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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지만 사는 데 지장 없습니다 -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하늘에서 사는 세상을 꿈꾸며
백순심 지음 / 설렘(SEOLREM) / 2021년 12월
평점 :

『불편하지만 사는 데 지장 없습니다』의 저자 백순심 작가를 <엄마의 꿈방>을 통해 알게 되었다.
같은 15년생 쌍둥이 엄마이자 아이 이름도 '누리'라는 이름이 똑같아 서로 신기해했던 작가를 글쓰기 모임때 처음 만났다. 당당하게 웃으며 정성스레 준비한 선물들을 나누어주던 그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책 출간 소식을 들었고 드디어 백순심 작가의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장애인으로 자라 사람들의 편견과 차별 속에 자란 저자의 어린 시절이 소개된다. 심술궃은 유치원 반 아이가 신발을 숨겼어도 자신이 이해해주어야 하는 현실, 갑자기 일방적으로 반 배정을 특수반으로 바꿔 하루 아침에 반이 바뀌는 에피소드.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했던 어린 시절에는 이런 시선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길 강요받았다. 장애인을 받아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고, 깍두기같은 자리일지라도 이해해야 한다고.
저자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를 읽으며 생각했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지 않은 에피소드들을 제외하고 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당해내야 했을까. 책에 소개된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라는 말을 떠올렸다.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보지 않으려하고 괜히 불편해하며 그들이 조용히 투명인간처럼 있어주기를 원하는 사람들. 그래서 사람들은 굳이 보지 않으려하고 생각하지 않으려한다. 분명히 존재하는 사람들인데 조용히 있어주길 강요하는 사회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학교에서는 분명 장애인 도우미 제도가 있다고 홍보하건만 이 제도를 이용하려고 하자 예산이 없다며 그냥 불편을 감수하고 다닐 것을 요구하는 학교측의 무성의한 태도는 학교만의 모습이 아닌 바로 우리 사회의 모습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우량아로 떠올리는 내 아이들을 떠올렸다. 또래보다 월등하게 키가 큰 내 아이들을 보며 사람들은 쉽게 수군거렸다. 때론 어떤 할머니는 무턱대고 내게 와서 왜 이렇게 애가 크냐며 이상하다고 말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이들이 또래보다 큰 게 죄인것마냥 움츠러들었다. 큰 아이가 있으면 작은 아이가 있는데 왜 사회는 표준이라는 걸 정해놓고 그 표준을 강요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저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똑같은 사람은 없다. 비장애가 있고 장애가 있는 사람도 있다. 모든 개개인이 다른데 표준이 있을 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똑같기를 원하고 그 선을 넘거나 못 미치는 사람들을 함부로 평가했다. 그 표준으로 상처받는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비록 불편하지만 저자가 원하는 목표를 성취해가며 직장인이자 엄마로 그리고 저자로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 써내려간 저자의 이야기들은 매우 따뜻했다. 특히 저자의 곁에는 저자를 도와주었던 많은 이들이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도우미 역할을 해 주시던 분들, 학업을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권해주던 분 등등.. 우리가 서로 인정하며 동등하게 대해준다면 함께 살아가는 현실은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는 걸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배울 수 있다.
행복한 사회란 무엇일까. 나는 어느 누구도 아프지 않은 사회라고 생각한다. 물론 육체적인 게 아닌 소외와 차별로 마음이 아픈 사람이 없는 사회라는 의미다. 장애인, 성소수자 등 모두를 인정하고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 표준만이 거하는 세상이 아닌 개개인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세상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이 책이 분명 그 디딤돌이 되어 줄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