에서 사회전반에 공포가 진하게 베어있다 라고 느낄 수 있게끔 묘사해주셨으면 더 좋았을텐데 그 부분은 다소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 역시 직접적인 묘사의 한부분으로 받아들인다면 훌륭하지만, 오히려 사회전반적으로 시민들이 공포에 휩싸였다는 느낌을 3인칭으로 분리해 다른 시각으로 묘사했으면 더 오싹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표현됐을것같다는 느낌입니다.

 

개구리남자의 살해방법이나, 다른 살인사건에 대한 묘사가 과도하게 잔혹합니다. 일본 특유의 사실적인 묘사가 뚜렷한 작품이라 비위약한 분들에겐 다소 곤혹스러운 작품이 되지않을까 할만큼 사람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고 비생물인듯 취급하는 그 묘사들이 살벌해요. 그리고 그것보다 더욱 살벌한 것은 심신 상실을 이유로 사람이 사람을 살해하고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너무 잘 표현했다는 점입니다. 책속의 세계에서도 그리고 현실세계에서도 너무 많은 범죄가 일어나고있지만, 범죄자들은 술을 먹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발적 범행이다. 나는 병이있다. 심신상실상태다.라는 온갖 개소리로 자신을 방어하며 법망을 피해가려하는 인간들이 많은게 현실이고 또한 그런인간들이 믿기 힘들만큼 부족한 처벌을 받는것도 사실이기에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순간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도 없었습니다.

 

대체 우리는 어디서 부터 잘못 된 세상을 살고 있는 걸까요. 과연 잘못을 저지른 범죄자가 그에 합당한 댓가를 받는 세상이 오기는 할까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특히 사건의 엔딩으로 향하는 절정에서의 긴박함은 몰입도가 상당히 뛰어납니다.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 사건의 진실, 그 너머 작가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일본 형법 제 39조의 부조리함등 여러가지 생각을 갖게하는 작품이었습니다. 휴우.. 마지막의 그 긴박함이라니. 상상도 못한 스토리 전개에 어쩐지 어안이 벙벙합니다. 역시 글을 글자 그대로 믿으면 안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던 작품입니다. 스포를 주의해 리뷰해야하므로 더이상 언급하기 조심스러운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이상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책.

 

심신 상실을 이유로 법망을 피해가는 범죄자들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그 안에 여러가지 꼬인 트릭으로 독자들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작품이었습니다. 오랜만에 굉장히 강렬한 일본 작품을 읽은 터라 한해의 마지막 자품으로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될것같습니다. 제발 죄를 지은 인간들이 죄값만큼 벌을 받는 공정한 사회가 되기를 기원하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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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라 불린 남자 스토리콜렉터 58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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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라 불린 남자 - 데이비드 발다치.

 

오랜만에 읽는 정통 스릴러입니다. 그리고 꽤 만족스러운 독서이기도했습니다. 사건이 전개되면 전개될수록 사건에 빠져들게 만드는 몰입도가 굉장히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책을 읽으면서 뒷 이야기가 궁금해 발동동 거리게 만든 이야기였던것같아서 만족스러운 작품입니다.  리뷰 정리합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괴물"이라고 불리는 남자는 과거 내셔널 풋볼리그 최고 유망주였으나, 부모님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20년간 복역하고 결국에는 사형당하기 몇시간 전, 다른 사람이 그 사건의 진범이라고 고백하면서 거짓말처럼 사형집행이 정지되는 남자로 등장합니다. 미국에서 미식축구의 인기는 엄청나서 선수가 되고 유명해지기만 하면 돈을 끌어담을 수 있는 직업군중 하나로 알고있는데 눈 앞에 꽃길을 앞둔 20살의 청년이 부모를 살해했다는 누명으로 미래를 시궁창에 쳐박고 감옥살이를 하게 되는거죠. 이미 이 시점부터 캐릭터에 대한 호감도 급 상승!!

 

바로 그 남자가 기적처럼 사형을 면한 그 순간,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또 다른 남자 데커가 등장합니다.

 

에이머스 데커는 그 역시 전작에서 아내와 딸 그리고 처남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있었고, 대학시절 풋볼선수 시절 당한 사고로 인해 모든 것을 다 기억하는 과잉기억증후군을 겪는 남자로 등장하는데 전편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를 읽지 않고 괴물이라 불린 남자를 읽은 독자 입장에서 전작에 관한 스포는 전혀 없었으므로(거의 없었으므로) 책을 읽는데 방해되는 요소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전작이 더 궁금해지더라구요. 그가 어떻게 그의 가족을 죽인 살인범들을 찾아낸건지 너무 궁금해졌어요. 추후에 다시 읽어보고싶은 책으로 일단 킵!

 

아무튼 데커가 가진 과잉기억증후군 덕분에 그는 FBI를 도와 미해결사건을 수사하는 팀의 일원이 되는데 그런 그가 우연히 괴물이라 불리는 남자 "마스"의 사건에 관심을 가지게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마스가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 경위, 그리고 마스는 전혀 모르는 타인이 마스 부모님을 죽인 진범이라고 자백한 이야기, 그러나 사건의 진범이라 고백한 사람은 수상했고, 마스와 관련된 진실이 무엇인지 찾아나선 과정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추리와 사건들은 몹시도 흥미진진한 것!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의 시점을 오가며 스토리가 전개되는 문장이 너무 좋았습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인듯 이야기가 진행되다가도 등장인물들의 대화 바로 뒤에 이어지는 혼잣말스러운 문장들은 독자 입장에서 작가 시점에서 책을 보게도 만들지만 부지불식간에 등장인물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바라볼수있도록 끌어당기는 매력으로 느껴졌던 포인트라 너무 좋았던 것! 그 덕에 몰입도가 굉장히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작가 시점 이야기도 좋아하지만 1인칭 이야기도 몹시 선호하는데 그 두가지 경우가 잘 호환된 작품이라 너무 좋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데커가 마스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마스의 지난 20년과 그 너머의 진실들에 가까워지는데 그 과정이 몹시 흥미롭습니다. 사진처럼 무엇이든 한번 본 것은 절대 잊지 않는 데커가 사건의 중심으로 다가가면 갈 수록 무언가 거대한 세력이 그를 작정하고 방해하는듯이 방해하는데 그 일련의 과정들이 흥미진진한것. 꼬리에 꼬리를 물고있는 사건이라는건 이런 경우를 이야기하는게 아닐까 싶을만큼 수많은 추리를 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즐거웠습니다.

 

전직 미식축구 선수였던 데커와, 미식축구계의 떠오르는 샛별이었던 마스는 미식축구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에 대해 사건을 설명하거나 비유하는 방식에서 미식축구를 예로 들어 설명하는 구절들이 종종 등장하게되는데 아무래도 스포츠 문외한인 저로서는 다소 난해한 부분이기는 했습니다. 미식축구는 공들고 상대방 수비수 피해 뛰는것 - 이라는것밖에 모르는 1인이라 설명을 해도 어느나라 말인가 싶긴하더라구요. 그런 점을 제외하고서라도 데커가 워낙 꼼꼼하게 사건을 추리하고 팀을 이끌어가는 터라 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흥미롭게 읽은 작품입니다.

 

데커의 과잉기억증후군 덕분에 FBI들이 오히려 무능하게느껴질 정도로 그의 기억력은 몹시도 뛰어났는데 모든 것을 기억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에 대한 정답을 알고있는게 아니므로 자신이 알고있는 내용을 기반으로 사건을 추리하고 되집어보고 여러가지 방향에서 검토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한편으로는 대단히 뛰어난 능력으로 보이고 한편으로는 정답까지 알지 못하는 인간이기에 오히려 인간적으로 느껴지기도하는 모순적인 감상이 동시에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마스의 억울한 20년과, 마스 부모님에 대한 비밀을 추리해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흥미진진함이 점점 커지는데, 그렇게 사건해결을 꼼꼼하게 한것에 비해 결과는 너무 순식간에 엔딩을 맞은것같다는 점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였고, 가독성과 몰입도가 좋았던 작품이니까 별 다섯개!

 

전작역시 궁금해집니다. 기회된다면 전작을 같이 읽어봐야겠어요.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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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온도 -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하명희 지음 / 북로드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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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온도- 하명희,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렇게 그들의 사랑은 끝이 났다.

 

사랑의 온도 입니다. 현재 SBS에서 서현진 주인공으로 방영중인 드라마의 원작소설이예요. 드라마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만나게된 이 작품은 소설임을 인지하고 읽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작가님의 에세이같이 느껴지도록 만드는 작품으로 개인적으로 굉장히 감정이입이 되었던 작품같기도합니다. 여러가지 의미로 나와 닮은 사람이 저기에 한사람 더 있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던 이야기라서 꽤 기억에 남을것같습니다.

 

주인공 현수는 금실좋은 부모님 밑에서 자란 맡딸입니다. 편부가정에서 자란것도 아니라 부부사이에 금실이 좋은 가정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르게 사랑에 빠지는 현상자체에 대해 묘하게 냉정한 그녀. 부부로 사랑하며 산다는게 결국 짜고 치는 고스톱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그녀는 이런저런 감정을 분류해 정리하고나면 결국 남는건 "나"라는 마인드의 여성으로 사랑을 정리하고 분석하면 결국 "나"만 남는다는 담담한 오프닝은 시작부터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감정이라는게 이리저리 정리하고 나면 결국 나만 남는다는 생각은 저 역시 늘 해온 생각인데 그런 저의 막연한 생각을 작가님이 글로 깔끔하게 정리해주신것같아서 굉장히 마음에 들었거든요.

 

사랑이란 감정 역시 이리저리 정리하고 나면 결국 남는것은 "나."

 

시작이 좋았던 이야기입니다. 그런 여주인공 현수는 그렇다고 사랑을 불신하는 불신론자라거나, 레즈비언이라거나 남성혐오인 사람도 아닌 그저 보통의 평범한 여성입니다. 한창 피씨통신이 유행했을 무렵 절친인 홍아와 온라인에서 제인이란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만난 "착한스프"와의 첫 만남역시 그저 일상의 평범한 하루처럼 특별할것없었던 시간이었으나, 어느순간 돌이켜보니 현수는 그에게 마음이 생겨났음을 인정하게 되지만 두 사람의 인연은 지독하게 빗겨가 착한스프 정선에게 여자친구가 생김으로써 서로가 멀어지게되는 일이 생기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여주인공 현수, 현수의 절친 홍아, 그녀의 사랑 정선, 그리고 현수를 사랑하는 남자 박선우 네 사람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현수의 어긋난 사랑이 안타까웠던 이야기로 마무리되는데, 아.. 정말 마지막 엔딩은 먹먹하네요

 

결국 현수의 사랑은 다른사람들보다 많이 느리게 시작되지만 끈질기게 지속되는 사랑이었습니다. 첫 만남에서 착한스프 정선에 대한 호감이 전혀 없었던 반면 그와 오랜시간 만나고 알게되면서 점차 그에 대한 호감이 사랑이란 감정으로 결실을 맺어가게되는 그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서 너무 쉽게 사랑에 빠지고 너무 쉽게 이별하는 누군가들에게 현수는 참으로 느린사람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함께 할수있었습니다. 느린사람이 여기 또 있네. 라는 작은 반가움과 함께.

 

현수의 친구이자 부잣집 딸인 홍아가 드라마 작가를 포기하고 안정적인 결혼을 택해 아들을 낳고 함꼐 살아가는 모습과 현수가 사랑을 가슴에 품고 홀로 오랜시간 정선을 마음에 담아둔채 다른 남자의 사랑을 밀어내는 모습이 보여주는 대립적인 모습에서 어떤 모습이 올바른 삶인가 라는 생각도 잠시 하게됩니다. 마음에 없는 남자와 적당히 결혼해 그냥 애 낳고 살아도 나쁘지 않은 인생인거고, 나 좋다는 사람이 아무리 매달려도 내가 좋은 그 남자가 아니면 소용없다는 현수의 단호함 역시 이해가 되는 모습이고, 뭐랄까. 30대 미혼여성으로 바라본 현수가 너무 친근한 캐릭터였다랄까.

 

정선을 잊지 못해 뒤늦게 시작된 사랑에 가슴앓이 중인 현수에게 다가온 남자 박선우가 그녀에게 이런 말을 건넵니다.

 

"인생은 말이야, 니가 생각하는 대로 널 대해. 니가 심각하게 생각하면 심각하게 대하고, 즐겁게 생각하면 즐겁게 대해.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하나의 문이 열려. 닫히는 문만 바라보고 서 있으면, 열리는 문을 보지 못해"

 

이건 현수의 마음을 위로하는 말이기도 하면서 박선우 자신이 현수에게 새로운 문이라는 의미로 건네는 대사인데 왜  때문인가요. 저는 이문장을 읽으면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결국 내가 바라보고 있는 문만 지켜보고 서있으면 내 등뒤에 열리는 또 다른 문을 보지 못한채 놓치게되는건데, 그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문들을 보지 못하고 지나쳐왔을까. 이제라도 내 주변을 둘러보면 더 많은 문이 보이고 더 많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나에게도 지금 닫혀있는 이 문 너머로 또 다른 문들이 있지 않을까. 결국 희망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비단 현수에 대한 마음을 빗대어 말한 문장으로 느껴지지 않은 문장이었습니다. 오랜시간 한직장을 근무하며 힘들고 힘들어도 그저 이 길이 내가 갈 길이다라고 믿으며 변화를 두려워했던 나에게 결국 이곳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기회는 잡을 수 있을것이고, 이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을 찾아보면 될거라는 작은 희망이 가슴에 콕 와서 박히면서 어쩐지 눈물이 울컥 날뻔했거든요.

 

이 책은 분명 현수와 홍아, 정선, 그리고 박선우 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이야기하는 소설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엇갈린 네 사람이 서로의 가치관으로 서로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어쩐지 제법 많은 위로를 받는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단순하게 바라보면 현수의 사랑은 너무 답답할지도 몰라요. 그녀의 느린 사랑이 결국 오랜 시간을 돌고 돌게 만들었고, 그녀의 단호한 사랑이 그녀를 사랑하는 또 다른 남자에게 큰 상처가 되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그런 느린 사람의 사랑 역시도 하나의 사랑이고, 그녀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했던 선우라는 남자의 사랑 역시 기억에 남습니다. 무엇보다 홍아와 정선의 이야기는 참 뭐랄까. 화도나고 짠하기도하고 현수가 불쌍하고. 복잡하게 만드는 방식의 어려운 사랑이었네요

 

즐겁게 읽었습니다. 엔딩이 의외의 엔딩이어서 끝까지 저는 행복하지 못했지만, 아니 이게 가장 최선의 엔딩인것같기도하고, 아무튼 여러모로 느린 사람의 사랑 이야기 즐겁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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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의 테이프 스토리콜렉터 57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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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의 테이프 - 미쓰다 신조, 취향에 따라 무섭기도, 혹은 그렇지 않게도 느껴질것같은 책입니다.

 

미쓰다 신조의 작품입니다. 주변지인들이 미쓰다 신조 이야기는 굉장히 무섭다 라는 말씀을 전해주셨기에 개인적으로 굉장히 기대했던 작품입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글쎄요.. 이 책의 어떤 포인트에서 제가 호러를 느껴야했던걸까요. 여간 아쉬움이 남는 책입니다. 어쩌면 이 책이 무섭지 않게 느껴지는건 개인적으로 평소에 워낙 무서운 이야기나 섬뜩한 이야기를 즐겨 읽은 전적이 있어서는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책을 읽는 사람에 따라 굉장히 무섭게 느껴질수도, 혹은 전혀 그렇지 않을수도있을것같았던 이야기. 리뷰 정리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개인적으로 무서운 이야기를 굉장히 선호하는 편입니다.

 

무당이야기, 귀신이야기, 서양의 귀신이야기나 일본의 기담이야기등등 가리지않고 누군가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언제든 귀를 열고 이야기를 경청하는 1인이기도 합니다. 그런고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많이 접했는데 어쩌먼 그런 경험들이 있기에 괴담의 테이프가 크게 무섭지 않게 느껴진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책 자체는 괴담으로 가볍게 읽기 좋아 즐겁게 읽기는했지만, 그 어디에서도 호러는 느낄수가없었어요. 이 부분은 아무래도 취향을 많이 타게될것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섭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인간이 극심한 공포에 시달리다 미쳐버리는 과정이라던가, 살인범의 사냥이라던가 혹은 방금까지 하하호호 떠들었던 행복한 가정에서 방문을 열었더니 방문 너머로 목메달린 시체의 발끝이 보인다라던가, 뭔가 눈에 보이는 실체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묘사하는 쪽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권의 책을 읽으면서 정말 무섭다 소름끼친다 라고 느낀책은 정말 손에 꼽히는터라.. 제 호러의 기준이 어쩌면 평균 이상이기에 제 느낌상 무섭지 않다고 느낀걸지도 모르겠어요. 여튼 저는 그러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호러소설이라는 느낌보다 그냥 도시괴담 이라는 느낌으로 작품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도시괴담같은 느낌인데다가 타인의 입이야기를 통해 작품을 만나는데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직접 사건을 당하는게 아니라 이야기를 전달받는 과정이라고 느껴지기에 무서움이 반감된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편의 단편이 이어져있고 각각의 단편들마다 묘하게 작은 주제들이 연결되어있는 느낌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작가는 그런 이야기를 마지막 말미에 언급함으로써 독자가 단편들을 하나의 작품으로 전체적으로 곱씹을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만들어주는 형태의 표현은 좋았습니다. 덕분에 단편을 읽으면서 전체적으로 한번 더 곱씹을수있는 시간을 가질수있었거든요.

 

책 속의 단편들 제목으로는

 

죽은 자의 테이프 녹취록

빈집을 지키던 밤

우연히 모인 네 사람

시체와 잠들지 마라

기우메: 노란 우비의 여자

스쳐 지나가는 것.

 

이라는 소제목들로 짧은 단편들이 준비되어있는데 각 단편들마다 이야기의 끝을 독자에게 생각할 수있는 건수를 던져줍니다. 이건 과연 무엇이었을까? 라고 곱씹게 만드는데 그 곱씹는 과정에서 아마도 한번더 '아. 무서워'라고 느껴야하는 것같은데 개인적으로 저는 그냥 한편의 잘 지어진 도시괴담을 보는 느낌이라 무섭다기보다는 이런 상상력의 이야기도 나쁘지않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된것같습니다.

 

실제로 표지속 이미지처럼 밤낮없이 웬 여자가 눈 구멍만 내놓고 노란우비 풀장착하고 3미터 아래 절벽처럼 이어진 수렁근처에 매일같이 서서 무표정한 모습으로 누군가를 기다리듯 서있는 모습을 본다면 느낌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래도 전달자의 입장에서 책이 묘사되다보니 당사자 입장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공포감이 떨어지는 느낌이라 도무지 감정이입이 안됐다는게 안타깝다면 안타까움이랄까요. 소재가 나쁘지 않았는데.. 개인적으로는 1인칭을 선호하는 취향이라 그런점이 여간 아쉽니다. (오히려 단편들 사이의 간지로 삽입되어있는 흑백의 표지가 더 무서움을 선사했습니다. 표지가 엄지척. 몹시 열일하는 표지입니다. 디자인 멋져요)

 

띠지 속 이야기처럼 "한여름 늦은 밤, 혼자 읽기를 권합니다" - 라는 메세지에 정말 너무 설렘설렘하면서 오밤중에 혼자 스텐드 하나 켜놓고 책을 읽었는데도 안무서워..모르겠어요 미쓰다 신조 작가의 이번 작품만 기담 형식이라 공포가 상대적으로 덜 느껴진건지 전체적으로 원래 이런 기담을 쓰는 작가인건지는. 처음 만나는 작가이기에 아직은 그 평가를 내리기 조심스럽습니다만, 글쎄요. 호러는 잘..

 

아무튼, 개인적으로 가끔 가위를 지독하게 눌리는 경우가 있어요.

 

이번 책을 읽으면서 경험한건 아니고 지난달 먼 길을 다녀오고 난 뒤 그날 밤늦게 꾼 꿈 비슷한 경험인데,

 

저는 왼쪽 옆으로 모로 누워자는걸 선호하는 편이라 여느날과 다름없이 왼쪽 옆으로 누워 꿈 꾸듯이 비몽사몽한 가운데 누군가 내 오른쪽 옆구리와 오른쪽 등을 날카롭고 뾰족한 손톱으로 꼬오집!!!하는 아픔이 느낀적이 있어요. 흡사 송곳처럼 뾰족하고 날카롭게 다듬은 양 검지 손톱을 내 옆구리와 등에 각각 대고 내 침대 등 뒤에  쪼그리고 앉아 내 몸의 살을 뚫어버릴 것 같은 기세로 손톱으로 살이 뚫려라 꾸우우우우우욱!!!! 하고 찌르는 그 기분. 날카로운 통증을 동반하는 그 꼬오오집!!!에서 느껴지는 통증. 날카로운 송곳이 내 등을 찌르는 그 기분.!

 

너무 아픈데 비명은 나오지 않고 잠결에 팔다리는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데 겨우 오른손을 들어 날 찌르던 손등을 탁!!!! 하고 쳐내고 눈을 번쩍!! 떳더니 아니나 다를까 내 등뒤에는 아무도 없고 방안엔 나 혼자뿐인데 아직도 옆구리와 등은 누군가 찌르고 꼬집은 기분으로 아픔이 진하게 남아있었던 경험.

 

난 분명 손등으로 내 몸을 아프게 꼬집던 손을 탁! 하고 쳐냈는데, 눈 떠보니 내 등뒤엔 아무것도 없고 방안엔 나 혼자. 그리고 남겨진건 옆구리 통증뿐. 내 몸을 뚫을 기세로 날 찔러대던 손은 누구였고, 내가 탁!! 하고 쳐낸 그 손은 누구 손이었을까요. 분명 아무것도 없던 방안에 왜 나는 옆구리와 등에 무언가에 찔린듯한 통증을 느끼며 잠에서 깨야 했을까요.?

 

살다보면 논리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고 믿습니다. 그게 설사 그 사람의 착각이고 망상이고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하기 힘든 경우라 할지라도 누군가는 특별한 경험을 한다고 믿어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가벼운 도시괴담 느낌으로 진행되는 이 작품 또한 즐겁게 읽으실수있을것같습니다. 저 역시 도시괴담 읽는 기분으로 가볍게 잘 읽은 작품입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완벽한 호러는 아니예요.

 

하지만 늦여름밤을 함께할 이야기로는 충분한 느낌이니 평소 저처럼 무당이나 귀신이야기 혹은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읽으시면 나쁘지 않을것같습니다.

 

그나저나, 내 옆구리 찌르던 그 손은 누구 손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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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팩스 부인과 여덟 개의 여권 스토리콜렉터 55
도로시 길먼 지음, 송섬별 옮김 / 북로드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폴리팩스 부인과 여덟 개의 여권 - 도로시 길먼, 뭐야 이 할머니 매력있어.!

 

 

폴리백스 부인과 여덟 개의 여권입니다. 처음 만나는 폴리팩스 할머니와의 만남이 너무 유쾌해서 즐거웠던 작품입니다. 현재 국내에 출간된 시리즈가 2편이 있고 이 작품은 세번째로 출간된 작품인데 저는 세번째 출간작인 여덟개의 여권을 시작으로 폴리팩스 부인을 먼저 만났으나 기존의 시리즈를 전혀 몰라도 이 작품을 읽는데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띠지의 문구 그대로!!

 

"폴리팩스 부인과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면 아직 그녀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와.. 더이상 이 책을 설명할 다른 문장이 떠오르지 않을만큼 적절한 문장입니다. 그동안 폴리팩스 할머니를 만나지 않았기에 그녀의 매력을 몰랐던 저로서는 이번에 처음 만나는 부인이 너무 매력적이었고 즐거운 만남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몹시 유쾌한 마음으로 리뷰 정리합니다.

 

이 작품은 뉴저지에 사시는 60대의 고상하고 사랑스러우신 폴리팩스 부인, 원예가 취미이신 할머니께서 전편에 우여곡절 끝에 CIA스파이로 발탁되신 이후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전편 이야기를 몰라도 작품읽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CIA는 불가리아 지하조직에 급하게 여덟개의 여권을 전달해줘야하는데 위조 여권을 전달하기에 누구보다 적합하다고 생각된 폴리팩스 부인이 직접 늘 쓰고다니시는 모자에 여권을 숨겨 미국 관광객인척 불가리아에 들어가 임무를 완수하는 내용을 담고있습니다.

 

정말 간단해보이기 그지없는 스토리지만 폴리팩스 부인이 간단한 캐릭터가 아닌게 함정!

 

굉장히 유쾌합니다. 작품 전반적인 분위기가 스파이가 등장하고 탈출과 지하조직에 여권 전달 등 CIA임무가 수행되는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느낌이 굉장히 긍정적이고 밝은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너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부인의 임기응변도 즐겁고 개인적으로 그녀의 긍정적인 성격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녀의 의도한 듯 혹은 의도하지 않고 일어난 일인냥 벌어지는 사건 사고들이 주는 즐거움, 이리저리 꼬였을 지언정 결과적으로 맡은바 임무를 백퍼센트 완벽하게 수행해낸 결과물, 그런 와중에 이어지는 할머니의 유쾌한 성격과 대화들, 그리고 도시의 차가운 스파이가 되지 못하는 그녀만의 따뜻한 성격, 이런 행동들이 사건사고와 더불어 굉장히 유쾌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서 더더욱 즐거웠습니다.

 

평소 스토리와 문장도 중요하지만 캐릭터를 제 일순위로 놓고 소설을 읽는 저에게 너무 좋았던 이야기입니다. 폴리팩스 부인이란 캐릭터가 너무 좋았거든요. 할머니 캐릭터에 이렇게 빠져도 되나 싶을만큼 매력있던 부인이셨습니다. 60평생을 어떻게 살아오셨을지 왠지 그 모습이 그려질듯한 느낌의 따뜻하고 긍정적인 캐릭터, 밝고 유쾌한 느낌이 주는 즐거움, 그녀의 오지랖이 만들어내는 여러사람들의 인연들이 즐거웠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녀의 오지라퍼 넓은 성격과 따뜻한 마음이 스파이로서 훌륭한 능력을 선보이게 하는 모습들이 즐거웠던 이야기입니다. 덕분에 아주 오랜만에 퇴근후 한권 뚝딱 해낼수있었습니다. 몰입도와  가독성이 훌륭한 작품입니다. 60대 부인이라는 설정에 놓고 봤을때 이어지는 대화내용들도 적절한 문장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어디하나 깔게없어요!

 

60대를 할머니라고 해야하는게 맞을지 모르겠으나, 오동통통한 그녀가 새가 달린 모자를 쓰고 갈색 외투를 입은채 미국인 관광객 흉내를 내며 여기저기 불가리아를 돌아다니면서 사건해결을 해내가는 모습을 따라가면 평범한 부인이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나가고 그녀에게 주어진 불리한 조건을 어떻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즐거웠으므로 별 다섯개.

 

작가 스스로가 당당하고 쓸모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갈망에서 태어난 캐릭터 폴리팩스 부인의 이야기. 그렇기에 평범한 그녀가 스파이로서 쓸모있는 존재가 되어 보여지는 모습들이 누구보다 특별해서 즐거웠던 이야기입니다. 외관상 절대 그럴것같지 않은 60대 부인이 스파이로서 능력을 발휘하며 사건을 해결해내는 과정이 작가 스스로 갈망하던 꿈을 그려낸듯한 모습이기에 더 생동감있는 캐릭터로 느껴진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이유로 즐거웠습니다.

 

 

 

오타

230p - "아이디어를 더 전개시키기 전에 저의 지하조직을 먼저 만나보시는 게 좋겠군요

찬코 인용분 대사에 " 누락

 

285p - 밑에서 세번째줄

다음은 김옥 외벽. - 감옥 외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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