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인도에서 아난다라고 불렸다
정인근.홍승희 지음 / 봄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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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엄마는 건강하실 때 부녀회 활동을 오래 하셨다. 부녀회 활동을 하시며 국내 곳곳을 다니셨다. 외국은 비록 많이 못 가셨지만 국내는 우리 가족 중 제일 많이 하셨다. 물론 여행이 아닌 부녀회 활동의 하나였지만... 엄마가 병 진단을 받으신 후, 엄마는 해외여행을 꿈꾸셨다. 몸이 더 불편하시기 전에 많은 나라를 여행가고 싶어하셨다. 그런 엄마를 위해 우리는 일본, 베트남을 여행했다. 올해 아빠 칠순 겸 태국으로 가려던 여행이 코로나로 잠정 연기되었다. 이 돌발상황 속에 우리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코로나 상황과 엄마의 건강을 보며 절대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여행 갈 기회가 있으면 무조건 가리라 다짐했다. 그 다짐 중에 만난 책이 바로 『엄마는 인도에서 아난다라고 불렸다』였다. 엄마와 딸의 인도 여행기는 그래서 내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엄마는 인도에서 아난다라고 불렸다』의 저자 홍승희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을 그려 경찰에 구속된 작가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홍승희씨는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의 저자 홍승은씨의 동생으로 알고 있다. 어머니 정인근씨는 이혼 후 여러 남자를 만나지만 데이트폭력 후 첫째 승은 씨의 집으로 오신다. 상처 받은 엄마를 보면서 승희씨는 말한다.

"엄마 나랑 인도 갈래?

여권 하나 없던 엄마에게 인도를 가자고 하는 승희씨. 왜 인도였을까. 홍승희씨는 5년 전 자살 대신 선택한 곳 인도, 남들 눈엔 비정상처럼 보여도 인도에선 모든 게 인정되는 듯한 그런 자유를 느꼈고 그 후로 승희씨는 상처 받은 엄마를 초대하고 싶었다. 인도의 자유를 느끼고 선물하고 싶어했다.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알 수 없을 때 자살 대신 선택한 곳이 인도였다.

인도에서 나는 다른 세상도 있음을 알았다. 이렇게 삐뚤삐뚤하고 흐물흐물하고 망나니 같은 나도 여기서는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런 공간이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게 위로였다.

그런 위로를 엄마에게도 선물하고 싶었다.

여권을 만들고 여행을 준비하는 엄마 '아난다'는 '비애와 슬픔'의 인물이었다. 타로카드에서 뽑은 카드였다. 어쩌면 어려서부터 가부장적 가정에서 전형적인 여성 역할을 강요받던 시대의 아픔을 타로카드가 알아맞춘 게 아닐까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정인근씨는 인도에서 '아난다'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혼자 자유로이 여행하던 승희 (칼리)씨는 이제 엄마와 함께 일정을 준비한다. 혼자라면 경비절약을 위해 버스를 타고 장거리 이동을 했다면 엄마를 위해 비행기를 탄다. 해외여행이 처음인 엄마는 조그만 것에도 감격해하며 숙소로 가는 택시 안에서 기사에게 묻는다.

"알 유 해피?"

"해피!"

운전사가 대답했다.

"아임 해피 투."

엄마가 말했다. 영어를 못해서 걱정된다던 엄마였다.

택시 기사와 엄마의 대화가 연상되어 웃음이 나온다. 그 설렘이 느껴진다. 옆에서 지켜보는 저자 홍승희씨는 대화를 들으며 엄마가 귀엽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엄마 아난다와 딸 칼리의 글이 교차되어 전개되는 이 책에는 같은 공간에서 다른 모녀의 생각을 알 수 있어 좋았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엄마와 딸의 시각이 이 여행기를 풍요롭게 해 준다. 물론 둘이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어디서든 엄마는 딸 걱정에 잔소리를 하기 마련이고 딸은 엄마의 잔소리가 귀에 향기롭게 들릴 수 없다. 한바탕 싸우기도 하지만 "엄마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라고 말하며 감정을 풀어나간다.

함께 책도 읽고 영화도 보며 여행하는 두 사람의 여행은 결국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엄마는 딸이 왜 자꾸 인도로 훌쩍 떠나고자 하는지 알게 되고 딸은 엄마를 자세히 알아간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온 후 인도로 떠나는 딸을 조용히 배웅해준다. 소중한 순간을 공유한 후로 모녀의 친밀감은 더욱 깊어진다.

"코로나가 끝나면 당장 엄마 모시고 해외 나가자!"

동생과 나는 종종 이야기한다. 이놈의 코로나가 끝나자마자 비행기표를 살 거라고. 더 이상 시간을 미루지 않을 거라고. 이 책을 읽으니 엄마와 떠나고 싶은 생각이 더 간절해진다. 서로 이해하게 된 두 모녀처럼 나도 엄마와의 추억을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다. 오늘 밤에 다짐만 했던 기도를 해야겠다. 코로나 치료제가 빨리 나오게 해 달라고.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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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 문지아이들 163
김려령 지음, 최민호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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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려령 작가의 인물들은 모두 심상치 않다. 불행한 아이같지만 유쾌한 완득이도 그렇고 <우아한 거짓말>에서 어린 나이에 자살한 동생이 있는 민지도 그렇다. 우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어둠을 기대한다. 당연히 어두울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는 그들의 상황을 인정하지만 따뜻하게 품어준다. 불행한 현실을 바꿀 수 없겠지만 그들의 마음까지 어둠에 침몰되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김려령 작가의 글을 좋아한다.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은 김려령 작가가 3년 만에 펴 내는 신작동화다. 책의 앞부분을 발췌하여 만든 가제본으로 받아 읽어 볼 수 있었다. 아니나다를까.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의 주인공 초등학생 현성과 장우 또한 심상치 않다. 아이의 눈으로 그려진 가난의 모습이 보이고 어른들의 행동에 상처받는 장우가 있다.

현성의 집은 영업이 종료된 도로상의 비닐하우스 꽃집이다. 차를 타고 가다보면 도로 맞은 편에 몇 채의 비닐하우스 꽃집만 있는 도로를 볼 수 있다. 차를 타고 가다가 그 꽃집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과연 누가 저런 곳에 꽃을 사지?' 이 책속에 현성이 그런 집에 살고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본 꽃집은 영업중이지만 현성이 살고 있는 꽃집은 이미 영업을 안 한다는 걸. 고속도로를 만들기 위한 정부의 정책에 보상을 받고 이제 폐허가 된 곳이다.

현성의 아버지는 삼촌말만 믿었다. 사정이 있어 정부 보상금을 자신의 명의로 못 받지만 통장 주인이 받는 즉시 주기로 했다며 다른 사람 명의의 통장과 도장을 흔들어 보였다. 아버지는 순진하게 그 말을 믿었다. 겨울만 지나면 보상금을 받고 아파트로 이사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불행은 파도를 타고 온다고 한다. 가난도 그렇다. 돈이 돈을 번다고 하듯 가난 또한 가난을 몰고 온다. 부족은 또 다른 부족함을 불러일으킨다.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에서는 한 가족의 빈곤이 점차 번져나가는 걸 보여준다. 집, 교육, 화목한 가정, 전기 등등 잃어가는 빈곤의 모습을 현성의 눈으로 보여지니 더욱 서글프게 다가온다.

하지만 김려령 작가는 그런 분위기에서도 웃음을 잊지 않는다. 현성에게 또 다른 친구 조장우를 소개해주니까. 엄마 심부름에서 '강력분'과 '박력분'을 두고 고민하는 모습에서부터 현성의 빈곤을 편견없이 바라봐주는 장우, 그 안에서 그들은 제목 그대로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이라는 제목으로 업로드를 한다.

가제본의 내용은 여기까지다. 책 속에서 현성의 시선으로 그려진 빈곤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을 생각한다. 아직은 여섯 살 밖에 되지 않았지만 내게 "엄마는 돈 없잖아."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하는 아이들. (장난감을 사 주지 않을 핑계로 자주 돈 없다는 말을 남용한다) 내 아이들에게는 말로만 듣던 가난이지만 이 동화 속 현성은 생활 속 가난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너무 당연하다시피 빈곤을 심어주었다. 하나씩 잃어가는 그 빈곤은 마음의 빈곤 또한 일으키지만 다행히 작가는 현성을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 동영상이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며 과연 이 두 소년들에게 어떤 일이 다가올지 알 지 모르지만 확신할 수 있는 건 이들이 자기 방식으로 일을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다.

이제 정식 출간된 김려령 작가의 신작동화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 코로나로 양극화와 고립화가 최고조를 달리는 이 때 우리 주위를 둘러 볼 수 있는 따뜻한 동화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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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 기업들은 미국 법원으로 가는가
심재훈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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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전혀 무관한 것 같은 이 책을 읽은 건 순전히 호기심때문이다. 삼성과 애플 소송 기사에서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법정 싸움을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고 기업간의 법정 싸움이 왜 미국에서 일어나는지도 알고 싶었다. 애플과 삼성은 그렇다쳐도 왜 한국 기업들은 미국 법원에 가서 싸우지라는 의문에 답해 주는 책이 나왔다. 미국 변호사이자 기업분쟁 해결 분석가인 저자 심재훈씨는 『왜 한국 기업들은 미국 법원으로 가는가』 책을 통해 그 궁금증을 해소해준다.

저자는 미국 법원에서 진행되는 기업 소송에 대해 '원정소송'이라고 말한다. '원정출산'은 낯설지 않지만 '원정소송'은 왠지 낯설게 다가온다. 먼저 저자는 왜 한국 기업들간의 소송인데 미국 법정에서 진행될까라는 답변에 시원하게 답해준다. 이유는 간단하다


손해배상의 범위와 액수가

우리나라 법원과 비교할 때 확연히 크고 유리하기 때문이다.


거창한 답변을 기대했지만 '원정소송'의 핵심은 바로 '돈'이다. 한국에서 아무리 승소해도 한국 법원에서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의 액수가 비교가 안 된다는 사실에 기업들은 무리를 해가면서 원정소송을 진행해나간다.

저자는 이제까지 많은 한국기업이 미국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할 경우 미국 법원의 차이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핵심은 무엇일까? 바로 '전자증거개시'다.

이 '전자증거개시'란 재판의 시간 낭비를 막기 위해 변론 전 소송과 관련된 자료와 증거를 전자증거개시 과정을 거쳐 상대방에게 공개하는 것이라고 한다.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미국의 특징답다. 그런데 이 '전자증거개시'를 무시할 수 없는 건 증거개시에 소홀히 한다고 느끼면 소송의 주요 패소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증거 교환을 위한 조치에 미적된다는 표시가 있을 경우 불리한 증거를 제시하게 된다. 저자는 이 '전자증거개시'를 소홀히 해서 패소한 예를 삼성과 애플의 소송의 예로 들고 있다. 임직원들의 '이메일 자동 삭제 기능'을 즉각 정지하는 행위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아 애플에 빌미가 잡히는 결과가 되었다.

기업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주요 소송인 징벌적 손해배상, 집단소송, 제조물 책임제에 대한 대응은 필수이다. 기업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한국 법원에 비해 손해배상액도 한국보다 매우 높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미국법원에서의 패소는 기업의 파산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한국 또한 소비자들이 기업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흔하지 않다. 증거를 확보하기도 어렵고 시간 소요, 그리고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소비자들은 주로 여론, 광장의 힘을 주로 이용한다. 반면 저자는 미국은 주요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와 법적 구속력을 통해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문화로 집단소송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수출이 주요 수입을 차지하는 한국의 경우 큰 손인 미국 소비자의 문화를 제대로 주시해야 한다.



이제 소송을 통한 분쟁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미국 원정소송의 경우 번역과 자료 준비 등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이 소비된다. 초기 한국 기업은 미국 법원을 이해하지 못했고 전문가가 부족했다. 하지만 이제 원정소송이 갈수록 증가하는 이 추세에서 소송의 흐름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소송에서 이기기 위한 무기 바로 '리갈테크'를 갖추어야만 한다.

'리갈테크'는 AI의 기술을 할용하여 판례와 법률 조사, 빅데이터 기반의 정보를 분석해주는 기술이다.


기업 소송의 경우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리갈테크는 인공지능 기반으로 이루어져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러가지 규제로 가로막혀 있어 국내 리걸테크 산업이 발전하지 못한다. 이제 겨우 원정소송의 걸음마 단계인 한국 기업들이 승소하기 위해서 입법부의 신속한 판단이 필요하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궁금했던 의문이 해소가 되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과연 기업은 자신의 책임을 다 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이였다. 그동안 한국 법원은 대기업에 관대했고 대기업은 법을 악용한 면이 크다. 저자는 기업에 엄격한 미국 법원에서 벌어지는 소송에 대비하기 위해서 한국 기업의 법적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준법감시 관리 시스템 역시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함을 말한다.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먼저 투명성을 확보해야한다. 하지만 과연 투명하다고 말할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될까?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에서는 암유발 물질을 몰래 폐기한 업체를 대상으로 주민들이 집단 소송을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그 영화에서 승소한 주민들이 받는 손해배상액은 감히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바로 미국 법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임을 이 책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수출기업들이 이 책을 본다면 확실한 도움이 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그 전에 투명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소송에서 이기기 위한 리걸테크를 도입한다해도 무의미할 것이다. 투명성과 준법성, 그 바탕 안에 준비가 되어야만 국제 소송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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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다른 길로 가보겠습니다
오늘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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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라고 하면 여유로운 워라벨 생활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불안정하고 무모한 도전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때론 호기롭게 직장을 퇴사하고 프리랜서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철없다고 잔소리를 하기도 한다. 『오늘은 다른 길로 가보겠습니다』의 저자 오늘 씨도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의 삶을 살아가는 8년차 프리랜서이다.

그림 에세이로 펼쳐진 작가의 일상은 매우 소소하다. 많은 프리랜서들이 호소하는 일자리의 부담감. 스스로 고객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 현실은 작가 또한 다르지 않다. 간혹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하는 곳에 열심을 기울이지만 돌아오는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쉽게 낙담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 작가의 해결책은 쿨하다. 너무 힘들게 살지 말자. 그냥 평균치만 일하자. 그렇게 마음을 다잡지만 자기 탓을 하지만 다시 오늘을 시작하기 위해 일찍 잠을 자는 작가. 너무 멋지다.



부모님들은 아무리 자녀가 성공해도 결혼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딸에게는 더더욱 '결혼'이 인생의 전부인양 채근한다. 잊을만하면 들려오는 결혼. 오늘 작가 또한 그 결혼의 굴레를 피할 수 없다. 아무리 엄마가 자신의 프리랜서 생활을 이해해준다한들 미혼인 딸의 일상 기승전결 결혼으로 끝나는 엄마의 소리는 뒤늦게 결혼한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무한 공감이 된다.



직장에서 동네북 존재처럼 힘든 시기를 보내고 많은 생각 끝에 프리랜서의 길로 들어선다. 무작정 펼쳐진 자유와 불안감 속에 생기는 혼돈을 작가는 고백한다. 월급 받는 안정적인 생활도 좋지만 마음을 따라가기로 한다. 목표가 주어지던 조직생활에 비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자신에게 시간을 주기로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주기로 한다.

직장인으로 일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잘 붙어 있으라고. 바깥은 전쟁터라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프리랜서로 모든 걸 자신이 감당해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도 저자는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한다. 일이 재미가 없을 때는 자신만의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꿈을 꾸고 간혹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일찍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혼자 해결해야 하는 이 외로움 속에서 자신을 믿으며 오늘 하루를 버티어간다.



작가의 선택은 간단하다. 바로 '오늘'이 행복한 선택을 하는 것. '내일'이 아닌 '오늘' 하루를 행복하기 위해 저자는 잠을 자고 여행을 한다. 비록 완벽한 성공이 아니다 하더라도 지금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저자의 '소확행' 일상은 화려하지 않지만 소소하고 지금에 만족해 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대박은 아니지만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으며 하루를 행복하게 보내는 작가의 그림은 인생이 뭐 별 건 가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다. 비록 지금은 평범하지만 그 안에서도 할 수 있는 행복을 꿈꾼다.

이제 8년차에 들어선 작가는 프리랜서 지망생들을 위한 여러 팁도 제공해주는 친절함 또한 잊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경제적인 문제. 일거리가 없을 때를 대비하여 평균 5개월의 생활비를 마련할 것과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쌓는 방법, 프리랜서들이 놓치지 쉬운 세금 납부 등 작가가 좌충우돌 겪었던 경험등을 소개해 주며 지망생들이 자신과 같은 실수를 막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을 읽으며 마음이 따뜻해진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바로 지금 행복해 지는 것임을 작가는 깨닫게 한다. 유한한 인생,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지금을 즐기는 것 아닐까? 마음 따라 좋아하는 일을 하는 작가는 말한다. 뭐라도 되겠지! 그냥 시작하고 마음을 따라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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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
안토니오 G. 이투르베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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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 후 책을 읽게 되었다. 쌍둥이를 키우면서 여행이 힘들어졌고 취미생활을 할 여유도 없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유일한 활동이 독서였다. 책을 읽으며 고단한 시간을 버텨나갔고 위로를 받았다. 책은 그렇게 힘든 시간을 버텨나가게 해 주는 약 같은 존재였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 또한 생애 가장 위험한 시기를 책으로 버틴 사람이 있다. 나에겐 그저 한 순간이였다면 이들은 당장 죽을 지도 모르는 2차 세계대전의 악명 높은 아우슈비스 수용소에서의 도서관을 지킨 디타 에 관한 이야기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의 저자 안토니오 이투르베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있던 도서관 사서 디타 크라우스의 이야기를 듣고 다큐 형식으로 된 글을 기획한다. 하지만 역사 그 자체만 쓰기에 부족함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안토니오 이투르베는 수용소 안의 분위기와 공포 등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다. 작가의 바램은 결국 디타 크라우스를 직접 만나 인터뷰하며 작가가 수집한 여러 자료에 기초한 이 실화 소설로 출간되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히틀러가 유대인을 말살시키기 위해 세운 악명 높은 수용소이다. 몇 만명의 유대인을 감금하여 가스실로 보내 학살하는 이 거대한 범죄가 매일 일어나던 곳, 죽음이 가까이 있는 그 곳에서 학교가 있었다. 유대인이자 구역장인 알프레드 허쉬는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제안하고 뜻밖에 그의 제안이 받아들여져 학교가 운영된다. 단 교육은 허용되지 않으며 단순한 놀이만 가능하다. 당연히 책은 이 수용소 안에 존재할 수 없다.

아이가 이 민족의 미래라고 생각한 알프레드 허쉬는 나치의 눈을 피해 아이들 교육을 가르친다. 책이 들어올 수 없는 공간에 비밀리에 입수한 단 여덟 권의 책을 보관하기 위해 허쉬는 14살 소녀 디타에게 사서가 되어줄 것을 제안한다. 책을 들키는 순간 목숨이 위험한 이 수용소에서 디타는 위험을 끌어안고 사서의 임무를 수행해나간다.

소설의 중심 인물은 이 여덟 권의 책을 빌려주고 보관하는 사서 디타 크라우스의 이야기지만 디타를 중심으로 수용소의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다양하게 그려진다. 나치 장교와 유대인 수용소의 사랑, 유대인의 생체 실험을 진행하는 멩겔르 박사, 나치를 공격하는 비밀조직 레지스탕스, 레지스탕스를 색출하기 위한 나치의 비밀첩자 등 한 수용소에 벌어지는 여러 이야기들은 같은 아픔을 겪었던 우리의 역사의 모습을 생각하게 한다.

당장 지금 죽어도 이상할 것 없는 수용소에서 사람들은 묻는다. 이렇게 배우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특히 정신적 지주였던 알프레드 허쉬가 죽고 함께 지냈던 사람들이 가스실에서 죽음을 당하고 난 후 디타를 포함한 많은 유대인들은 회의에 빠진다. 과연 이렇게 배움을 이어나가는 게 옳은 것인지 확신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이 학교마저도 세계의 눈을 피하기 위한 가림막 장치였음을 알게 된 디타는 모든 의욕을 상실하고 만다. 자포자기한 디타에게 사람들은 말한다.

"네가 31구역의 사서잖니."

사서.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함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비록 친구들이 죽어 나갔지만 생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나치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저항임을 그들은 깨우쳐나간다. 공포를 무릎쓰고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줌으로 상황에 굴복하지 않도록 해 준다. 어떤 희망도 없던 디타와 학교 아이들에게 책은 이 불행의 도피처이자 위로였다. 단 여덟 권의 파손이 심한 책이지만 책이 지닌 의미를 알기에 디타는 끊임없이 책을 보수해가며 책을 빌려주고 이야기를 들려주며 책을 지켜나간다.

도서관은 이제 디타의 구급상자고, 디타는 자신이 웃음을 영원히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자신에게 웃음을 되찾아준 그 약을 아이들에게 나눠 줄 것이다.

소설은 디타가족이 나치 점령 후 아유슈비츠에 오기까지의 여정과 수용소에서의 생활을 자세하게 그려놓는다. 특히 어렴풋이 알고 있던 유대인 학살 전모가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들에 대입하여 수용소의 현장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쌍둥이 생체실험을 하는 장면에서는 같은 쌍둥이 아이를 둔 엄마의 입장으로 공감하게 되고 유대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스파이와 암거래등은 일제 시대의 밀정들을 떠올리며 공감하게된다.

인간성이 사라지고 공포와 이기심이 난무하던 그 때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으려 책을 지키고 읽고 배운 그들의 이야기는 책 한 권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흔하디 흔한 이 책들이 어떻게 희망이 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가운데 책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소녀 디타 크라우스가 있었음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책은 내게 외로운 시간을 견뎌낼 수 있는 존재였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은 나의 책에 대한 존재를 뛰어넘어 그들의 희망이었다. 가장 작은 권수를 보유한 가장 작은 도서관이었지만 그들에게는 무엇보다 가장 큰 도서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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