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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고백
사가와 잇세이 지음, 樹里 옮김 / 하나북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대책없이 짜증나는 이 찌질이의 고백을 나는 왜 읽고 있는 것인가.
사가와 잇세이, 그는 누구인가.? 일단 이 질문에 먼저 대답을 해야겠다.사가와 잇세이는 나름 세계의 잔혹한 살인범들의 이야기가 집필된 각종 책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아직 살아있는 실존 인물이다. 각종 연쇄살인범을 다룬 책속에서 이 남자는 카발리즘 목록에 당당하게 이름이 올라있는데 악의 고백과 기타 다른 자료속의 사가와 잇세이에 대해 가볍게 정리를 해보자면,
일찍이 그는 일본에서 제법 돈있는 집 아들로 태어나 1970년대에 자그마치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게된다.체격이 작은 미숙아로 태어나 부모의 오냐오냐 속에 자라 이기적인 심성과 함께 작은 체격으로 인한 컴플렉스와 더불어 명석한 두뇌의 격차로 인해 그는 점점 삐뚤어진 성격으로 성장하게된다.차라리 이 남자가 머리나쁜 백프로 무식한 남자였다면 이런일이 생기지 않았을까..? 아무튼, 차후에 서양인들 세상에 홀로 동떨어져 컴플렉스 덩어리인 이 찌질이가 아무리 돈이 많은들 혼자 힘든 유학생활을 하기는 결코 쉽지않은일. 그러던차에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던 르네 라는 네델란드 여학생을 만나면서 어린시절부터 품었던 카발리즘적 망상에 사로잡혀 결국 그녀를 살해하고 그 시신을 먹는 참혹한 미친 범죄를 저질러 경찰에 잡히지만, 결국 돈많고 빽있는 부모 덕에 심신쇄약을 이유로 감옥생활을 하지 않고 풀려나 정신병원에 수감된후 차후 일본에서 방송생활 및 책을 내는등의 행위로 부모지원을 계속적으로 받으면서 떵떵거리고 잘먹고 잘 살고 있더라~!라는 이야기다.
매사에 삐뚤어져 타인의 의미없는 미소마저도 자신을 비웃는건 아닌지 저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지 모른다 라던지 혹은 저들사이에 내가 끼일 자리가 없다라던지 기타 온갖 찌질한 짓은 혼자 내뱉는 이 소설의 시작에서 나는 내가 대체 왜 이걸 읽고 있는건가, 라는 멍청한 생각을 했다. 빌어먹을 인간의 호기심이라는게 이토록 무서운것일줄이야.. 이 남자에 대한 이야기는 알고 있었지만 설마 그 이야기가 책으로 한국에서 출판될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기에 이 남자의 이야기를 읽고는 있지만 이런 내가 참 한심하고 찌질해보이기까지한다. 대체 난 왜 이런이야길 읽고 있는것인가. 빌어먹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봤을때 이 남자가 당시 르네를 살해한후 경찰에 증언한 각종 내용들에 따르면 책속에서처럼 자신이 한없이 불쌍하고 그녀를 죽여야만 했던 이유를 적절하게 포장하는 모습들이 가증스럽기 그지 없다. 여러곳에서 접했던 각종 자료들과 책속의 사가와 잇세이는 너무 차이가 난다. 본인이야 어떻든 그 스스로가 말하는 지옥은 사가와 잇세이 스스로가 만들어낸 지옥이기에 그는 내뱉는 한숨한숨마저도 온 세상에 죄스러운 마음을 품고 조심스러워야하거늘, 당당하게 책을 낸것도 모자라 일본에서 보란듯이 떵떵거리고 살고있다는 현실에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다.
물론 이 남자의 찌질함이 일본인 전체의 특징이라고 생각하진않는다. 하지만 책을 읽는내내 느껴지는 불쾌함은 이루 말로 표현할수가 없을만큼 짜증이 치민다. 어색한 문장도, 어설픈 일기형식의 글로 자신을 미화시키는것도, 거기다 이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광기의 우울함과 찌질함이 너무 싫다. 남은 인생 모두를 르네와 그녀의 가족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괴로워하며 살아있는 지옥을 마음껏 느끼기를 기도하고 싶으나, 아직까지 부모돈으로 잘먹고 잘사는 이 남자의 소식을 접하니 그저 허무해질뿐이다.
미친 일본인이 서양인을 살해하고 그 시체를 먹고 훼손한것도 모자라 보란듯이 심신쇄약으로 무죄방면이라니, 르네의 가족들이 얼마나 팔딱팔딱 뛸 노릇인가. 자고로 인생은 정말 모른다. 언제 어느순간 꼬꾸라질지도 모르고 돈많은 인간은 살인을 저지르고도 보란듯이 책내고 떵떵거리고 잘 살지도 아무도 아무것도 모른다. 씁쓸하다. 이런 놈의 행위를 사랑으로 포장하는 출판사의 단어 선택이 참 짜증나는구나.
해당 도서에 대한 별점은 사가와 잇세이라는 사람에 대한 내 지적호기심을 충족시켜준 것에 대한 별점이라고 생각하고싶다. 차마 이 남자의 행위에 대해서 이 남자의 인생에 대해서 이 남자의 책에대해서는 별점을 체크할수가 없다. 이런 찜찜함이라니... 혹시라도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은 마음의 준비 단단히하고 펼치시길... 갈곳없는 분노에 치미는 짜증은 고스란히 독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