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친 막대기
김주영 지음, 강산 그림 / 비채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 요즘 어린 아이들은 똥에 관한 동화책도 많이 읽는데다 정신과적으로 봤을 때도 어린 시절에 너무 거부감을 갖게 해선 안된다고 하는 연구결과가 나와서 그런지 오히려 별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는 것같지만, 사실 저같은 기성세대에겐 약간 거부감이 드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이기도 합니다. 특별히 깨끗한 척하려는 것도 아니지만, 입밖에 내기엔 뭔가 모르게 찝찝한 그런 기분이 든달까요.  

 

..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런 기분은 점차 사라져 갔습니다. 어미나무의 곁가지로 자라 물이며 양분을 풍부하게 받아들이던 어린 백양나무 가지가 어느날 갑자기 꺾여 의도하지 않은 때에 혼자만의 삶을 시작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가지 일들이 무척 흥미로웠달까요. 아버지를 위해 새참을 나르고, 시험을 잘 못쳐서 종아리를 맞고, 소를 집으로 데려가는 어린 소녀의 일상도 담담하니 우리네 시골의 생활을 보여주는 것같아 평화로웠습니다.

 

.. 어린 백양나무 가지로 보자면 엄청난 고행이자, 길고 긴 여행길이었겠지만, 사실 인간의 눈으로 보기엔 짧고 담담한 그리 별다르지 않은 일상의 이야기입니다. 해가 뜨고 하루가 지나가고 해가 지는 그런 평이한 한 때이지요. 그러고보면 모든 인간의 삶이 또한 그러하지 않은가 싶기도 합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주변에서도 어떤 이들은 굶기도 하고, 강도를 당하기도 하고, 억울한 일에 눈물짓기도 하잖습니까? 그런데도 우리는 백양나무 가지가 사모하는 그 소녀마냥 아무것도 모르고 살아가지요. 그러다 또 내가 여러가지 어려움을 당하게 되면 왜 아무도 도와주지 않느냐며 원망하기도 하잖아요. 어쩌면 모든 삶들이 이리도 비슷한지 모르겠습니다.

 

..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타인을 대접하라는 말이 있잖아요. 설사 운명이라는 것이 정해진대로 흘러간다 하더라도, 중간중간 기대하지 않던 타인의 선의를 접하게 되면 많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내가 행하는 작은 도움으로 누군가가 행복해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똥친 막대기>는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책을 읽으면서 하게 되는 생각은 많이 두텁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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