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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인도에서 아난다라고 불렸다
정인근.홍승희 지음 / 봄름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엄마는 건강하실 때 부녀회 활동을 오래 하셨다. 부녀회 활동을 하시며 국내 곳곳을 다니셨다. 외국은 비록 많이 못 가셨지만 국내는 우리 가족 중 제일 많이 하셨다. 물론 여행이 아닌 부녀회 활동의 하나였지만... 엄마가 병 진단을 받으신 후, 엄마는 해외여행을 꿈꾸셨다. 몸이 더 불편하시기 전에 많은 나라를 여행가고 싶어하셨다. 그런 엄마를 위해 우리는 일본, 베트남을 여행했다. 올해 아빠 칠순 겸 태국으로 가려던 여행이 코로나로 잠정 연기되었다. 이 돌발상황 속에 우리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코로나 상황과 엄마의 건강을 보며 절대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여행 갈 기회가 있으면 무조건 가리라 다짐했다. 그 다짐 중에 만난 책이 바로 『엄마는 인도에서 아난다라고 불렸다』였다. 엄마와 딸의 인도 여행기는 그래서 내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엄마는 인도에서 아난다라고 불렸다』의 저자 홍승희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을 그려 경찰에 구속된 작가이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게 맞다면 홍승희씨는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의 저자 홍승은씨의 동생으로 알고 있다. 어머니 정인근씨는 이혼 후 여러 남자를 만나지만 데이트폭력 후 첫째 승은 씨의 집으로 오신다. 상처 받은 엄마를 보면서 승희씨는 말한다.
"엄마 나랑 인도 갈래?
여권 하나 없던 엄마에게 인도를 가자고 하는 승희씨. 왜 인도였을까. 홍승희씨는 5년 전 자살 대신 선택한 곳 인도, 남들 눈엔 비정상처럼 보여도 인도에선 모든 게 인정되는 듯한 그런 자유를 느꼈고 그 후로 승희씨는 상처 받은 엄마를 초대하고 싶었다. 인도의 자유를 느끼고 선물하고 싶어했다.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알 수 없을 때 자살 대신 선택한 곳이 인도였다.
인도에서 나는 다른 세상도 있음을 알았다. 이렇게 삐뚤삐뚤하고 흐물흐물하고 망나니 같은 나도 여기서는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런 공간이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게 위로였다.
그런 위로를 엄마에게도 선물하고 싶었다.
여권을 만들고 여행을 준비하는 엄마 '아난다'는 '비애와 슬픔'의 인물이었다. 타로카드에서 뽑은 카드였다. 어쩌면 어려서부터 가부장적 가정에서 전형적인 여성 역할을 강요받던 시대의 아픔을 타로카드가 알아맞춘 게 아닐까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정인근씨는 인도에서 '아난다'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혼자 자유로이 여행하던 승희 (칼리)씨는 이제 엄마와 함께 일정을 준비한다. 혼자라면 경비절약을 위해 버스를 타고 장거리 이동을 했다면 엄마를 위해 비행기를 탄다. 해외여행이 처음인 엄마는 조그만 것에도 감격해하며 숙소로 가는 택시 안에서 기사에게 묻는다.
"알 유 해피?"
"해피!"
운전사가 대답했다.
"아임 해피 투."
엄마가 말했다. 영어를 못해서 걱정된다던 엄마였다.
택시 기사와 엄마의 대화가 연상되어 웃음이 나온다. 그 설렘이 느껴진다. 옆에서 지켜보는 저자 홍승희씨는 대화를 들으며 엄마가 귀엽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엄마 아난다와 딸 칼리의 글이 교차되어 전개되는 이 책에는 같은 공간에서 다른 모녀의 생각을 알 수 있어 좋았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엄마와 딸의 시각이 이 여행기를 풍요롭게 해 준다. 물론 둘이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어디서든 엄마는 딸 걱정에 잔소리를 하기 마련이고 딸은 엄마의 잔소리가 귀에 향기롭게 들릴 수 없다. 한바탕 싸우기도 하지만 "엄마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라고 말하며 감정을 풀어나간다.
함께 책도 읽고 영화도 보며 여행하는 두 사람의 여행은 결국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엄마는 딸이 왜 자꾸 인도로 훌쩍 떠나고자 하는지 알게 되고 딸은 엄마를 자세히 알아간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온 후 인도로 떠나는 딸을 조용히 배웅해준다. 소중한 순간을 공유한 후로 모녀의 친밀감은 더욱 깊어진다.
"코로나가 끝나면 당장 엄마 모시고 해외 나가자!"
동생과 나는 종종 이야기한다. 이놈의 코로나가 끝나자마자 비행기표를 살 거라고. 더 이상 시간을 미루지 않을 거라고. 이 책을 읽으니 엄마와 떠나고 싶은 생각이 더 간절해진다. 서로 이해하게 된 두 모녀처럼 나도 엄마와의 추억을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다. 오늘 밤에 다짐만 했던 기도를 해야겠다. 코로나 치료제가 빨리 나오게 해 달라고.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