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그녀
사카모토 아유무 지음, 이다인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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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을 알았다고 생각한 순간 예상은 어김없이 빗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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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그녀
사카모토 아유무 지음, 이다인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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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의 여성은 화려하다. 다만 얼굴이 가려져 누구인지 알 수 없다. 꽃에 얼굴이 가려진 여인은 누구일까?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일본 장편소설 《환상의 그녀》는 표지처럼 묘령의 여인을 찾아가는 미스테리소설이다.


'올해 2월, 장녀 미사키가 영면했습니다. '


한 때 사랑했던 여인이 죽었다는 상중 연하장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장미를 사랑하고 친절했던 미사키가 죽었다니..

후타는 믿기지 않는다. 강아지를 좋아하고 후타에게 강아지 입양하는 봉사를 할 수 있도록 주선해주며 좋아했던 미사키. 헤어진 연인의 부고 소식에 후타는 마음이 심란하다.

같은 펫 시터이자 절친한 여사친 유키에와 난임치료병원에서 근무하는 친구 유이치로와 만나며 후타는 심란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 후타는 비슷한 시기에 만났던 또 다른 여자 친구 란 과 에미리의 안부를 확인하지만 그들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후타와 함께 했던 그녀들, 미사키, 란, 에미리.

비록 헤어졌지만 후타는 그들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 장미를 좋아했던 미사키, 고급아파트에 사는 부유한 란 등등... 이 느닷없는 부고를 알기 위해 후타는 그녀들을 열심히 좇지만 모든 것이 행방도 없이 사라졌다.

《환상의 그녀》는 후타가 사라진 그녀들의 행방을 쫓으면서 여러 가능성을 안겨준다.

후타가 만났던 환상의 그녀들은 실제 존재의 인물이 아닌 후타가 만들어낸 환상이 아닐까? 혹은 후타를 스쳐간 여인들이 모두 동시에 사라졌다면 혹시 후타가 범인이 아닐까? 이야기가 진전될수록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후타의 혼란처럼 읽는 이를 혼란속으로 인도한다. 과연 그녀들은 누구인가?

그녀들의 행방을 찾아 나가면서 후타는 곤경에 처하기도 한다. 소속되어 있는 협회' 해피서클'에서 계약 해지 통보를 받기도 하고 그녀들의 행바은 도저히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추적하는 단계에서 알게 되는 건 그녀들이 자신의 인생을 도와 준 의미있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비록 헤어졌지만 감사하고 끝까지 돕고 싶은 옛 추억. 후타는 그녀들을 돕고 싶다.

소설은 전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반전과 또 마지막 강력한 반전이 기다린다.

첫번째 떡밥은 눈치 빠른 독자라면 짐작할 수 있지만 두번째 떡밥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도록 진실을 숨겨 놓는 작가의 영리함이 돋보인다.

소설에는 윤리적인 질문과 함께 인간의 의료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어디까지인가. 그리고 잠시 남긴 사랑과 추억이 어떤 의미를 남기는지 곰곰히 생각하게 한다. 이 모든 여정이 결국 쉽지 않았지만 환상의 그녀들은 후타의 인생에 또 다른 감동을 남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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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 비극적인 참사에서 살아남은 자의 사회적 기록
산만언니 지음 / 푸른숲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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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아픔에 무관심하지 않도록 끝까지 독려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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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 비극적인 참사에서 살아남은 자의 사회적 기록
산만언니 지음 / 푸른숲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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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화려했던 삼풍백화점이 폭삭 가라앉았다. 일천명 이상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했던 이 사고는 한국 아픈 역사의 한 획이었고 두고두고 화자되곤 했다.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의 저자 산만언니는 아르바이트 중 간발의 차로 살아남게 되었다. 비록 파편이 몸 곳곳에 튀어 피가 흐르고 수술해야 했지만 살아남았다. 그 후 생존자인 산만언니는 한 가지 질문에 사로잡힌다. '왜 저 사람들은 죽고 나는 살아남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왜 일어났는지, 대체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지,

그 일이 어째서 나한테 일어났는지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면

그 불행은 평생을 가도 잊지 못하는 사건이 된다.


저자는 삼풍 백화점 사건 이전에도 아버지의 극단적인 선택과 삼풍 백화점 등의 충격적인 사건을 겪으며 알게 된다. 사건의 크고 작고를 떠나 이해할 수 없는 불행이 어떻게 사람을 더욱 힘들게 하는지. 삼풍백화점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저자에게 운이 좋았다고 하지만 저자에게는 왜 저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만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어째서 이 일이 일어나야만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이 사고 앞에 트라우마는 저자의 마음 속 깊숙이 내려 앉아 저자를 힘들게 했다.

책에서는 삼풍 백화점과 함께 저자에게 찾아온 여러 불행들에 대해 언급한다. 큰오빠의 학대, 아버지의 극단적 선택, 지독한 가난과 경제 회생.. 등등 한 인간에게 이토록 다양한 불행의 변주곡이 올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안타깝게까지 느껴진다. 때론 자신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삶에서 행복이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게 아닌 바로 삶 자체가 행복임을 저자는 깨닫게 된다.

저자의 불행등을 마주하게 되면 드는 생각이 있다. 이것들이 과연 저자의 잘못일까?

오빠의 사업이 잘못되어 빚에 휘말리게 되어 개인회생을 하며 조금씩 회복해 나가지만 다시 주저앉는 게 과연 저자의 잘못일까? 그 상처들을 극복하지 못했던 것들이 저자의 잘못일까? 이 불행들이 결국 한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 우리 사회의 아픈 그림자들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다시 재기하고 싶어도 재기하기 어려운 사회의 구조,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려는 경쟁 구도, 아픔을 허용하지 않는 한국 사회는 아픈 사람을 방치한다. 아니 경멸한다.

아픈 사람은 아픈 사람을 알아본다. 저자는 숨기고 싶던 자신의 아픔을 세월호의 아픔을 보며 자신의 상처를 꺼낸다. 자신에게 풀리지 않았던 이 불행이 자신을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알기에 아직까지 봉인된 세월호의 진실이 큰 상처가 되는지 저자는 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글을 써내려간다. 이 상처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게.



이제 더 이상 이 악순환을 끝내기 위해 저자는 아픈 기억을 애써 되새긴다. 한 명이라도 이 사회의 아픔에 무관심하지 않도록, 이 풀리지 않는 진실을 끝까지 알아내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을 향해 손을 내민다. 아픔은 아픔으로 끝날 수 없다. 아픔을 끌어안고 한 발짝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지치지 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힘들수록 서로 끌어안아줘야 한다. 이 사회에 이런 참사로 더이상 아픈 이들이 없도록 우리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어야 한다.

책을 읽어나가며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에 천천히 읽어야 했다. 저자의 아픔 앞에 내가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 지 조그마한 길잡이를 얻은 것 같다. 이 시대, 끝나지 않은 아픔 속에 우리 모두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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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쓴 것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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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성 서사를 다룬 수많은 소설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여성 서사들이 쏟아져 나온 시점이 꽤 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는 여자들의 삶. 무엇이 이렇게 많은 여성들의 삶을 만들어냈는가. 왜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아지도 이야기가 끝나지 않는가.

나는 조남주 작가의 신작 소설집 『우리가 쓴 것』에서 바로 그 해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이 82년생을 중심으로 한 여성들의 이야기였다면 『우리가 쓴 것』은 10대부터 7,80년대까지의 여성들의 삶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총 8편의 단편이 실린 이 소설집에서 가장 큰 특징은 단 한 세대의 여성이 아닌 삼 세대의 여성의 삶이 그려진 단편소설이 많다는 소설이다. 《오로라의 밤》 과 《여자아이는 자라서》는 다루는 주제는 다소 다르지만 삼대의 이야기를 통해 각 세대의 여성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준다.

《오로라의 밤》에서는 학교 교감으로 일하며 정년을 7년 정도 남겨둔 나, 아들을 잃고 며느리와 단둘이 살고 있는 80대 시어머니, 그리고 워킹맘으로 육아와 일을 병행하느라 지친 딸 지혜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일을 하는 자신을 위해 당연히 엄마와 할머니가 육아를 도와주기 원하는 딸 지혜.

딸을 아끼지만 여전히 이루고 싶은 꿈이 있고 자신의 삶을 살고 싶은 50대의 나.

그리고 손녀를 맡아 키웠고 며느리의 일을 도왔지만 며느리의 성공이 마냥 달갑지 않았던 80대 어머니.

이 세 명의 여성에게는 하고 싶은 일들이 있었다. 딸 지혜는 일과 육아 잘 해나가고 싶고 50대의 나는 어린 시절의 꿈이었던 오로라를 꼭 보고 싶다. 그리고 어머니 또한 늦게나마 자신이 원하는 걸 해 나가고 싶다.

하지만 이들이 자신의 꿈을 이뤄가기에는 여성이라는, 엄마라는, 돌봄이라는 이름으로 수없이 미뤄져간다.

하지만 계속 '언젠가'에 머물렀다.

아직 학생이었다가, 돈이 없다가, 아이가 생겼다가, 아이가 어렸다가,

모든 문제가 해결된 후에는 시간이 없었다.


한없이 자신을 희생할 것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삶. 늙어서 자식들이 결혼한 후에도 돌봄 대상의 주체로 여겨지며 소모되는 여성들의 삶이 《매화나무 아래》와 《오로라의 밤》 그리고 《여자아이는 자라서》에서도 드문드문 드러난다. 육아의 비주체인 남성에 비해 여성은 현실을 더 버티기 위해 발을 동동거리고 사람을 써야 하며 모든 마음의 짐을 감당해야만 했다. 이 모든 육아의 부담은 세대가 지나도 할머니에게서 엄마에게 그리고 딸에게 그대로 전이된다. 하지만 사회는 그저 여성의 몫이라며 당연하게 책임을 전가한다.


어머니는, 어쩌면 가족들 모두 내가 무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아무도 말리거나 돕지 않았다.

감수해야 한다고 여기는 듯했다.

우스운 것은 나조차도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남성에 비해 육아라는 짐을 떠맡은 상태에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든지 이 《오로라의 밤》은 잘 드러내준다. 잘 해내고 싶지만 한 발짝 나아가기 힘든 여성의 이야기가 잘 드러난다. 개인적으로는 쌍둥이라는 사실을 알고 양가 어머니가 내게 "아이는 못 키워준다"며 선을 긋던 말씀이 떠올랐고 아이들을 키우며 일을 하기가 여전히 녹록지 않은 현실이 떠올라 많은 공감을 했던 소설이다.

조남주 작가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이 불리한 환경에서도 서로 이해하기를 멈추지 않고 조금씩 나아가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 여자아이는 자라서 》는 학교에서 딸 친구 은비가 당한 몰래카메라를 계기로 이 일에 대한 세 모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남자아이들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 남자 아이들의 만행을 찍어 학폭위에 고소한 딸 은비와 조력자 딸 주하, 그 주하를 안절부절 바라보며 성폭력 등에 분개했던 20대의 자신 또한 기득권과 같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 고민하는 40대의 나, 그리고 성폭력상담소를 운영하다 손녀 주하를 키우기 위해 일을 그만 두었던 친정 어머니 등 이들은 세대가 다른 만큼 서로 이해의 폭이 다르다. 딸은 남학생의 부모와 같이 생각하는 엄마에게 실망하고 엄마는 자신에게 말해주지 않는 딸에게 속상하다. 딸이 괜한 일에 휩쓸린 게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이들은 끝까지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학폭위 고소 사건이 여자 아이들의 반격이라는 사실을 밝히며 우리는 확신할 수 있다. <여자아이는 자라서> 분명 할머니가 성폭력 상담소를 열어서 다른 여성을 도왔듯, 40대의 엄마가 20대에 성교육 캠프에 다니며 책 모임을 만들었듯 이 여자 아이들은 자라서 또 다른 여성을 도울 것이다.

가정 폭력의 상처를 커서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지, 가정을 위해 자신을 소진하다 생을 마감하는 80대 할머니의 이야기도, 코로나로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사랑하기도 쉽지 않은 요즘의 십대 이야기도 마냥 해피엔딩을 그려내지는 않다. 하지만 이 소설의 글대로 한 명 한 명의 여성들의 삶은 그대로 쓰여져 이 책의 제목대로 《우리가 쓴 것》이 된다. 비록 상황은 많이 변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쓴 것들이 하나씩 모여 천천히 변화를 이루어간다.

밑줄 친 문장들을 다 소개할 수 없음이 안타까운 소설집이다. 읽는 내내 너무 공감이 된 나머지 숨을 고르며 읽었던 작품이다. 아직도 힘든 우리 모두에게 말하고 싶다. 계속 써 내려가주라고. 계속 나아가 주라고. 힘내주라고. 결국 우리는 나아질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책을 모든 여성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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