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 두꺼비가 지키는 전통 사찰 이야기 - 천년을 지켜온 사찰 공간과 건축의 비밀
권오만 지음 / 밥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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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던 절을, 공간과 건축의 시선으로 한 번 더 좋아하게 되는 책.

나는 사찰을 좋아한다. 명절마다 엄마 손잡고, 모녀가 둘이 오붓하게 근거리 사찰을 찾아 여행한지도 벌써 이십여 년이 지난듯하다. 물론 최근에는 함께 여행 다니던 엄마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아무래도 장거리 운전이라든지 여행에 좀 피로함을 느끼시게 되고, 무릎 수술 이후 먼 거리 여행이 좀 힘겹게 되어 같이 명절 사찰 나들이 못한 지가 십여 년쯤 되는 거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스무 살 이후 모친과 함께 울산을 중심으로 근처 근거리부터 멀리는 전라도 와 강원도 어디쯤의 사찰을 다녔던 기억은 굉장히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고, 요즘도 기회가 된다면 우리는 절을 함께 다닌다.

이렇게 절은 나에게 굉장히 큰 추억이고, 종교이고, 내가 좋아하는 장소인데

최근 <신선 두꺼비가 지키는 전통 사찰 이야기>라는 책 제목을 보고 너무나도 궁금해 오랜만에 서평단을 신청했다. 천년을 지켜온 사찰 공간과 건축의 비밀을 부제로 한 이야기인데, 사실 나는 사찰 이야기에 포인트 짚고 읽기 시작한 이야기라 그 안에 건축 이야기 비율이 높아서 공간과 건축의 이야기가 맞구나라는 점을 새삼스레 느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언급되는 수많은 사찰들을 내가 방문했던 곳이 많았고, 그 과거의 추억을 곱씹으며 책을 읽으니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해서 좋았다. 아울러 내가 좋아하는 아귀가 딱 맞는 돌벽, 계단, 혹은 한옥의 큰 바위 위에 올려진 나무 기둥 들에 대한 이름이 그랭이기법으로 지어진 방법이라는 것도 알게 되고, 내가 이 그랭이기법으로 지어진 벽과 한옥의 나무 기둥을 좋아한 이유가 아귀가 딱 맞게 지어진 건축 기법이 주는 편안함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도 새삼스레 알게 되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뭔가... 여행 에세이 같은데 그 안에 건축 이야기를 올 칼라 사진으로 함께 보여주시는 모습에서 건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독자에게 이게 이런 기법이고, 이런 절의 이런 양식은 이런 이름으로 불린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는 되게 인상 좋은 해설사 같은 느낌의 도서인데, 안타깝게도 건축에 대한 기본 지식이 전무한 나에게는 그래서 문의 세 종류인 공간이 어디에 어떤 공간인지, 건물 기둥에 올려진 지붕(?)의 모습에 따라 공포가 주심포 양식인지, 다포 양식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게 조금 슬펐달까.. 절의 사진과 정면 모습의 설계도(?)를 함께 넣어 주신 친절함에 조금 더 애써주셔서 평면 배치도 혹은 정면 그림에 처마의 정확한 명칭을 한 번 더 손을 봐서 이게 주두, 이게 소로, 이게 살미 라고 디테일하게 적어주셨다면 건축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반인 입장에서 조금 더 친절한 책이라고 느껴졌을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던 부분은 절의 일주문 위에 공포 아래 공간에 앉은 부처님 모양으로 빈 공간을 형상하는 모습이 많은데 이를 두고 "공포불"이라고 부른다는 디테일한 설명들이 너무 좋았다. 절에 대해 막연히 좋아하기만 했던 사람 입장으로서 건축학적으로 접근해 설명해 주는 부분들이 재미있다. 뭔가 절의 진입로는 왜 일주문을 지나 한참을 걸어가야만 하는지(?) 절을 다니면서부터 늘 궁금했던 사항들이고, 이렇게 경치 좋은 곳이어야 기운이 좋아서 절이 있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는데, 공간적 배치 기법(?)의 일환으로 구성된 세팅이라는 게 또 한 번 놀라웠다는 점. 그래서 절의 산신각은 항상 꼭대기에 있구나....

너무 흥미롭지 않은가?

절에 들어가기 위해 몸을 숙여 계단을 올라가야 갈 수 있는 일부 절들이 있는데 그런 입장 방식(?)을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그 또한 절과 종교에 대한 극적인 효과를 연출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었다는 점이? 말을 타고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솟을 대문처럼, 공간 연출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몸을 굽혀 입장하도록 만들었다는 절의 진입로.. 너무 멋지다. 뭔가 이러한 해석을 알게 된 것도 새롭고,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입장문을 설계했다는 사실조차도 너무 새삼스럽고 멋지다.

지금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도 내소사였을 듯하다, 작은 문을 지나 잠시 어두워진 공간을 지나 계단을 올라가면 절의 내부 전경이 환하게 눈에 들어오는데 그때의 그 기억이 너무 강렬하게 남아있던 게, 저런 공간 배치적 이유로 극적인 효과를 강조한 문이라니.. 새삼스럽게 그때의 기억이 밀려와서 너무 행복해진다.

월정사, 부석사, 선암사, 내소사, 통도사, 쌍계사, 불국사, 불영사,

그래도 한번은 다녀와본 적 있는 절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책을 읽으면서도 사실 건축과 공간에 대해 잘 모르면서도 뭔가 너무 행복하고 편안하고 즐거운 추억이 버무려져서 내내 기분 좋은 책이었습니다. 아직 제가 가보지 못한 수많은 절들에 대해 다시 한번 더 방문 의지를 불태우고, 이제 앞으로 사찰을 방문하게 되면, 이게 이런 공간 기법이고, 이게 이런 배치의 구성이다..라고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될 것 같아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사찰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어요.
단순히 절이라는 이유로 좋아하셨던 곳을, 공간과 건축이라는 시선으로 한 번 더 바라보게 되는 기회가 되는 책이네요. 좋습니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은 도서이며 주관적인 느낌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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