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 비극적인 참사에서 살아남은 자의 사회적 기록
산만언니 지음 / 푸른숲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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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화려했던 삼풍백화점이 폭삭 가라앉았다. 일천명 이상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했던 이 사고는 한국 아픈 역사의 한 획이었고 두고두고 화자되곤 했다.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의 저자 산만언니는 아르바이트 중 간발의 차로 살아남게 되었다. 비록 파편이 몸 곳곳에 튀어 피가 흐르고 수술해야 했지만 살아남았다. 그 후 생존자인 산만언니는 한 가지 질문에 사로잡힌다. '왜 저 사람들은 죽고 나는 살아남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왜 일어났는지, 대체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지,

그 일이 어째서 나한테 일어났는지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면

그 불행은 평생을 가도 잊지 못하는 사건이 된다.


저자는 삼풍 백화점 사건 이전에도 아버지의 극단적인 선택과 삼풍 백화점 등의 충격적인 사건을 겪으며 알게 된다. 사건의 크고 작고를 떠나 이해할 수 없는 불행이 어떻게 사람을 더욱 힘들게 하는지. 삼풍백화점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저자에게 운이 좋았다고 하지만 저자에게는 왜 저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만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어째서 이 일이 일어나야만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이 사고 앞에 트라우마는 저자의 마음 속 깊숙이 내려 앉아 저자를 힘들게 했다.

책에서는 삼풍 백화점과 함께 저자에게 찾아온 여러 불행들에 대해 언급한다. 큰오빠의 학대, 아버지의 극단적 선택, 지독한 가난과 경제 회생.. 등등 한 인간에게 이토록 다양한 불행의 변주곡이 올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안타깝게까지 느껴진다. 때론 자신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삶에서 행복이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게 아닌 바로 삶 자체가 행복임을 저자는 깨닫게 된다.

저자의 불행등을 마주하게 되면 드는 생각이 있다. 이것들이 과연 저자의 잘못일까?

오빠의 사업이 잘못되어 빚에 휘말리게 되어 개인회생을 하며 조금씩 회복해 나가지만 다시 주저앉는 게 과연 저자의 잘못일까? 그 상처들을 극복하지 못했던 것들이 저자의 잘못일까? 이 불행들이 결국 한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 우리 사회의 아픈 그림자들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다시 재기하고 싶어도 재기하기 어려운 사회의 구조, 누군가를 밟고 일어서려는 경쟁 구도, 아픔을 허용하지 않는 한국 사회는 아픈 사람을 방치한다. 아니 경멸한다.

아픈 사람은 아픈 사람을 알아본다. 저자는 숨기고 싶던 자신의 아픔을 세월호의 아픔을 보며 자신의 상처를 꺼낸다. 자신에게 풀리지 않았던 이 불행이 자신을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알기에 아직까지 봉인된 세월호의 진실이 큰 상처가 되는지 저자는 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글을 써내려간다. 이 상처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게.



이제 더 이상 이 악순환을 끝내기 위해 저자는 아픈 기억을 애써 되새긴다. 한 명이라도 이 사회의 아픔에 무관심하지 않도록, 이 풀리지 않는 진실을 끝까지 알아내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을 향해 손을 내민다. 아픔은 아픔으로 끝날 수 없다. 아픔을 끌어안고 한 발짝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지치지 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힘들수록 서로 끌어안아줘야 한다. 이 사회에 이런 참사로 더이상 아픈 이들이 없도록 우리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어야 한다.

책을 읽어나가며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에 천천히 읽어야 했다. 저자의 아픔 앞에 내가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 지 조그마한 길잡이를 얻은 것 같다. 이 시대, 끝나지 않은 아픔 속에 우리 모두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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