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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ㅣ 스토리콜렉터 59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12월
평점 :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오랜만에 제대로 된 일본 미스테리 작품입니다. 최근에 읽은 다른 기담(혹은 공포)책은 너무 기대했던 터라 실망을 더 많이 했던 작품이고 이번 책은 기대를 전혀 안해서일까요 의외로 너무 마음에 드는 이야기인듯해서 몹시 즐거운 책읽기를 진행하고있는 중입니다. 무엇보다 오프닝이 세상 강렬한것!!
여러 스릴러를 만나보았고 피철철을 만나보았는데 그중에서도 단연코 강렬한 오프닝입니다. 그저 단순히 목매달아 죽인 시체를 묘사하는게 아니라 정육점에 고기들마냥 갈고리로 메달아 진열해놓은 범인의 시체전시방식과 그걸 묘사하는 작가의 디테일이 몹시도 선연한것. 비전문가인 독자 입장에서 봤을때 작가님은 이 과정을 집필하기 위해 꽤 많은 공부를 하셨겠구나 라는 느낌이 강하게 밀려옵니다. 연이어 등장하는 두번째 시체 역시 묘사가 굉장합니다. 그저 단순히 압착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인게 아니라 작가가 그려내는 소리와 공간의 뒤틀림이 글을 통해 강하게 느껴집니다. 책을 읽고있지만 왠지 귓가에 맴도는듯한 묘사, 축축함, 끔찍함, 불유쾌함, 그 모든것이 한눈에 그려지는 작가님의 표현력에 무릎을 탁, 아주 오래간만에 피철철인 잔혹한 묘사가 일품인 작품을 만났습니다.
두번째 살인이 진행되는 동안 범인이 누구일지 여전히 감도 잡지 못하는 경찰들과, 단순히 전시해놓던 시체가 끔찍한 형태로 발견되도록 만들어놓은 잔혹함에 시민과 경찰들은 공포에 휩싸이게되는데 그 과정에서 11살인 어린딸을 인면수심이란 단어도 부족한 쓰레기같은 친부가 가하는 폭력과 폭언 그리고 성폭행의 행태들이 주는 불쾌감. 그리고 어린 소녀의 마음속에 자라나고있는 세상을 향한, 부모를 향한 분노와 공포가 진행되는 방향은 이 작품의 전개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뒷 이야기를 궁금하게만 만드는 작품입니다.
시체묘사나 일련의 과정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는 탁월한데 분위기에 대한 묘사는 다소 약한 느낌. 시민들과 경찰이 범인의 잔혹함을 공포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혼란스러움이나 사회전반적인 분위기에 대한 묘사가 작가가 공포에 휩싸였다.라고 표현하기보다 전체적으로 독자 입장에서 사회전반에 공포가 진하게 베어있다 라고 느낄 수 있게끔 묘사해주셨으면 더 좋았을텐데 그 부분은 다소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 역시 직접적인 묘사의 한부분으로 받아들인다면 훌륭하지만, 오히려 사회전반적으로 시민들이 공포에 휩싸였다는 느낌을 3인칭으로 분리해 다른 시각으로 묘사했으면 더 오싹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표현됐을것같다는 느낌입니다.
개구리남자의 살해방법이나, 다른 살인사건에 대한 묘사가 과도하게 잔혹합니다. 일본 특유의 사실적인 묘사가 뚜렷한 작품이라 비위약한 분들에겐 다소 곤혹스러운 작품이 되지않을까 할만큼 사람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고 비생물인듯 취급하는 그 묘사들이 살벌해요. 그리고 그것보다 더욱 살벌한 것은 심신 상실을 이유로 사람이 사람을 살해하고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너무 잘 표현했다는 점입니다. 책속의 세계에서도 그리고 현실세계에서도 너무 많은 범죄가 일어나고있지만, 범죄자들은 술을 먹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발적 범행이다. 나는 병이있다. 심신상실상태다.라는 온갖 개소리로 자신을 방어하며 법망을 피해가려하는 인간들이 많은게 현실이고 또한 그런인간들이 믿기 힘들만큼 부족한 처벌을 받는것도 사실이기에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순간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수도 없었습니다.
대체 우리는 어디서 부터 잘못 된 세상을 살고 있는 걸까요. 과연 잘못을 저지른 범죄자가 그에 합당한 댓가를 받는 세상이 오기는 할까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특히 사건의 엔딩으로 향하는 절정에서의 긴박함은 몰입도가 상당히 뛰어납니다.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 사건의 진실, 그 너머 작가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일본 형법 제 39조의 부조리함등 여러가지 생각을 갖게하는 작품이었습니다. 휴우.. 마지막의 그 긴박함이라니. 상상도 못한 스토리 전개에 어쩐지 어안이 벙벙합니다. 역시 글을 글자 그대로 믿으면 안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던 작품입니다. 스포를 주의해 리뷰해야하므로 더이상 언급하기 조심스러운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이상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책.
심신 상실을 이유로 법망을 피해가는 범죄자들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그 안에 여러가지 꼬인 트릭으로 독자들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작품이었습니다. 오랜만에 굉장히 강렬한 일본 작품을 읽은 터라 한해의 마지막 자품으로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될것같습니다. 제발 죄를 지은 인간들이 죄값만큼 벌을 받는 공정한 사회가 되기를 기원하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