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감없이 담담하게 이어지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고백, 그들의 이야기...

고백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독백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의 이야기방식이 많이 낯설었다. 항상 작가의 시점이나 혹은 제 3자의 시선으로 소설책을 즐기던 내게 독백으로 이야기하는 방법은 어쩐지 아직은 익숙하지 않았기에 책을 읽기에 약간의 주저함이 든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단지 나의 쓸데없는 걱정이었을뿐. 이 책.. 정말 흥미롭고 대단하다. 뭔가 굉장히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던 책이다.

사실 청소년 범죄에 대해서 다룬 책들이 우리나라에 없는건 아니다. 히가시노게이고의 -방황하는 칼날, 혹은 요 근래에 천사의 나이프 라는 작품등에서도 청소년 범죄를 다룬 책들은 존재했다.(그리고 그 책들역시 무척 재밌었다.) 그 책들이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에서 청소년 범죄에 대한 신호탄을 알렸다면, 이 책은 청소년 범죄자 자신들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독백으로 이야기하면서 그들의 이야기에 고개 끄덕이게 만들었던 묘한 능력을 가진 책이랄까...?.(물론,그 학생들이 어린 아이를 죽인일이 결코 잘했다는건 아니다!)

개인적으로 담임의 딸의 죽음이라는 하나의 사건을 두고 엄마인 담임, 학급의 반장, 가해자들과 그들의 가족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줏대없이 이리저리 흔들려버렸다랄까.. 분명 딸을 잃은 엄마의 글을 읽을때는 분노에 몸서리쳤지만(그녀의 행동에 잘했다고 박수쳐줄수만은 없는건 왜일런지..), 어린 아이를 죽인 가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끄덕해버리고 만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소설이 없었던건 아니지만..뭐랄까.. 내게는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다.

무서우리만치 섬뜩했다. 각자 스스로의 입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내뱉는 그들의 이야기는 책을 읽을때마다 나도모르게 음..하며 고개를 끄덕끄덕거리게 만들어 버리다니.. 딸을 잃은 부모의 입장과 자신들의 입장에서 그 아이를 죽여야만 했던 학생들까지. 그들에게 가해지는 학급의 복수와 딸을 잃은 엄마의 복수 등등. 사소한것 하나까지도 치밀한 복선으로 만들어 하나의 큰 그림을 만들어내고, 그와 더불어 독자의 집중력과 흥미도를 전혀 잃지않게 만드는 작가의 문장력과 상상력. 게다가 무엇보다 놀랍다고 느꼈던건 이야기를 하는 각자의 시각에 따라 그들에게 휘둘려 변해가는 갈팡질팡해지는 내 모습이 무서웠다랄까..선과 악의 뚜렷한 경계를 구분하지 못하게 되버렸다.. 대단하다.

역자후기에 이런 말이 있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어떻게 비치고 해석되는지, 그 미묘한 차이까지 활용한 치밀한 구성과 이야기 전개가 매력적인 이 작품을 읽는 순간, 여러분은 순수한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것입니다"라는 글. 말 그대로다. 이 문장이 책에 대해 모든것을 설명하고 있다. 대단한 작가를 알아버렸다는 뿌듯함이 밀려온다. 고백. 주저없이 별 다섯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