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형제들 - 친일과 항일, 좌익과 우익을 넘나드는 근현대 형제 열전
정종현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의 근현대사는 미국과 소련의 개입으로 인해 유난히 굴곡이 많은 시기였다. 일제 식민지 시절에는 독립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싸울 수 있었지만 해방 후에는 좌익과 우익의 이름으로, 38선으로 남과 북 둘 중 하나를 택일해야만 하는 뼈아픈 역사이기도 하다. 분단은 동지들 뿐만 아니라 한 가족 내에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목적을 향해 싸우고 투쟁했지만 사상은 가족까지 갈라설 것을 요구했다. 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 출간된 『특별한 형제들』은 형제들의 이야기를 통해 얼마나 근현대사의 굴곡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해준다.

『특별한 형제들』에는 열 세편의 형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같은 부모, 같은 집안에서 태어난 형제들의 삶이 어떻게 갈라지게 되었는지 저자 정종현 박사는 이 형제들의 삶을 조사해나간다.

열세 편의 이야기들 중 근현대사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꼽는다면 검찰총장 출신 이인과 남로당원 이철 형제이다.

1950년 2월 23일 남한 초대 법무부장관 출신 국회의원 이인의 집에 형사들이 들이닥친다. '남조선노동당(남로당) M.L 연구부' 활동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이인의 동생 이철은 물론이고 이인의 큰아들 이옥까지 연루되어 체포되었다. 형제가 함께 같은 독립운동을 했지만 사상이 달라 형은 우익 세력인 남한에서 법무부장관으로 엘리트의 길을 밟을 반면 동생 이인은 형의 집에서 좌익 서적을 편찬하며 험난한 길을 걷는다.

끝내 전향을 거부하고 6.25때 인민군의 대열에 합류하며 형과 등진 이인의 잔혹한 운명은 미국과 소련의 개입이 없었다면 과연 어떻게 됐을지 또는 김구 선생의 바램대로 38선이 없이 단일정부가 설립되었다면 이러한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근현대에는 대부분의 지식인들이 사상에 따라 남과 북 둘 중 하나만을 택해야 했다. 남한에서 좌익 세력은 감옥에서 끊임없는 전향 압박을 받아야 했고 일부 사람들은 압박을 피해 월북해야만 했다. 미국과 소련이 갈라놓은 38선에서 좌우가 함께 할 수 없었고 갈라설 수 밖에 없었다. 모두 자연스럽게 자신의 갈 길을 찾는 동안 좌익과 우익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형제들이 있었다. 바로 이 책에 소개된 <오기만, 오기영, 오기옥>형제 이야기다.

3.1운동을 도운 아버지의 영향으로 삼형제 모두 독립운동에 뛰어들어 쉽지 않은 세월을 보냈다. 하지만 이 비루한 현실에서 형제들의 운명 또한 다른 특별한 형제들처럼 갈라설 수 밖에 없었다. 모두 나뉘어서 대립했던 이 시기에 좌우합작으로 이루어진 나라를 생각했던 오기영의 목소리가 좌익 세력을 뿌리뽑기 위한 남한에서 곱게 들릴 리가 없었다. 한 민족이고 한 국가이므로 좌익인 형을 이해하고자 했고 함께 상호작용하는 정부를 만들고자 하는 오기영의 움직임 또한 좌익으로 치부되어 끝내 오기영은 월북을 해야만 했다.


『특별한 형제들』 을 읽으면서 서양 강대국에 좌지우지된 한국의 근현대사가 아닌 우리가 스스로 만든 단일정부였다면 이 형제들의 운명은 달라졌을까 하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그 당시 김구 선생과 오기영 선생같은 좌우합작하는 단일정부를 꿈꾸던 지식인들은 김구 선생님처럼 피살되거나 오기영 선생처럼 압박에 못 이겨 남한을 떠나야만 했다. "한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이데올로기에 형제가 적이 되는 비극을 맞이해야만 했다. 그리고끝나지 않은 이데올로기에 이 비극은 아직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일제 시대에는 한 민족이라는 가치 아래에 똘똘 뭉칠 수 있었지만 해방 후 이데올로기로 배척하고 등지는 이 비극. 어쩌면 저자의 말대로 우리 사회에서 점점 심해지는 차별과 배제는 그 때부터 조금씩 자라고 있는지 모른다. 하나가 되기를 포기한 공동체에서 차별과 배제는 당연한 결과물이니까. 그리고 우리 사회가 하나가 되는 공동체를 꿈꾼다면 모든 것을 적대시했던 그 시대를 벗어나 포용하고 다양성을 인정해줄 때 비로소 공동체의 참 의미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