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까발린 영화감독 세르조 레오네
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탈리아 출신 영화감독 세르조 레오네를 아냐고 묻는다면 모른다고 답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영화 <황야의 무법자> ,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 <석양의 무법자>, <옛날 옛적 미국> 등의 영화를 모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설사 보지는 않았어도 한 번쯤 들어본 영화 제목일 만큼 할리우드 영화에서 한 획을 그은 작품들이다. 그리고 이 작품들은 모두 세르조 레오네라는 감독 아래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명성을 떨친 세르조 레오네이지만 그의 출신은 이탈리아다. 세르조 레오네는 파시즘이 횡횡하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화계에서 일했던 아버지와 영화계에서 은퇴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 2차 세계대전을 말하지 않고는 세르조 레오네를 말할 수 없다. 그가 이 시절에 겪은 일들이 후에 그의 작품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미군이 파시즘과 나치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세르조 레오네는 이탈리아가 미군에 항복하고 미군의 점령 안에 거할 때 달라질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세르조 레오네가 목격한 미군의 현실은 독일군과 다르지 않은 다만 전승국의 군인이었다는 점뿐이며 아메리칸 드림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미국에 대한 실망은 후에 그의 서부극에서 중요햔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국을 까발린 영화감독 세르조 레오네》라는 제목답게 이 책은 영화 감독 세르조 레오네의 작품 속에 미국 강대국에 대한 비판이 어떤 식으로 자세하게 소개해준다. 남북전쟁 때 세 명의 악당이 보물을 찾는다는 설정의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에서 세르조 레오네는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이라는 구별은 근원적인 면에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나쁜 놈이 이타적인 행동을 하고 추한 놈이 훌륭한 인물일 수도 있음을 말하는 그의 영화의 밑바탕에는 '미국이 폭력 위에 세워졌다'는 미국의 허울을 폭로하며 남북전쟁을 비판한다.

저자가 설명해 주는 세르조 레오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의 작품을 단순히 서부극으로만 보았던 시각이 달라짐을 느낄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세르조 레오네의 작품을 더 풍성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해 준다. 이탈리아 출신이며 미국을 거침없이 까발리면서도 할리우드에서 명성을 포기하지 않은 독특한 이력의 세르조 레오네의 작품과 함께 들여다보는 그의 세계를 더 깊이 알 수 있도록 도와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인의 예술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정윤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레이머먼드 챈들러는 미국 하드보일드 추리 소설의 거장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챈들러의 <기나긴 이별>을 12번이나 읽고 폴 오스터가 극찬한 소설가 중의 소설가로 통하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 주인공 '필립 말로'는 영국 자가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와 견줄만큼 유명하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 《살인의 예술》은 다섯 편의 단편 추리소설이 소개된 소설집이다. 특이한 점은 이 책의 표제작이자 제목인 <The Simple Art of Murder>, 즉 <살인의 예술>은 나와 있지 않다는 점이다.

다섯 편의 단편 소설에는 모두 다른 탐정이 등장한다. 보통 추리소설의 경우 동일 인물이 여러 가지 사건을 해결하는 단편을 수록하는데 레이먼드 챈들러는 각각의 다른 주인공들이 여러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챈들러의 소설에 초보자인 내게 이 책에 대한 느낌은 '무법자의 세계'였다. 첫 번째 단편 <황금 옷을 입은 왕>에서의 주인공 스티브가 야간 경비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음에도 힘없이 쫓겨나는 장면과 스티브가 레오파드를 내쫓는 방법 등은 마치 무법 세계처럼 거칠다. 또한 등장인물에 여자가 많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퇴폐적인 묘사라는 느낌을 준다.

'소설가의 소설가'로 불린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이라서 기대가 컸지만 내용이 기대치에 만족한다고 보기 어려웠던 이유는 시대를 감안하더라도 마초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책의 분위기에 적응하기 어려워서였다. 술을 마시면서 운전하는 장면이나 총질이 난무하는 이 소설 속에 쉽게 빠져들지는 못했다.

하지만 마초적인 부분을 제외한다면 이야기 속의 반전과 해결 과정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책의 내용을 분위기에 맞게 맞깔나게 번역해서 읽을 때 분위기가 풍성하게 전달되는 점도 매우 훌륭하다. <황야의 무법자> 풍과 같은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에울리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특별한 형제들 - 친일과 항일, 좌익과 우익을 넘나드는 근현대 형제 열전
정종현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형제들의 이야기를 통해 근현대사의 굴곡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특별한 형제들 - 친일과 항일, 좌익과 우익을 넘나드는 근현대 형제 열전
정종현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의 근현대사는 미국과 소련의 개입으로 인해 유난히 굴곡이 많은 시기였다. 일제 식민지 시절에는 독립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싸울 수 있었지만 해방 후에는 좌익과 우익의 이름으로, 38선으로 남과 북 둘 중 하나를 택일해야만 하는 뼈아픈 역사이기도 하다. 분단은 동지들 뿐만 아니라 한 가족 내에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목적을 향해 싸우고 투쟁했지만 사상은 가족까지 갈라설 것을 요구했다. 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 출간된 『특별한 형제들』은 형제들의 이야기를 통해 얼마나 근현대사의 굴곡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해준다.

『특별한 형제들』에는 열 세편의 형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같은 부모, 같은 집안에서 태어난 형제들의 삶이 어떻게 갈라지게 되었는지 저자 정종현 박사는 이 형제들의 삶을 조사해나간다.

열세 편의 이야기들 중 근현대사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꼽는다면 검찰총장 출신 이인과 남로당원 이철 형제이다.

1950년 2월 23일 남한 초대 법무부장관 출신 국회의원 이인의 집에 형사들이 들이닥친다. '남조선노동당(남로당) M.L 연구부' 활동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이인의 동생 이철은 물론이고 이인의 큰아들 이옥까지 연루되어 체포되었다. 형제가 함께 같은 독립운동을 했지만 사상이 달라 형은 우익 세력인 남한에서 법무부장관으로 엘리트의 길을 밟을 반면 동생 이인은 형의 집에서 좌익 서적을 편찬하며 험난한 길을 걷는다.

끝내 전향을 거부하고 6.25때 인민군의 대열에 합류하며 형과 등진 이인의 잔혹한 운명은 미국과 소련의 개입이 없었다면 과연 어떻게 됐을지 또는 김구 선생의 바램대로 38선이 없이 단일정부가 설립되었다면 이러한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근현대에는 대부분의 지식인들이 사상에 따라 남과 북 둘 중 하나만을 택해야 했다. 남한에서 좌익 세력은 감옥에서 끊임없는 전향 압박을 받아야 했고 일부 사람들은 압박을 피해 월북해야만 했다. 미국과 소련이 갈라놓은 38선에서 좌우가 함께 할 수 없었고 갈라설 수 밖에 없었다. 모두 자연스럽게 자신의 갈 길을 찾는 동안 좌익과 우익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형제들이 있었다. 바로 이 책에 소개된 <오기만, 오기영, 오기옥>형제 이야기다.

3.1운동을 도운 아버지의 영향으로 삼형제 모두 독립운동에 뛰어들어 쉽지 않은 세월을 보냈다. 하지만 이 비루한 현실에서 형제들의 운명 또한 다른 특별한 형제들처럼 갈라설 수 밖에 없었다. 모두 나뉘어서 대립했던 이 시기에 좌우합작으로 이루어진 나라를 생각했던 오기영의 목소리가 좌익 세력을 뿌리뽑기 위한 남한에서 곱게 들릴 리가 없었다. 한 민족이고 한 국가이므로 좌익인 형을 이해하고자 했고 함께 상호작용하는 정부를 만들고자 하는 오기영의 움직임 또한 좌익으로 치부되어 끝내 오기영은 월북을 해야만 했다.


『특별한 형제들』 을 읽으면서 서양 강대국에 좌지우지된 한국의 근현대사가 아닌 우리가 스스로 만든 단일정부였다면 이 형제들의 운명은 달라졌을까 하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그 당시 김구 선생과 오기영 선생같은 좌우합작하는 단일정부를 꿈꾸던 지식인들은 김구 선생님처럼 피살되거나 오기영 선생처럼 압박에 못 이겨 남한을 떠나야만 했다. "한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이데올로기에 형제가 적이 되는 비극을 맞이해야만 했다. 그리고끝나지 않은 이데올로기에 이 비극은 아직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일제 시대에는 한 민족이라는 가치 아래에 똘똘 뭉칠 수 있었지만 해방 후 이데올로기로 배척하고 등지는 이 비극. 어쩌면 저자의 말대로 우리 사회에서 점점 심해지는 차별과 배제는 그 때부터 조금씩 자라고 있는지 모른다. 하나가 되기를 포기한 공동체에서 차별과 배제는 당연한 결과물이니까. 그리고 우리 사회가 하나가 되는 공동체를 꿈꾼다면 모든 것을 적대시했던 그 시대를 벗어나 포용하고 다양성을 인정해줄 때 비로소 공동체의 참 의미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편하지만 사는 데 지장 없습니다 -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하늘에서 사는 세상을 꿈꾸며
백순심 지음 / 설렘(SEOLREM)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편하지만 사는 데 지장 없습니다』의 저자 백순심 작가를 <엄마의 꿈방>을 통해 알게 되었다.

같은 15년생 쌍둥이 엄마이자 아이 이름도 '누리'라는 이름이 똑같아 서로 신기해했던 작가를 글쓰기 모임때 처음 만났다. 당당하게 웃으며 정성스레 준비한 선물들을 나누어주던 그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책 출간 소식을 들었고 드디어 백순심 작가의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장애인으로 자라 사람들의 편견과 차별 속에 자란 저자의 어린 시절이 소개된다. 심술궃은 유치원 반 아이가 신발을 숨겼어도 자신이 이해해주어야 하는 현실, 갑자기 일방적으로 반 배정을 특수반으로 바꿔 하루 아침에 반이 바뀌는 에피소드.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했던 어린 시절에는 이런 시선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길 강요받았다. 장애인을 받아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고, 깍두기같은 자리일지라도 이해해야 한다고.

저자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를 읽으며 생각했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지 않은 에피소드들을 제외하고 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당해내야 했을까. 책에 소개된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라는 말을 떠올렸다.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보지 않으려하고 괜히 불편해하며 그들이 조용히 투명인간처럼 있어주기를 원하는 사람들. 그래서 사람들은 굳이 보지 않으려하고 생각하지 않으려한다. 분명히 존재하는 사람들인데 조용히 있어주길 강요하는 사회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학교에서는 분명 장애인 도우미 제도가 있다고 홍보하건만 이 제도를 이용하려고 하자 예산이 없다며 그냥 불편을 감수하고 다닐 것을 요구하는 학교측의 무성의한 태도는 학교만의 모습이 아닌 바로 우리 사회의 모습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우량아로 떠올리는 내 아이들을 떠올렸다. 또래보다 월등하게 키가 큰 내 아이들을 보며 사람들은 쉽게 수군거렸다. 때론 어떤 할머니는 무턱대고 내게 와서 왜 이렇게 애가 크냐며 이상하다고 말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이들이 또래보다 큰 게 죄인것마냥 움츠러들었다. 큰 아이가 있으면 작은 아이가 있는데 왜 사회는 표준이라는 걸 정해놓고 그 표준을 강요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저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똑같은 사람은 없다. 비장애가 있고 장애가 있는 사람도 있다. 모든 개개인이 다른데 표준이 있을 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똑같기를 원하고 그 선을 넘거나 못 미치는 사람들을 함부로 평가했다. 그 표준으로 상처받는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비록 불편하지만 저자가 원하는 목표를 성취해가며 직장인이자 엄마로 그리고 저자로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 써내려간 저자의 이야기들은 매우 따뜻했다. 특히 저자의 곁에는 저자를 도와주었던 많은 이들이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도우미 역할을 해 주시던 분들, 학업을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권해주던 분 등등.. 우리가 서로 인정하며 동등하게 대해준다면 함께 살아가는 현실은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는 걸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배울 수 있다.

행복한 사회란 무엇일까. 나는 어느 누구도 아프지 않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물론 육체적인 게 아닌 소외와 차별로 마음이 아픈 사람이 없는 사회라는 의미다. 장애인, 성소수자 등 모두를 인정하고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 표준만이 거하는 세상이 아닌 개개인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세상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 책이 분명 그 디딤돌이 되어 줄 것을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